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역자 서문 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인 미하일 바흐찐(1895-1975)은 심오하고 독창적인 철학체계로 신마르크스주의자, 구조주의자, 기호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왔다. 그동안 그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그는 여전히 마르지 않고 흘러넘치는 ‘지성의 우물’로 남아 오늘날에도 여러 학문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지적, 사상적인 멘토가 되고 있다. 바흐찐에 대한 다양하고 탁월한 많은 연구들 가운데, 최근에 그의 자작에 대한 종교철학적 분석을 시도한 글들이 영미권에서 출판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러시아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룬 연구는 19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존재했으나, 주로 러시아 정교회의 입장에서 다룬 연구가 대부분이다. 최근 영미권에서 나온 연구들은 정교회적인 시각을 넘어 종교철학 일반의 시각으로 바흐찐을 분석함으로써 이 주제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연구 흐름을 대표하는 책이 2001년에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출판한 『바흐찐과 종교: 믿음의 감정』(Bakhtin and Religion: A Feeling for Faith)이다. 영미권과 러시아 학자들의 글과 편집자 서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타자에 대한 사랑, 책임성, 대화, 그리고 외재성과 같은 바흐찐의 주요 개념을 종교철학적 맥락에서 분석한 후, 바흐찐을 종교와 대화하는 사상가로 제시한다. 본서에서는 그의 사상이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 세르게이 불가꼬프, 블라디미르 로스끼, 그리고 그레고리 플로롭스끼 등과 같은 러시아 정교회 사상가들의 사상뿐만 아니라, 성 어거스틴이나 니사의 성 그레고리와 같은 초기 기독교 사상가들의 사상과도 유사성을 보인다는 관점이 조심스럽게 제시되어 있다. 바흐찐의 ‘나와 타자’의 관계 모델이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철학사상이나, 성 어거스틴의 ‘자비로운 명령’의 개념에서처럼 모두 타자인 신의 역할을 강조한다고 보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이 책은 바흐찐 자신이 만들어 낸 신조어인 'Feeling for Faith'(믿음의 감정)을 은유로 사용하면서 바흐찐의 종교철학적 특징을 규명하려고 시도한다. 즉 정교회나, 진화, 인류, 혁명과 같은 특정한 ‘신앙’이라는 의미에서가 아닌, 더 높고 궁극적인 가치를 향한 통합적이고 인격적 태도인 ‘믿음의 감정’을 바흐찐이 중시하였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바흐찐을 전적으로 기독교 전통에만 잘 맞는 사람이라고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신과 기독교 전통’에 대해 열려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견해에 대해서, 특히 정교회 신앙에 대한 바흐찐의 태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술한 것처럼 이 책은 정교회를 넘어 종교철학 일반의 시각으로 바흐찐 텍스트의 종교성을, 그것도 러시아뿐만 아니라 영미권의 학자들을 포함하여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 주제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의 길을 열어 놓았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번역을 통해 이 주제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바흐찐의 사상을 정교회의 시각으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바흐찐 사상을 정교회에 외재한 기독교 일반의 시각으로 검토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종교철학 일반의 시각으로 연구하는 것도 이 주제에 대한 객관적 연구를 담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다. 러시아 기독문화 연구회는 러시아 문화 전반에 드러난 기독교적인(혹은 정교적인) 전통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2004년 봄에 모여 만든 모임이다. 연구자들 모두의 관심을 끌 수 있고, 한국의 학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물색하던 중 바흐찐과 종교와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2005년도부터 대략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여『바흐찐과 종교: 믿음의 감정』을 읽고 토론했다. 본 번역서는 지난 3년간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번역을 위해 격려해주고 또 편집자 서문을 써 주신 칼빈 대학교의 수잔 펠치 교수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하고, 인문사회연구기금을 통해 도움을 준 부산대학교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주제에 대한 연구의 길을 열어 학문과 신앙의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역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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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서문 : 믿음의 감정 ? 수잔 펠치와 폴 콘티노 공역공공 역 2. 바흐찐과 사랑의 해석학 ? 앨런 제이콥스 홍 대 화 역 3. “미학적 행위”에 있어서의 철학과 신학 ? 그래함 페치 최 동 규 역 4. 바흐찐의 초기 사상에 나타난 첫 번째 아담과 두 번째 아담 ? 루스 코츠 허 선 화 역 5. 바흐찐, 웃음, 기독교 문화 ? 세르게이 아베린쩨프 홍 대 화 역 6. 바흐찐 그리고 정교회의 비유적 표현 ? 찰스 로크 이 호 림 역 7. 러시아 정교와 바흐찐의 대화 그리고 언어학적인 보편주의에 대한 바흐찐의 비판 ? 알렉산다르 미하일로비치 최 윤 희 역 8. 부정 신학의 바흐찐 ? 랜달 풀 김 영 숙 역 후기: 희망의 형식으로서의 충만함 ? 캐릴 에머슨 이 용 권 역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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