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Introduction 시작하며 프랑스 디자이너 앤 발레리 하쉬는 고백한다. “저는 디자인을 시작할 때 가장 즐겁습니다. 상상력이 가장 생생할 때거든요.” 《디자이너의 스케치북 2》는 무대 뒤, 패션 디자이너들이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하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스케치북에서 시작해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다른 시즌을 시작하는 동안 아이디어들이 어떤 식으로 모이고, 디자인되며, 완성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디자이너들에게 스케치북은 연구의 바탕이자, 작품을 수집하는 저장소이고, 디자인이 진화하는 장소이며, 새 패션 아이템이 탄생하는 물리적인 공간일 뿐 아니라,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길을 제시하기까지 한다. 디자이너들의 스케치북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노트일 수도 있고, 작업실의 벽일 수도 있으며, 일상 공간에 자리하는 그 어느 곳일 수도 있다. 멋대로지만, 세심하고, 고뇌에 차 있으며, 형형색색으로 가득 차 있다. 디자이너 홀리 풀턴(Holly Fulton)이 자신의 디자인을 두고 한 말이다. 이처럼 디자인 과정은 즐거운 동시에 고통스러운 일이다. 크리스토퍼 섀년(Christopher Shannon) 역시 디자인은 따분하지만 흥미로운 일임에 확실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올라 카일리(Orla Kiely)는 편집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자인 자체가 도전이다. 최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아이디어를 정제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마더 오브 펄(Mother of Pearl)의 디자이너 에이미 파우니(Amy Powney)의 말처럼 패션 업계에서는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번 늘어나기만 하는 요구사항은 디자인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루 달튼(Lou Dalton)는 자료를 모으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한다. “바쁜 일상에서 만나는 짧은 사치 같아요. 보고 싶었던 전시회나 연극을 보는 시간만큼은 머리를 비울 수 있어서죠. 그리고 꽤 좋은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요.” 준지(Juun.J)는 여러 접근법에 대한 효용성을 말한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서점에 있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인터넷만 보기도 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거죠. 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습니다.” 마이클 반 더 햄(Michael van der Ham) 역시 다양한 원천을 얻는 방법을 제시한다. “제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합니다. 매 시즌이 다른 이유겠죠. 매너리즘에 빠졌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됩니다.” 올리버 스펜서(Oliver Spencer)에게 디자인은 ‘끊임없는 과정’이다. “늘 무언가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조차도요. 스케치를 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으로도 가능한 거니까요.” 케빈 크램프(Kevin Kramp)도 이에 동조한다. “일상생활하는 도중 발견하는 것들, 그리고 매스미디어, 기존의 디자인 등 제 주변의 세계와 늘 상호작용하고 있지요.” 준코 시마다(Junko Shimada)에게도 디자인은 이미 삶이다. “일상, 만남, 전시회, 가족 등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순간을 포착해 컬렉션에 담아내죠.” 제임스 롱(James Long)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은 어쩌면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과정과 동일한 것 같아요. 가끔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거든요.” 섀넌은 디자인을 하면서 발견하는 반복되는 주제를 포착하는 데 선수다.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을 그렸고, 지금도 작업실엔 엄청난 양의 스케치가 널려 있습니다.” 홀리 풀턴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스케치할 때 제일 즐거워요. 참고 이미지를 바탕으로 원하는 것을 크로키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톰 브라운(Thom Brown)은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는 주로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를 구상합니다. 머릿속에서 구상하는 게 이미 익숙해서 그림을 많이 그리진 않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톰 브라운이나 마리 카트란주 같은 디자이너들은 손으로 그리는 드로잉 대신 프로그램을 더 많이 사용한다. “컴퓨터 없인 일을 할 수 없죠. 제가 찾아낸 이미지들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핵심을 찾아냅니다. 그건 영상일 수도 있어요. 더 시각적으로 빨리 받아들일 수 있어서죠. 포토샵도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달리, 패션 디자인은 최신 유행과는 거의 거리가 멀다.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 방식은 훨씬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앙투안 페터스(Antoine Peters)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다양한 것들을 섞어 봅니다. 패션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거든요. 그 문 너머에는 많은 것들이 충돌합니다.” 스케치북은 불완전하지만 새로운 것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고, 날것 그대로의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재가공하는 공장이다. 휘갈겨 쓴 낙서, 콜라주, 사진, 데생, 천 샘플, 일러스트레이션 등은 스케치북 안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간다. 새로운 무언가를 위해 밤 늦게, 또는 새벽에 작업실에 웅크린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스케치북은 때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현재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이들, 그리고 앞으로 패션계를 이끌 이들의 생각을 담은 노트다. 그들의 일상과 아이디어, 창조력의 비밀을 들여다 볼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리오스 슈왑(Marios Schwab)은 도전과 성취의 과정을 한 문장으로 맺는다. “제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것들, 세상에 없던 것들을 선보일 때가 인생 최고의 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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