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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의 역사사회학

군도의 역사사회학

이시하라 슌

(주식회사)글항아리·2017-04-26

  • 288쪽
  • 역사
  • KDC 9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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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문 군도의 상상력 범선의 작동환경은 보편적이고 구체적이다. 범선은 노예적이고 계급적인 규율 아래에서, 많은 노동자가 복잡하고 동시적인 협동 작업으로 움직이는 장치다. 그리고 이 규율 아래에서 인간의 의지는 기계장치에 종속된다. ― 모든 것은 노임을 위해서다. 범선의 노동과 협동과 규율이야말로 공장의 원형이 되었다.1)1) Linebaugh, Peter & Rediker, Marcus, The Many-Headed Hydra: The Hidden History of the Revolutionary Atlantic, Verso, 2000, p.150. (한국어 번역은 정남영, 손지태 역, 『히드라』, 갈무리, 2008: 역주) 1> 지금 섬이라는 말은 무엇을 환기시키는가. 섬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지리적 고립성, 사회적 폐쇄성, 국가로부터의 변방성, 대륙이나 큰 섬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이미지 등이 떠오를 것이다. 섬의 고립성이나 폐쇄성은 ‘갈라파고스’의 이미지, 그리고 섬의 변방성이나 종속성은 ‘낙도’의 이미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섬들 가운데 201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오가사와라 제도小笠原諸島, Bonin Islands는,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착상한 계기가 된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장구한 대륙 이동의 과정에서 한 번도 대륙(거대한 섬)에 연결된 적이 없었다. 이 섬의 육상생물은 독립적인 진화 계통을 거쳐왔기 때문에 ‘동양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다. ‘갈라파고스’는 ‘무인도’ 이미지와 연결되기도 한다. 실제로 오가사와라 제도 역시 19세기 초까지는 사람이 정주하지 않은, 말 그대로 ‘무인도(부닌시마)’로 불린 군도였다. 하지만 ‘낙도’나 ‘갈라파고스’의 이미지는 많은 섬이 겪어온 역사적 경험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군도문학’이라는, 아주 독창적인 문예 장르를 제창한 이마후쿠 류타今福龍太의 지적대로, 섬의 고립성·폐쇄성의 대표격인 갈라파고스 제도는, 식민지 제국에 의해 태평양이 분할되는 19세기 이전에 이미 아카풀코(현재의 멕시코)-마닐라 사이를 항해하는 스페인의 갈레온 무역선의 적하물을​ 노리는 해적의 잠복지였다. 또한 갈라파고스 제도가 19세기 초 에콰도르에 편입된 뒤, 근대 식민지주의(콜로니얼리즘)의 대명사가 된 콜럼버스(크리스토발 콜론)의 이름을 따서 콜론 제도라고 명명된 일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2)2) 今福龍太, 『群島-世界論』, 岩波書店, 2008, 150~152쪽. 2>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현재 일본에서 섬의​​ 변방성이나 고립성을 대표하는 오가사와라 제도 역시, 19세기에 유인도가 되자마자 세계 각지로부터 뱃사람들이 이합집산하는 북서태평양 해상 교통의 일대 거점이 되었고, 그 후 반세기 내내 어떤 대륙이나 큰 섬의 힘으로부터도 자율적인 영역으로 존재했다. 일찍이 도서島嶼 사회에 대해 논한 미야모토 츠네이치宮本常一, 에두아르 글리상Edouard Glissant, 니하라 미치노부新原道信 같은 사람들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사람이 사는 섬은 변방성과 중심성, 종속성과 자율성, 고립성과 교통성, 폐쇄성과 개방성 등을 동시에 갖는 곳이었다.3)3) 新原道信, 『ホモ·モーベンス旅する社會學』, 窓社, 1997, 244~255쪽. 3> 세토나이瀨戶內 해의 스오周防大 섬에서 태어나 평생 섬이라는 장소에 천착한 민속학자 미야모토 츠네이치는, 격리된 조건과 한정된 육지 때문에 생산, 유통의 제약으로 고통 받는 장소인 동시에 바다로 열린 다양한 교통의 가능성을 지닌 장소로 섬을 위치시켰다.4)4) 宮本常一, 「島に生きる」, 『宮本常一著作集4』未來社, (1958)1969, 17쪽. 특히 미야모토의 군도론은, 해적, 가선(家船)어민(가족단위로 수상생활을 하는 어민: 역주), 행상선원 등 바다의 이동민(노마드)의 삶을 집요하게 언급하는데, 내지라는 ‘의사(疑似)대륙’을 중심으로 섬들과 바다를 부감하는 근대 일본의 사회과학의 주류적 인식 모델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 관해서는 다음 졸저를 참조. 石原俊, 「をめぐる方法の苦鬪ー同時代史とわたりあう宮本常一」, 『現代思想』39권 15호, 靑土社, 2011, 134~139쪽. 4> 그리고 카리브 해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콜럼버스가 도달한 섬의 하나이기도 하다)에서 살았던 작가, 시인, 비평가인 글리상도 지적하듯이, 군도를 독립성이나 폐쇄성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교통성이나 개방성 속에 놓는 동시에 변방성·종속성의 상황으로 밀어 넣는 것이야말로, 콜럼버스 이후 500년간 식민지주의의 도움을 받아 전개되어온 글로벌리제이션, 즉 우리의 사회과학의 대상이기도 한 근대세계의 전개 그 자체다.5)5) Edouard Glissant, 管啓次郞 역, 『の詩學』, インスクリプト, 1990=2000, 2001, 134~139쪽.  5> 17세기 영국 중심의 세계시장이 범대서양 세계Trans-Atlantic World로 빠르게 확장해가던 즈음, 영국의 해부학자이자 통계학자였던 윌리엄 페티는 노동가치설을 착상하면서, 범대서양 세계의 상선 선원의 노동(‘신대륙’으로부터 은을 운반하는 것 등)이야말로 이윤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근대의 학문, 특히 사회과학에서 해양 세계는 내내 중요한 참조점이었던 것이다.6)6) Linebaugh, Peter and Rediker, Marcus, op.cit., pp.146~147. 6> 그러나 근대 사회과학의 주류적 인식 모델이 참조해온 해양 세계는 어디까지나 유럽의 침략/진출 대상으로서의 바다와 섬들(거대한 섬으로서의 ‘신대륙’을 포함하여)을 의미했던 것에 유의하자. 근대 사회과학이 준거하는 유럽 의식이란, 세계의 바다와 섬들을 침략/진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의사疑似대륙’ 의식(‘의사대륙’ 브리튼 섬을 포함하여)에 다름 아니다. ‘의사대륙’으로서의 유럽이라는 자기의식(아이덴티티)은, 지구 최초의 글로벌리제이션이었던 범대서양 세계시장의 형성과 함께 만들어졌다. 칼 슈미트의 지적대로 이 세계시장의 형성을 지지하고 서구 국가들의 침략/진출을 정당화한 담합의 논리는, 근대 국제법인 유럽공법에 새겨진 선점occupation의 법리와 해전 자유의 법리(해전국제법)였다. 선점의 법리란, 서구 국가들(의 구성원)이 주권의 이름으로 유럽 외부의 ‘무거주지無主地’에서 비전투원(선주민)과 그 공유재common를 ‘자유롭게’ 처분·포획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다. 또한 해전자유의 법리란, 서구 국가들이 주권의 이름으로 해상의 비전투원과 그 사유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포획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다.7)7) シュミット·カール=生松敬三/前野光弘 譯 『陸と海とー世界史的一考察』學社出版·1942=[1971]2006, 98~102쪽. シュミット·カール=新田邦夫 譯『大地のノモスーヨーロッパ公法という國際法における』慈學社出版·1950=2007·139~158·208~226쪽. 그러나 선점의 법리의 형성 과정, 그리고 이 법리와 실제 역사과정의 관계는 꽤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최초로 ‘신세계’ 침략/진출을 주도한 스페인, 포르투갈 세력은, ‘신세계’=비유럽 세계에서 영역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신의 법에 반하는 ‘이교도’의 토지에 대해서는 로마 교황이 관할권을 가진다는 정당화 근거 하에서, 어떤 영역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귀속해 있는 국가가 그 영역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후발세력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각국은, 휴고 그로티우스(Hugo Grotius)의 선점의 법리 등을 지지하면서 ‘신세계’에 대한 교황의 관할권을 부정하고자 했다. 그로티우스가 체계화한 선점의 법리는, ‘신세계’의 토지가 ‘미개’의 ‘원시적 공유상태’에 있다고 가정하고 어떤 ‘무주지’를 ‘점유’하여 계속 이용한 사람이 귀속해 있는 국가가 그 토지에 대한 배타적 영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이상의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許 淑娟『領域權原論ー領域支配の實效性と正當性』東京大學出版會·2012·40~62쪽. 7> 대영제국사 연구자인 마츠이 도오루松井透의 지적대로, 16세기에 시작하는 세계시장의 형성은 단지 ‘서구 중심의 생산력 발전에 따른 부차적 부수현상’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세계시장은 ‘신대륙’을 포함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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