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을 내면서 ‘열린 생각과 말하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대학 교양 강좌의 이름이기도 하다. 왜 대학은 ‘열린 생각과 말하기’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정했을까? 다시 말하면 교양 교육과 ‘열린 생각과 말하기’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서양의 유기체 철학자이자 탁월한 교육사상가인 화이트헤드에 의하면 “교양이란 사고력의 활동이며 아름다움과 인도적 감정에 민감한 감수성이다.” 즉, 교양인이란 열린 생각과 창의적 사고를 발휘하는 합리적 인간이며,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느낄 줄 아는 심미적 인간이자 자기를 넘어 타자의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감수성을 지닌 감성적 인간이다. 합리성과 심미성 그리고 감수성은 교양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러한 덕목을 갖출 수 있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이러한 덕목을 갖추고 있는 교수와 이러한 덕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만남의 장인 대학에서 서로의 ‘열린 생각’과 ‘진실한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열린 생각과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생각’과 말하기, 즉 ‘언어’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생각을 열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열어야 할 ‘생각’ 그 자체, ‘언어(말)’ 그 자체다.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라고 규정했을 때 여기에는 실체인 인간과 속성인 생각을 둘로 나누는 실체-속성의 사유도식이 전제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생각하는 나’가 ‘생각’을 떠나서 존재한 다는 사고가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떠난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아니 생각이 곧 바로 나, 자기 자신이다. 또한 인간은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실체-속성의 사유도식이 전제되어 있다. 즉 ‘언어를 구사하는 나’가 ‘언어’를 떠나서 존재한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를 떠난 나’는 생각할 수도 없다. 아니 언어가 곧 바로 나,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자기의 ‘생각’이 곧 ‘자기 자신’이며, 자기가 언표(言表)하는 ‘언어’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 속에서 자기를 보면 불신(不信)이 생기지만, 자신 속에서 세상을 보게 되면 신심(信心)이 생긴다.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불신으로 가득 찬 자는 언제나 밖에서 길을 찾는 반면, 신심으로 충만한 이는 항상 안에서 길을 찾는다. 그렇지만 길은 밖에 있는 것도 아니요 또한 안에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여기 걸어가는 그것이 바로 길인 것이다. 그 길, 그 걸어가는 길, 언제나 떠날 수 없는 길은 곧 생각과 언어라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길에서 넘어진다. 다시 말하면 생각을 하는 순간 죄를 범하게 되고(動念卽乖),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실상과 어긋나는(開口卽錯) 경험을 하게 된다. 따라서 넘어지게 한 것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 즉 자기의 생각과 자기의 언어에 의한 것이다. 길에서 넘어진 자, 길에서 일어서야 하는 법, 어떻게 하면 그 길에서 일어설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일어난 그 생각을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며, 언어로 표현된 자기 자신의 욕망을 반조(返照)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언표된 자신의 욕망을 반조하는 사람을 우리는 임시로 하느님, 부처님, 성인이라 부른다. 사람은 누구나 본래의 모습은 하느님이며 부처님이며 성인이다. 다만 자기 자신을 회심(廻心)하지 아니한 생각을 일으킬 때, 자기 자신을 반조하지 아니한 말을 할 때, 바로 그 순간 죄인?중생?소인이 되는 것이다. 생각을 열고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단순히 암기한 넓은 지식과 임기응변적 달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각이 일어난 그 자리, 반조되지 않은 말이 표현되는 그 순간, 깜짝 놀라면서 자기의 본래 모습을 보고 참회하는 그 순간 성취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직관하는 것, 이러한 직관을 도와주는 것이 이 강좌이며, 또한 그 과목을 통해 만나는 학생과 교수가 할 일이다. 이렇게 될 때 진정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함께 성장하면서 동시에 스승과 같은 친구[師友]가 되고 친구와 같은 스승[友師]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제1부 이론편과 제2부 실전편으로 구성된다. 제1부는 다시 3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열린 생각과 말하기’에서는 키워드인 ‘생각’과 ‘언어’에 대해서 생각과 언어가 곧 자기 자신임을 철학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제2장 ‘말하기의 준비’에서는 말하기의 핵심이 단순한 기술 내지 기법이 아니라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여 이것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찰하고 있다. 제3장 ‘말하기의 실제’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구축한 콘텐츠를 실제로 청중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발표와 토론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제2부 실전편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이 주제들은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고민해야 할 것들을 대략 망라한 것이다. 여덟 개의 주제는 ‘세대와 청년문화’, ‘언어와 민족’, ‘유럽중심주의의 신화’, ‘자본주의와 노동’, ‘정보기술의 명암’, ‘소비사회와 욕망’, ‘현대사회와 가족’, ‘생명과 윤리’ 등이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배가 있어야 한다. 배가 없다면 건너기가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야 한다. 배를 버리지 않는 한 다음 강을 만나고자 하는 모험을 강행하지 않는다. 이 교재도 마찬가지로 강을 건너는 배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여러분이 강을 건넜다면 이 책도 버려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은 무엇이고, 건너야 할 이쪽과 저쪽은 어디인가? 끝으로 이 책에 글을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필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목차펼치기접기
열린 생각과 말하기 머리말 제1부 이론편 제1장 열린생각과 말하기 ? 13 1. 의사소통과 소통의 부재 13 2. 언어의 본질과 권력 17 3. 생각과 정신, 자기의 본래모습 23 4. 생각과 언어를 넘어 자유로운 정신으로 34 5. 열린 생각과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41 집중 탐구 / 51 제2장 말하기의 준비 ? 53 1. 말하기의 중심은 콘텐츠다 53 2. 콘텐츠는 말을 넘어 전달된다 75 집중 탐구 / 80 제3장 말하기의 실제 ? 81 1. 발표 81 2. 토론 96 집중 탐구 / 122 제2부 실전편 제1장 세대와 청년문화 ? 125 1. 청년문화와 대학 127 학습 길라잡이 / 140 2. 68운동: 새로운 세대와 대항문화, 그리고 대학 141 학습 길라잡이 / 148 3. 위기의 청년세대 149 학습 길라잡이 / 165 집중 탐구 / 166 더 읽을거리 / 168 제2장 언어와 민족 ? 169 1. 언어의 생태학 171 학습 길라잡이 / 178 2. 언어와 민족주의 179 학습 길라잡이 / 185 3. 모국어, 국어, 공용어, 교통어 186 학습 길라잡이 / 193 집중 탐구 / 194 더 읽을거리 / 196 제3장 유럽중심주의의 신화 ? 197 1. 서양이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199 학습 길라잡이 / 203 2. 유럽 보편주의와 인권 204 학습 길라잡이 / 206 3.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207 학습 길라잡이 / 216 집중 탐구 / 217 더 읽을거리 / 218 제4장 자본주의와 노동 ? 219 1. 자본주의와 인간 221 학습 길라잡이 / 230 2. 노동과 소외 231 학습 길라잡이 / 241 3. 복지국가와 실업 242 학습 길라잡이 / 258 집중 탐구 / 259 더 읽을거리 / 261 제5장 정보기술의 명암 ? 263 1.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 265 학습 길라잡이 / 273 2. 왜 인터넷에 중독되는가? 274 학습 길라잡이 / 279 3. 지적재산권에 반대한다 280 학습 길라잡이 / 288 집중 탐구 / 289 더 읽을거리 / 291 제6장 소비사회와 욕망 ? 293 1.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295 학습 길라잡이 / 304 2. 외모 관리의 정치적 효과 305 학습 길라잡이 / 311 3. 금욕주의에 대한 비판 312 학습 길라잡이 / 315 집중 탐구 / 316 더 읽을거리 / 318 제7장 현대사회와 가족 ? 319 1.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 321 학습 길라잡이 / 329 2. 결혼과 가족 330 학습 길라잡이 / 347 3. 공동체적 생활양식의 변화 348 학습 길라잡이 / 353 집중 탐구 / 354 더 읽을거리 / 355 제8장 생명과 윤리 ? 357 1. 줄기세포는 만병통치약일까? 359 학습 길라잡이 / 365 2.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협 366 학습 길라잡이 / 373 3. 우리에게 동물은 무엇인가? 373 학습 길라잡이 / 389 집중 탐구 / 390 더 읽을거리 / 393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