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문 나는 이 책을 내면서 한국인도 이제 좀 철학적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철학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밥도 해결하지 못했을 때는 그런 소리가 중요했지만 이제 한국도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고 보면, 어딘가 그런 외침만으로는 격에 어울리지 않은 것 같다. 좀 자기비하의 발언이지만 그동안 한국인은 철학의 노예였다. 그래서 남의 철학으로 항상 자신의 철학을 대신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그것이 사대주의의 핵심이다. 한국인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나타났다. 한때 이 땅의 고매한 철학자들은 박정희의 ‘하면 된다’는 철학을 비웃었다. 뼛속 깊이 사대화 하고, 식민지화한 체질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하면(doing) 된다(becoming)’가 ‘아(我)와 피아(彼我)’의 사관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공세적이고, 발전적인 역사철학임이 입증되었다. 그런데 역사철학으로서는 ‘하면 된다’가 주효했지만, 역사에 국한된 것이 아닌, 문화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철학으로서의 철학에 우리(한민족)도 참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나는 2012년 연초에 200자 원고지 1만장 분량의 ‘철학의 선물, 선물의 철학’과 ‘소리의 철학, 포노로지(Phonology)’(소나무 출판사)를 낸 바 있다. ‘철학의 선물, 선물의 철학’과 ‘소리의 철학’은 어쩌면 보편철학에 우리민족이 처음 도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철학은 ‘일반성’과 ‘소리’를 주장하는 보편철학이었다. 인위(人爲)와 자연(自然)은 언제나 철학의 주요 주제였다. 인위는 일부러 ‘하는 것’이고 자연은 저절로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인위를 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자연적 존재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이중성과 애매모호성 때문에 철학은 복잡했다. 그동안 서양철학은 이중성을 확실히 대립시키고 구분해서 ‘과학의 철학=등식의 철학’을 완성했다. 그런데 사물을 대상화한 인간은 스스로 대상화되는 소외에 빠졌고, 서양철학은 마르크시즘을 반환점으로 종래의 이성중심철학을 해체하는 철학적 대전환을 맞았다. 그런데 이즈음 그동안 힘을 못 썼던 동양의 천지인사상과 음양 사상 등 상징철학들이 다시 제 때를 만났고, 철학적 시장의 활기를 띠는 데에 일조를 하게 되었다. 큰 맥락에서 보면 나의 ‘소리의 철학’도 그러한 철학적 풍류 혹은 유행을 타는 셈이다. 한국 근대철학의 기초를 다진 박종홍(朴鍾鴻) 선생은 우리의 전통철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자생철학인 동학(東學) 등 동서고금의 철학을 섭렵하는 한편 서양의 최첨단 철학이었던 하이데거의 존재론 철학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이다. 음으로 양으로 그런 선구자적인 인물들이 있기에 오늘날 나의 철학이 탄생한 것 같다. 참으로 선배제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수 없다. 철학이라는 것이 역시 일반인이 읽기는 어려워서 지난번에 낸 ‘철학의 선물, 선물의 철학’과 ‘소리의 철학, 포노로지’를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서 생활일반에서 혹은 문화에서 철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벼운 에세이 풍의 철학서를 이번에 내게 되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여가 중에, 혹은 바쁜 비즈니스 중에도 짬을 내서 읽을 수 있도록 소주제별로 접근해보았다. 어려운 출판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어렵고 부피가 큰 책들을 세상에서 빛 보게 해준 소나무 출판사 유재현 대표와 강주한 출판감독님을 비롯해서 임직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바라건대, 이 책이 시장의 반응을 받아서 철학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철학에도 완성은 없다. 세상만물이 유전하는 것이고 보면 그저 과정적 존재로서 부단히 나아갈 뿐이다. 이 철학에세이가 대중용으로 가볍게(?) 쓴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먼저 낸 책에서 빠뜨렸던 부분도 있고, 설명을 조금 친절하게 가한 내용도 있다. 한 가지 독자들에게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시종일관 한국인으로서 철학을 한다는 자세를 견지했다는 점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보편성을 추구하는 철학에 한국인이라는 특수성이 무엇 필요하냐고. 바로 거기에 한국철학의 맹점이 있다. 이 책이 우리의 철학적 질곡을 벗어나는 데에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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