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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망명

작가의 망명

안드레 블첵 (지은이), 로시 인디라 (지은이), 여운경 (옮긴이)

후마니타스(주)·2011-10-25

  • 역사
  • KDC 309.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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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문 크리스 고길트 안드레 블첵Andre Vltchek과 로시 인디라Rossie Indira는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Pramoedya Ananta Toer와 장시간에 걸쳐 나눈 대화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가장 저명한 소설가이자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부루 4부작’의 저자이며 세계 문학계의 거장인 그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프람[일반적으로 프라무댜를 부르는 호칭]은 여기서 특유의 솔직한 표현으로 역사적·정치적·비인간적 억압에 맞서 온 자신의 경험과 확신, 인간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첫 소설을 썼던 1940년대 말 네덜란드 재점령기에 투옥되었을 때부터 신질서Order Baru 체제 아래 부루 섬에 유배되기까지 그가 겪은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인도네시아의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가 자신이 일종의 ‘내적 망명’internal exile 상태에 있다고 규정하는 것을 보게 된다. [수하르토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1965년의 사건으로 부루 섬에 유배·감금되었다가 1979년에 석방된 이후에도, 프람은 1998년 수하르토의 신질서가 무너질 때까지 연금 상태로 침묵할 것을 강요받았고, 그의 책들은 금서가 되었다. 1998년 이후 해금되고서야 인도네시아 독자들도 이 책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널리 번역되었다. 그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이 허가되어 1999년 미국과 유럽을 방문했는데, 이때 현지에서 ‘결코 침묵시킬 수 없는 저항의 목소리’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해외 언론은 물론 인도네시아 언론에서도 그는 종종 인도네시아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언급되곤 한다. 실제로 최근의 신문 기사에서는, 그를 자신의 운명에 만족해하며 세상과도 화해한 작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Taufiqurrahman 2005/02/11). 그런데 도대체 왜 그는 자신이 현재 일종의 ‘내적 망명’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인도네시아를 생각하기만 하면 시종일관 ‘속이 타들어 간다’는 토로야말로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소비사회, 토착화된 부패, 문화적 파산, 역사에 대한 망각 등의 주제로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그의 억눌린 분노가 끊임없이 드러난다. 물론 이처럼 인간의 정신을 좀먹는 현상이 인도네시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람이 여기서 인도네시아 사회의 부패와 타락이라고 부르는 특징적 현상은, 어떤 면에서는 세계화가 낳은 전형적인 산물이다. 그럼에도 프람이 인도네시아에 대해 유독 혹독하게 비난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인도네시아 독자들은 이런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고, 외국 독자들은 프람의 비판이 자신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프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인도네시아와 세계의 상호 의존성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다룬다. 책의 끝머리에서 프람은 ‘내적 망명’이라는 문제와 관련해 “내가 세계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자문自問한 뒤 이렇게 말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세계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프람이 지닌 ‘내적 망명’의 딜레마는 이런 표현에도 담겨 있다. 인도네시아어판에서는 물론 번역판에서도 프람의 문학적 표현의 기반인 솔직함과 직접성이 잘 나타나는데, 이는 개인적 경험과 [인도네시아의] 정치적·역사적 경험이 서로 상응하면서 형성된 실천적 균형과도 관련된다. 예컨대 초기작인 “블로라”Blora를 보면, 첫 작품을 썼던 [자카르타 남부에 있는] 네덜란드 감옥Bukit Duri 내에서 누군가가 작가 자신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게 하는 방식으로 자서전적인 일인칭 서술 형식을 창조한다. 이 대화에서 드러난 담화체와 프람이 남긴 문학작품의 전반적인 문체 사이에는 중요한 관계가 있다. 『자카르타 이야기』Tales from Djakarta: Caricatures of Circumstances and Their Human Beings의 영문판 서문을 쓴 구나완 모하마드Goenawan Mohamad가 지적했듯이, 프람의 산문은 “‘인도네시아’를 경험했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해, 독자들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에 참여시킨다”(Pramoedya 1999a, 9). 혁명적인 반식민지 민족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블로라”, 탈식민지화 이후 국가 형성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 1950년대 말에 쓰인 『자카르타 이야기』, 1965년의 쿠데타 이후 혁명적 민족주의가 꺾이고 신질서 체제가 형성된 시기에 부루 섬에서 집필한 ‘부루 4부작’을 비롯한 반체제적 작품에 이르기까지, 소설 속 배경에 [인도네시아의] 급격한 변화가 잘 접목된 프람의 작품은 세계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렇듯 프람은 독자들을 인도네시아의 경험에 대한 대화로 끊임없이 초대했는데, 이는 (영어로 일부 번역되어 『벙어리의 독백』The Mute’s Soliloquy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옥중 기록처럼)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그가 신질서 아래에서는 독자들과 단절되었다는 점에서, 2004년부터 시작된 프람과의 대화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프람이 느낀 ‘내적 망명’ 상태와 앞서 살펴본 인도네시아와 세계 사이의 상호 무지mutual ignorance를 고려하면, 프람이 1965년 이후 사실상 읽을 사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고려해야만 (“윗사람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복종하는 것이며, 결국 파시즘에 이르게 되는”) ‘자바주의’Javanism에 대한 프람의 지속적인 비판이 개인적·정치적·문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비판은 (자신과 그 가족과의 관계처럼) 가장 개인적인 문제로부터 자바, 인도네시아, 그리고 세계의 언어·정치·역사 등의 문제로 확대되어 그의 문학작품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인도네시아에는 “지식에 대한 열망이 없다”는 프람의 진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진단은 그가 자신의 가족을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해 점점 심화된다. “내 자식들과 손자들도 신문을 읽지 않습니다. 나는 그걸 이해할 수가 없어요.……그들은 읽는 문화를 잃었고, 텔레비전을 더 좋아합니다. ……지식에 대한 열망이라고는 없습니다.” 이는 그저 할아버지가 손자들이 텔레비전 앞에 붙어 있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아니라, ‘읽기 문화’의 중요성을 개인적·역사적으로 터득한 데서 나온 비판이다. 이를 두고 ‘고급’ 문화가 ‘하위’ 문화에 의해 침식된다고 슬퍼하는 일종의 문화적 보수주의로 치부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프람의 문학관은 [미학적 형식을 중시하는] 순수문학belle-lettristic과는 정반대되는 곳에 있는데, 이는 그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에 의해 사라져 가는 ‘읽기 문화’의 매체로서 신문을 예시한 데서도 나타난다. 프람이 소비문화의 상징으로 텔레비전을 선택한 것은 기술技術과 관계된 개인사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벙어리의 독백』에서,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자바 섬 동부에 위치한 도시인] 수라바야Surabaya의 라디오 직업학교를 졸업하려고 애썼던 일을 소개하면서, 실기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당시만 해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텔레비전의 설계도”를 익혀야 했다고 회상한다(Pramoedya 1999b, 149). 비록 전쟁이 터지면서 중단되기는 했지만, 프람은 이때 체험한 직업훈련을 계기로 문학작품에서도 항상 소통의 도구를 창조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프람이 텔레비전 시청에 반감을 보이는 것은 그저 할아버지의 한탄으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소비할 줄밖에 모르고” “생산적이지 못한” 자바인들에게 던지는 더욱 폭넓은 비판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생산과 소비, 인쇄 매체와 텔레비전 매체를 대비시키는 프람에게 글쓰기, 특히 인도네시아어로 글쓰기란 미학적 형식이라기보다 소통 수단인 셈이다. 글쓰기는 그가 ‘인도네시아’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독자들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의 일부이다.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문학적 열정과 역사의식을 결합시킨 프람은 일간지 『렌트라』, 카르티니와 티르토 아디 수르…

목차펼치기

서문 서론 서장: 자카르타에서의 만남 1. 1965년 이전: 역사, 식민주의, 그리고 수카르노 시기 2. 1965년 쿠데타 3. 문화와 ‘자바주의’ 4. 글쓰기 5. 수하르토 체제와 오늘의 인도네시아 6. 미국의 개입 7. 화해? 8. 혁명: 인도네시아의 미래 9. 헤어지기에 앞서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연보 및 주요 작품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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