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랫동안 현장에서만 살아왔다. 그 동안 손에는 대패, 먹칼이 쥐어져 있었고, 나무와 집을 한시라도 떠난 적은 없었다. 목수로 출발해 현재의 도편수 역할이란 좋게 말하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고, 아니면거친 설전이 일상 이다시피 한 해결사 같은 것이다. 이처럼 한옥 짓는 현장에서는 거칠 것 없는 왕노릇을 하지만,그 일을 글로 바꾸어 표현하는 건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어려움이었다. 많은 전문 분야, 그 중에서도 질투 날 만큼 매력적으로 잘 풀어 표현해 내는 한옥 관련 글들을 보며 나 역시 지저분하고 거친 현장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될 리가 없었다. 그저 저잣거리 말투와 뒤죽박죽 서툰 발화, 울퉁불퉁한 전개에 독자 여러분의 아량을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집을 짓는 과정을 ‘구체적으로’말하고자 했던 것은 한옥을 좋아하고 살고 싶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고민해 왔고, 이 집에 이르러서야 용기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집에 관한 인문적 지식이나 집 짓기 기술에 관해서라면 이미 훌륭한 저작들이 많다.그러나 집을 말하는 것이 아닌 집으로 말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작은 한옥 한 채를 어떻게 지었는지’ 사실 그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집을 짓는 일이라 당연히기술, 과정에 관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열두 평 한옥을 지었던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집 한 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도 함께 담으려 노력했다. 현장에서 매 순간 쓰고 찍었던 800여 개의 메모와 2,000여 장의 사진이 바탕이 되었다. 아마 한옥을 좀 더 가까이에서 살피고자 하는 분이라면보다 편하게살아있는 내용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장의 생동감을 살리며 구체적인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대한 몇 가지 사소한 걱정이 있다.먼저, 나를 포함해 집을 짓는 과정에 참여한 여러 분들의 기억, 의견, 주장이 사실과 어긋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한옥 시공과 관련한 정보가 거의 없는 시장에서 한두 권 책의 시공 사례가 과거 상당 기간 매뉴얼로 자리매김되어 왔기 때문에 이 글 역시 그리 될까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다. 교범이 아닌 친절한 조언으로 받아들이신다면 감사하겠다. 또 어떤 내용은 독자 여러분의 생각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책 속에 드러나 있는 개인들의 사적 영역이 침해받을까 염려된다. 기우이기를 바라며, 이 집에 대해 반박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도구는 ‘집’이라 말해주고 싶다. 그것을 소위 ‘진검 승부’라고 부른다면 마다할 이유가없다. 본문에 나오지 않지만 집을 짓는 동안 그리고, 책을 낼 때까지보이지 않게 도와주신 분들이 있다. 최재원 큐레이터, 최성욱,성아 남매, 마을 어른들을 포함해 오거리 청룡건재 정경녀 사장, 통인시장 안의 삼화식당홍경자 사장, 루이스앤에드워드의루이스 사장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원고를 다듬어 빛나게 해 준 돌베개 출판사의 이현화팀장과기꺼이 책 출간을 결정해 주신 이철희 사장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감사해야 할 분들이 있다. 최초의 스승들인 위유환, 임임모, 이황기, 김창우, 백판인, 박영길, 박주환, 이신열. 이 어른들은애초에 따뜻한 말 같은 건 잘 못하신데다 오막살이(당시 유행했던 담배 ‘오마샤리프’) 심부름이나 시키곤 하셨지만, 어느 날엔가 당신들끼리 “쟈도 인자 목수라고 불러야 안 허겄는가..?” 하신걸 들었다. 이후 한 순간도 목수임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이 집에 대해 한 줌의 영광이라도 있다면 노인네 스승들께 돌린다. 아울러 가족들 모두에게도 마음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행여 이 책으로 인해 완공된 지 일 년이 훌쩍 지나 백 년 전 풍경으로 조용히 돌아가 있는 골목과 집 주인, 주위의 어른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호기심에 동네를 찾으신다면 언제나 환영하지만, 골목 안길까지 들어가시는 건 부디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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