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인의 말 어릴 적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오면 어머니는 다시 우물가로 데려가 귀 뒤와 목을 씻겨주시며 ‘사람은 보이지 않는 뒤가 정갈해야 한다.’ 하셨다. 학창시절 도시로 나가 공부할 때는 뒷덜미와 귀 뒤 잘 씻는 일이 촌티 벗는 길이라 여겼다. 조물주는 분명 앞을 잘 살피라고 소라 모양 귀를 만들었을 터인데 어머니는 왜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를 꼼꼼히 살피라고 했을까? 뒤돌아볼 겨를 없이 눈앞에 놓인 밥과 꿈 사이를 오가며 달콤한 말에 속고 속이고 돌고 돈 어두운 길 위에서 그 질문은 돌아가신 어머니 흔적처럼 자주 까무락거렸다. 고비 때마다 어머니 말씀을 곱씹었지만, 지리산 화개골짝 주유하다 속세를 벗어나려 귀 씻고 새겼다는 고운(孤雲)의 석문(石文)처럼 일상에서 쉬이 씻겨지지 않았다. 듣지 못한 구업(口業)들 덜미에 더께 낀 이순(耳順)의 길에 들어서야 오롯이 해득되었다. 앞말 보다 들리지 않는 뒷말,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조심하라는 어머니의 경문(經文)이. 요즘은 예전과 달리 물 대신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데를 꼼꼼하게 씻는다. 그 사소하고도 유별난 마음 씻기가 나를 양육하는 시작(詩作)이다.2021년 10월 김 일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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