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인의 말 나는 들판에 서 있다. 초록 기차는 지금도 달리고 있다. 산허리 휘감아 돌아 구절양장 길을 지나고 있다. 참 빠르다. 촘촘한 햇살이 대지를 적시며 혼연히 일어서고 있다. 쏟아지는 햇살 한가운데 플라타너스가 양팔을 벌려 서 있다. 삭둑삭둑 잘려나가는 시간의 파편들이 자맥질한다. 풀씨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저 영롱한 고뇌들이 숲을 이룬다. 낯선 길을 향하여 걸어가는 나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하다. 설렘이 벅차다. 풍경은 고요히 흐르고 표정은 묵직하다. 이 혼란스러운 사회로부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침묵을 방패 삼아 먼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부끄럽다. 오늘도 나의 별을 향하여 길을 떠난다. 나는 지난 39년 동안 일선 학교 교단에 섰다. 주로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열정적으로 제자를 가르쳤고 정성을 다해 제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나를 둘러싼 교육 가족들에게 맛깔나는 아름다운 시 한 편 낭송하지 못했다. 시의 에너지와 시의 향기를 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가슴이 허전했다. 안타까웠다. 때로는 미안했고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마음 때문에 손끝에 머문 이슬 한 방울에도 나는 힘들어했다. 그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은 해왔으나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시집을 출간하지 못하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 각종 시 전문지, 종합 계간지 등 다양한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과 새로 창작한 시를 한데 묶어 시집을 발간하기로 했다. 서정(抒情)의 깊이에 천착하며 시를 써 왔다. 막상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생각하니 두렵고 떨린다. 낯선 길 가는 마음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 아름다운 진통이 있었다. 나는 시를 사랑한다.2021년 1월이 유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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