책 소개
이 책의 저자 사이먼 언윈은 영국 건축사이지만 실무보다는 주로 연구와 저술에 힘써 건축물의 분석과 교육을 위한 다수의 저서를 발표해온 저명한 프리랜서 건축작가이다. 그는 런던의 첼시 스쿨 오브 아트에서 수학했고, 카디프의 웨일스 건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은 물론 중국, 인도, 미국, 터기, 스웨덴, 호주 등 세계 각지의 대학에서 강의한 교육자로도 경력을 쌓았다. 언윈의 저서 중 Analysing Architecture(Routledge, London, 1997, 2003 and 2009)과 Twenty Buildings Every Architect Should Understand(Routledge, 2010)는 세계 각국의 건축가와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특히 건축의 분석 Analysing Architecture은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페르시아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로 번역된 바 있다.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건물 25는 사이먼 언윈의 Twenty-Five Buildings Every Architect Should Understand의 2판을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의 초판은 2010년 Twenty Buildings Every Architect Should Understand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원래 20개의 건축물을 분석한 책으로 건축서적으로서는 큰 호응을 얻었는데, 5년 후 5개의 건축물 분석 사례를 추가하여 2판으로 증보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후기를 통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사례로 제시되는 25개의 건축물은 건축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에 선택된 것은 아니다. 25개 건축물 중 일부는 가장 뛰어난 걸작이라는 말을 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위대한 건축작품을 찬양하거나 걸작의 길을 추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축으로 표현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정신의 가능성과 실현 방법론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다. 따라서 이 책에서 발견되는 건축물들의 자취를 따라가 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건축가의 사상을 표현하고, 시대성을 반영하며, 지역적 특성과 건축의 목적의식, 그리고 자연과 인간을 대하는 건축의 자세를 표현하는 방법에서 자신만의 명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건축과 인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흔히 건축을 분석하거나 건축물의 기저에 숨어 있는 정신적인 면을 드러내는 글들은 실제 건축의 생산에 종사한 경험은 부족하지만 이론적으로 무장된 학자나 건축 지상주의에 빠진 몽상가에 의해 쓰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허울뿐인 이론을 벗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건축에 대한 인간 경험의, 손에 잡히는 이야기를 기대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는 우리나라 건축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건축교육은 군사훈련이나 의대의 수련처럼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건축을 공부하는 건축학도나 건축의 진정한 의미를 짚으려는 건축가 외에도 건축을 이해하고 싶은 일반인들에게 적당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 저자는 일반적 이해를 돕기 위해 건축계에서만 사용되는 특별한 단어들을 피하려 노력했다. 나 역시 번역 과정에서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일반적인 어휘를 주로 사용했고, 특이사항은 각주를 달아 설명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건축의 세부 지식을 습득하려는 것이 아니고 건축의 큰그림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다소 까다로운 부분은 스쳐지나간다 해도 숲의 전체 모양은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 오리라 생각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사진이나 투시도가 아닌 저자의 아름다운 도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그림들은 건물을 분해해서 구성 요소들에 집중하게 하는 그림, 내부의 질서 혹은 높이에 따른 전개과정을 알려주는 그림, 저자와 다른 접근 방법을 썼을 경우의 결과를 예측한 그림 등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실제적 이해와 풍부한 경험으로 쌓아 올린 것들이다. 이러한 그림들과 함께 이지적 분석과 시적 감응으로 균형을 잡은, 조화로운 결과가 책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책 내용 중 모호한 문학적 표현들과 인용문들을 역자가 십분 이해했을지 우려된다. 혹시 책 내용 중 발견되는 오류나 허술함은 모두 역자의 과이니, 발견될 때마다 일러 주시면 최대한 노력하여 바로잡도록 하겠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세상에 진 빚 조금이라도 갚았으면 하고, 언제나 곁을 지키며 응원해주는 나에게는 과분한 가족들을 위로할 작은 선물이기를 바라며, 재촉 없이 기다려 주고 애써 좋은 결과 만들어준 기문당 출판사 식구들에게 두 손 모아 고마운 마음 전한다. 2018년 3월의 볕 좋은 어느 봄날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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