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사회는 급속한 변화를 거듭해왔다. 5백년을 지속했던 왕조국가가 몰락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이 20세기 전반기의 역사였다면, 해방과 남북분단, 전쟁이라는 대격변으로 시작된 지난 세기의 후반은 전쟁의 폐허에서 놀랄만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어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도달하는 대장정이었다. 유례 없이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사회문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 한 세기 동안 한국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의 문제를 시간을 두고 제대로 해결하기도 전에 밀물처럼 닥쳐오는 또다른 문제들에 맞서야 하는 바쁘고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런 문제들 가운데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의, 또 21세기의 첫번째 문제로 던져진 것이 한국의 ‘다문화 상황’이 아닐까 싶다. 1990년대 지구화의 진전에 따라 장?단기 이주노동이나 국제결혼의 형태로 외국 출신 이주자들이 상당수 한국 사회로 유입되었다. 과거에도 어떤 형태로든 다른 인종,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10여년의 경험은 훨씬 범위가 넓고 더 충격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19세기말 이래 폭력적으로 서구와 일본의 제국주의에 노출되었던 과정은 한국사람들을 저항적 민족주의와 ‘단일민족’ 의식으로 단결시켰던 반면, 현재의 새로운 상황은 전혀 다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다문화 상황은 지구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저임금노동력의 부족, 저소득층 남성의 결혼난, 혼인 감소와 저출산 등의 한국사회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하는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상당 기간 다른 사회, 다른 체제에서 생활했던 새터민(탈북자)과 중국 조선족으로 대표되는 디아스포라 한인(韓人)의 유입 역시, 법률적?형식적 ‘국민’ 범주와 혈연에 따른 ‘민족’ 범주 사이의 혼란을 낳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다문화’, ‘다문화사회’ 또는 ‘다문화주의’라는 말이 흔히 쓰이고 있지만, 과연 그 말의 내용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현재의 문제적 상황을 가리키는 단순한 술어(述語)인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말인지도 분명치 않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단기순환방식으로 빨리빨리 출신국으로 돌려보내고 국제결혼 이주자와 그 자녀는 한국의 문화와 관습에 동화시켜서 속속들이 ‘한국사람’으로 만들도록 해야 할까, 아니면 그들은 그들 나름의 언어와 문화, 관습을 가지고 이 땅에서 살아가게 하거나, 심지어는 그들과 관계맺고 교류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는 ‘한국문화’와 ‘한국사람’이라는 정체성까지도 차츰 바꾸어가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한국의 다문화 상황은 법과 제도, 정책으로부터 일상의 삶에 이르기까지 풀어가야 할 산더미 같은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한국의 다문화 상황을 이해하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수도 없겠지만, 우리는 그 중에서 특별히 한국사람들이 갖는 사회적 의식과 태도에 주목하고, 현재 한국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사회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이 책은 그런 관심의 산물이자, 2008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심층연구 공동과제 ?다문화사회의 사회통합에 관한 조사? 연구의 결과이다. 공동저자들이 함께 연구를 설계하고 질문지를 작성했고, (주)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하여 2008년 9월 22일부터 10월 11일까지 20일간 전국에 걸쳐 실사를 진행, 1,101개의 유효표본에 대한 결과를 얻었다. 그 조사와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공동저자들이 애초 설계했던 몇 개 주제를 각자 나누어 맡았는데, ‘서론’은 서호철이, ‘제2장 용인과 배제’의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한국인의 일반적 태도’는 정미량,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은 은기수가, ‘제3장 정체성과 시민권’ 중 ‘한국인의 정체성’은 김병조, ‘한국의 다문화주의와 이주자의 시민권’은 조동기가, ‘제4장 다문화사회와 다문화정책에 대한 의식’의 ‘한국인의 다문화의식’은 정재기, ‘다문화정책에 대한 의식’은 오만석, 그리고 ‘결론’은 김복수가 각각 집필하였다. 한국의 다문화 상황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어서, 그것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태도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측정도구의 개발도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중장기적 추세를 짚어보려면 반복적 조사가 이루어져 자료가 누적되어야겠지만, 당장의 부족함을 채우는데 이 책이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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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머리에 제1장 연구개관 제2장 용인과 배제 제3장 정체성과 시민권 제4장 다문화사회와 다문화정책에 대한 의식 제5장 결론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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