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머리말 ? 후세 사가들은 2013년 2013년를 평온한 한 해였다고 기록할 것이다. 우선 국가 단위의 새로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중동을 비롯한 지역 분쟁들은 소강상태를 보였다. 미국의 국방비가 2013년도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1백조 원 이상 군사비용을 줄였다. 전 세계 차원의 분쟁과 전쟁의 주역인 미국의 군사비가 줄었다는 것은 결국 국제사회의 분쟁 규모와 횟수, 그리고 강도가 줄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군사비용은 결국 전쟁비용이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는 빈곤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 2013년 3월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현 세대 안에 방글라데시, 르완다 같은 국가의 빈곤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루에 1.25달러로 연명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절대 빈곤 계층은 지난 30년 동안 25%가 줄었다. 물론 여전히 12억 명 넘는 인구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빈곤 개선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에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2013년에는 인간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자연재해는 예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 2013년에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는 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재산 피해는 1,250억 달러로 2012년에 비하면 적었다. 여전히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통제받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자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013년를 기점으로 유튜브 이용자 수는 10억 명을 넘어섰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용자 수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SNS 사용자 수만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늠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정보 통제의 그늘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지난 2013년이 비교적 평온하고 긍정적인 해였다고 말할 수 있지만 뉴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세계는 여전히 슬픔과 고통투성이다. 시리아 예를 들어보자. 2011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군과 반군은 어느 쪽도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채 지루한 소모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황은 지루하지만 그 지루함의 안쪽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잔인함과 끔찍함이 짙게 묻어 있다. 화학무기 공격을 받아 어린아이들이 온몸이 뒤틀리고 경련을 일으키며 숨지는 사진은 2013년 지구촌 분쟁의 실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옳고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종파분쟁의 특성 때문에 어느 한 쪽을 규탄하는 것도 쉽지 않다. 희생자의 숫자가 많이 늘어나고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새로운 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전투 행태는 연초나 연말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외신을 통해 들어오는 화면은 어제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일 화면도 오늘과 비슷할 것이다. 지난 한 해 SBS 8시 뉴스 시간에 방송된 시리아 관련 뉴스는 채 10건을 넘지 못한다. 일상화된 분쟁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아프리카 빈곤, 유럽의 난민, 중동의 여성차별, 제3세계의 기아 문제,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탄압 문제 등은 일상화되었기에 뉴스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한때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던 중동의 민주화 바람은 종파 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뉴스 편집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상화되었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을 ‘인권’이라는 돋보기를 통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것이 이 책을 펴내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짧은 기사 안에서 몇 개의 숫자와 상투적인 말로만 표현됐던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그들의 사연을 전달해보자는 것이다. 의도한 만큼 성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림이 없다는 이유로, 뉴스를 만들어봐야 시청자들이 관심 없을 거란 이유로,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는 이유로,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아니냐는 이유 등, 온갖 이유에 밀려 뉴스로 마땅히 대접하지 못한 많은 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담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3년의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욱 나은 세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이 책의 제목을 “두려워하지 말라”로 정한 것은 교황의 그 격려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출판을 위해 새로 쓴 글도 몇 편 있지만, 대부분 글은 지난 한 해 SBS 국제부 기자들과 특파원들이 쓴 ‘취재파일’을 모은 것이다. 약 3백여 편의 국제부 취재파일 가운데 인권이라는 주제로 묶을 수 있는 글들을 뽑았다. SBS 화면을 통해 방송된 내용을 보충하거나 취재 후일담을 적은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송 뉴스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취재파일로 정리한 것이다. 국제부 특파원, 기자들의 글이기에 국내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룬 글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취재파일 형태로 내놓은 글들을 굳이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묶어 내려는 것은 인권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이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자기 다짐이기도 하다. 밝은 눈으로 세상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을 업으로 삼은 자들의 책무를 앞으로도 온전히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읽어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출간을 지원해준 관훈클럽에 감사드린다. 2014년 3월 SBS 보도국 국제부장 윤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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