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앤드류는 스티브와 통화를 하고 나서 도미노 피자로 차를 몬다. “지각이야. 넌 잘렸어, 짐 싸갖고 여기서 꺼져.” 매트가 말한다. 매니저는 둘인데 그중 하나가 매트고, 다른 하나는 슬픈 매니저다. 앤드류는 씨익 웃는다. “알았어.” 매트가 앤드류를 째려본다. “앤드류, 꼴 보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매트는 스물다섯, 자기가 이끄는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다. 앤드류는 똥 씹은 얼굴로 그에게 썩은 미소를 날린다. 그리고 가게 뒤쪽으로 가서, 사는 게 고달프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카드를 찍는다. 다른 배달원 네 명이 그 근처에 서 있다. 앤드류는 그들에게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들은 다들 천장이 낮은 코딱지만 한 집에 살고 있고, 하나같이 싹싹하고 예의가 바르다. 그중 한 명은 무술 챔피언이다. 한번은 앤드류의 차 타이어에 펑크가 난 적이 있었는데, 한밤중인데도 무술 챔피언이 차를 몰고 달려와 도와주었다. 그는 아주 착하고 수줍음을 좀 타는 편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반쯤 죽여놓고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군중 속을 태연하게 걸어 나올 수 있는 위인이다. 앤드류는 입으로는 계속 미안하다고 했지만, 사실 기분이 나빴다. 불법이긴 하지만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면 무려 15초를 단축할 수 있다고 언젠가 가르쳐준 게 바로 무술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도와줘서 고마워.” 앤드류가 말했다. 무술 챔피언은 자기 마누라가 운전을 하다가 사슴을 친 적이 있는데 이후로 그녀는 절대로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무술 시합 때문에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는 말도 했다. 버지니아와 조지아에도 갔었단다. “그때 꽤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 무술 챔피언이 말했다. “나도 언젠가 여름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는데.” 앤드류가 말했다. 무술 챔피언은 타이어를 갈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 쓰러져가는 식료품점 앞에 서 있었다. 앤드류는 생각에 잠겼다. 무술, 사슴, 죽음. 그는 놀랍지도 두렵지도 않았고, 그냥 좀 따분할 뿐이었다. 그날 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마음이 괴롭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웠다. 그는 개들을 쓰다듬어주고 나서 엄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날 이후로 앤드류는 무술 챔피언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 모두와 친구가 되어야 했다. 무술 하는 친구들이 함께 맥주를 마시며 TV나 보자고 앤드류를 불렀다. 우린 피자를 시켜 먹을 거야.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낄낄댔고 그래서 앤드류도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한구석에 서서 술에 취해 기분이 꿀꿀해지고 그러다가 어떤 지하빗물 탱크에 얼굴을 처박고 고꾸라지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그는 그들의 초대에 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냥 구경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술 챔피언이 술에 잔뜩 취해서 사슴을 이단 옆차기로 날려버리거나, 뭐 그런 짓거리들을 말이다. 하지만 무술 챔피언은 그 후로 다시는 앤드류를 초대하지 않았다. “오늘, 바빠?” 앤드류는 다른 배달원들을 대충 쳐다보며 묻는다. 한 사람만 쳐다보는 건 공평하지 않으니까. “이번 주는 파리 날렸어.” 누군가가 말한다. “꼬마 녀석들이 ‘완전 느려터졌네, 느려터졌어’라고 한 거 기억나? 내가 복수할 거야.” 다른 누군가가 말한다. “아니, 그러지 마.” 앤드류가 말한다. “왜?” “나도 몰라.” 앤드류가 대답한다. 다른 매니저가 지나간다. 그 매니저는 나이도 어린 것이 뒤룩뒤룩 살이 쪄 있고 안경을 끼는 데다 성격마저 지랄 같다. “배달 나갔더니 어떤 엘크가 팁을 10달러나 주더라. 그래서 내가 ‘엘크님, 고맙습니다’라고 했지. 그랬더니 그 엘크도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거야. 정말 웃겼어.” 누군가가 말한다. 배달이 없을 때면 피자 박스를 접거나 전화를 받는다. 박스 접는 일이 더 쉽다. 모두들 박스를 접고 있다. 앤드류도 박스를 접고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박스만 접고 있어야 한다면 그들은 비명을 지를 것이다. 그들은 박스를 접으며 때때로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비명을 지를 것이고, 그러고 나서 들판으로 끌려가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맞을 것이다. 때로는 광란의 살인극도 벌어질 것이다. 스티브는 시애틀로 가려고 했지만 비행기를 잘못 타는 바람에 지금 뉴욕에 살고 있다. 공항에서 비명을 지르는 건 위험하다. 스티브는 공항에서 노숙자가 되어 지독한 우울증에 빠졌어. 그러니 새러, 그를 네 옷장 속에서 살게 해줘. 난 스티브를 셔츠처럼 입고, 모자처럼 머리에 뒤집어 쓸 거야, 그러면 스티브의 귀가 진짜 내 귀가 될 수도 있겠지. “내 친구는 자기 아버지를 만나러 가려다가 지금 뉴욕에 가 있어.” 앤드류가 말한다. 누군가가 창녀와 섹스를 한 뒤에 피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죽었다나 어쨌다나 그런 얘기를 한다. 앤드류는 평온함을 느낀다. “두들겨 패줄 수 없으면 가담해라.” 그는 말한다. 때때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누구 그래본 사람 있어? 무언가를 두들겨 패지 못해서…… 그것에 가담한 경우?” “가담할 수 없으면 돈으로 매수해라.” 누군가가 말한다. “선물을 사줘라.” 앤드류가 그렇게 말하고 썩은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미소는 누구에게도 향하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 피자 박스에게 미소를 지은 꼴이 된다. 그는 피자 박스 때문에 민망하다. 그는 그 박스를 접는다. ‘썩소.’ 썩소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진지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얼굴표정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서너 사람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함께 웃고, 사람들이나 날씨나 음식에 관해 고마움이나 관심이나 불만을 표현하고, 남자든 여자든 그 집단 내의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거나 좋아하거나 존경하도록 만들고 싶을 때 얼굴표정을 써먹어야 하는 거다. 얼굴이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매니저가 하나로는 부족해서 둘이나 있다. 그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틀림없다. 매니저 하나는 펜타그램처럼 생긴 피자를 만들곤 하는, 말 꼬랑지 헤어스타일의 소유자다. 아무도 그 헤어스타일에 대해 말은 하지 않지만, 그것 때문에 모두들 거의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그 악랄한 쌍둥이는 언젠가는 광란의 살인극을 벌일 것이다. 이런 얘기도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모두들 그것 때문에 거의 매일 밤 악몽을 꿀 것이고, 때로는 낮잠을 자면서도 악몽을 꿀 것이다. 모두가 박스를 접고 있다. 마치 데이비드 린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앤드류는 맨해튼에서 어떤 여자와 함께 라는 영화를 봤다. 그들은 그 영화를 보고 중국음식을 먹었다. 그 여자애는 계속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앤드류는 그 여자애가 마음에 들었다. “오늘 같은 날이 또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자기 집 문 앞에서 말했다. “그래야겠지.” 앤드류가 말했다. “전화할게.” 그녀가 말했다. 앤드류는 몇 달 후에 길 건너편에서 우연히 그 여자애를 봤지만, 그녀 쪽에서 눈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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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eeee 사랑하고 싶다 - 8 옮긴이의 말 - 지루한 농담 같은 삶, 잠꼬대 같은 저항과 기대 - 205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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