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우리에게 국가, 시민사회, 시장, 민주주의, 정치는 기호재가 아니라 생필품이다. 우리는 국가, 시민사회, 시장, 민주주의, 정치 없이 살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국가, 시민사회, 시장, 민주주의, 정치는 상태가 좋지 않다. 생필품인데 양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삶의 어려움과 좌절과 비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질이 좋지 않은 생필품을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산다는 것은 상당히 지치고 힘이 드는 일이다. 절대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 우리에게 국가, 시민사회, 시장, 민주주의, 정치는 어머니 뱃속 같은 존재들이다. 우리는 국가, 시민사회, 시장, 민주주의, 정치라는 어머니 자궁에 배태되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우리 어머니 뱃속 자궁은 건강과 배려와 자상함과 사랑이 넘치는 곳이 아니라 피곤함과 무관심과 배제와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곳에 가깝다. 우리는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자유, 생명, 권리를 지키고 공동체의 결속과 발전을 실현하는 데 있다. 그런데 우리 국가는 이들 존재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시민사회를 지배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국가는 시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자신의 발전과 안보를 위해 존재한다. 우리 국가는 시민 아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위에 군림한다. 우리 국가는 자신의 주인인 시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유아독존 국가이고 주객전도 국가인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국가는 ‘국가 없는 국가’, ‘국가 아닌 국가’에 다름 아니다. 우리 국가는 또한 강한 국가이고 국가중심주의 국가이다. 우리 국가에서 시민사회와 시민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이고, 능동이 아니고 수동이다. 국가가 주체이고 능동인 반면, 시민과 시민사회는 객체이자 수동이다. 국가가 주인이고 시민과 시민사회는 하인인 것이다. 주권재민. 주권은 시민에게 있다. 국가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중심주의 국가, 과대성장 국가 밑에서 우리 시민과 시민사회는 주인의식과 자율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다. 주인의식과 자율성을 망각한 시민들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인 것이다. 시민사회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집이다. 시민사회가 시민 모두에게 자유롭지 못하면 그건 좋은 시민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시민사회에서 자유롭지 않은 시민이 많다. 우리 시민사회는 심각하게 편파적으로 기운 경기장이다. 편파적으로 기운 경기장에서 모든 시민이 자유롭기는 어렵다. 시민사회의 중심축 중에 하나인 공론장(public sphere)은 독과점적인 보수일변도 언론에 의해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으며, 시민사회의 또 다른 중심축인 시장은 시민사회의 빈부격차와 시민들 간의 반목을 확산하는 본거지로 기능하고 있다. 왜곡된 공론장으로 인해 시민들의 사상과 양심이 자유롭기 어렵고, 확대된 빈부격차로 인해 시민들은 다른 시민과 시민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소외’는 ‘자유’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우리 시민사회에서 시민 의식과 시민 정치성을 지닌 시민은 다수가 아니다. 주권의 소지자이자 행사자로서 자신이 국가와 시민사회의 주인이라는 의식과 정체성을 지닌 ‘깨어 있는 시민’이 다수가 아닌 소수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시민 없는 시민사회’의 성격을 지닌다. 우리 시민사회가 시민들의 자유로운 집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시민사회가 ‘시민 없는 시민사회’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시민사회 아닌 시민사회’에 가깝다. 우리 시민사회는 또한 허위의식과 과잉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다. 우리 시민사회는 반공주의, 반북주의, 지역주의, 반복지주의, 반노동주의, 성장지상주의, 국가중심주의와 같은 허위의식에 깊게 빠져 있으며, 수구꼴통과 종북좌빨로 상징되는 과잉 이데올로기 갈등에 빠져 있다. 자유로워야 할 시민사회가 언론 왜곡과 빈부격차, 허위의식과 과잉 이데올로기 갈등이라는 늪에 깊게 빠져 있는 것이다. 늪 속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 시민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에 종속된 시민사회’라는 점이다. 주권은 시민에게 있고 국가의 주인은 시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들의 집이자 삶의 영역인 시민사회와 그 구성원인 시민들이 국가를 주도하고, 시민과 시민사회가 국가 위에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다르다. 거꾸로다. 국가가 시민사회를 주도하고, 국가가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는 구조가 공고화된 것이다.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역전된 이러한 구조는 시민들이 시민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국가에 구속되고 종속되게 만든다. 우리는 국가, 국민, 국회, 민의, 민심, 민생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우리에게 정부, 시민, 의회, 시민의 생각, 시민의 마음, 시민의 삶과 같은 용어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언어는 심층 구조의 표현이다. 우리 언어도 시민과 시민사회 중심주의가 아니라 국가중심주의에 강하게 물들어 있는 것이다. 시장의 존재 이유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인간이 만든 제도로서 기본적으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사람을 위한다는 말은 다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만이 사람을 위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시장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최우선시 한다. 우리 시장은 자유시장, 경쟁, 효율성만을 자신의 본질이자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효율적이지만 않고 경쟁적이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비경쟁적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 특히 가족이나 시민이나 국민처럼 같은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관용과 배려, 인자함과 사랑은 비효율적이고 비경쟁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유시장과 경쟁과 효율성의 3자 조합은 승자독식과 패자낙오와 빈부격차의 확대를 가져온다. 이런 문제는 자유시장과 경쟁과 효율성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시장’은 성장과 분배를 함께 고려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시장은 경쟁과 배려, 효율성과 인간다움이 함께 섞여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장은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는가? 우리 시장은 배려와 인간다움이 약하거나 없다. 경쟁과 효율성 중심의 시장은 ‘사람 없는 시장’, ‘시장 아닌 시장’에 다름 아니다. 우리 시장은 현재 그 본질에 있어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효율적인 것만이 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경쟁과 효율성만으로 사람은 살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시장은 우리 시민들에게 이런 시장을 강요하고 있다. ‘탈인간화 된 시장’, ‘동물의 세계가 된 시장’, ‘약육강식 시장’, 이것이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시장 본래적 목적과 기능을 망각한 우리 시장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민주주의는 본래 ‘인민 모두의 지배’(rule by the people)를 목표로 하는 이데올로기이자 정치체제이다. ‘인민 모두의 지배’를 위해서는 인민 개개인 모두가 동등하게 소중하다는 공동체 구성원 공동의 인식과 약속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의 동등함과 소중함을 최우선시하는 이데올로기이자 정치체제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민주주의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본래적 목적과는 상당히 괴리된 형태를 보이며,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와 문제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인민 모두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선출된 소수 엘리트 중심의 ‘그들만의 민주주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인민 모두의 지배가 아니라 소수 지배가 되어버린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본궤도에서 상당히 이탈한 민주주의이다. 달로 가야할 로켓이 화성에 가 있는 꼴이다. 이건 좋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 민주주의가 본궤도에서 상당히 이탈한 민주주의라는 점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률 간의 심각한 괴리에서도 확인된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국회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왜곡되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의 표심이 왜곡된다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가 오작동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표이다. 우리 민주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우리 민주주의가 어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민주주의의 지향점이 자유민주주의인지, 사회민주주의인지, 공화민주주의인지 불분명하다. 그리고 오작동 중인 우리 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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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5 1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17 1. 국가, 22 2. 시민사회, 93 3. 시장, 133 4. 민주주의 , 144 5. 정치, 159 참고 문헌, 176 2부. 왜 시민주권인가?, 179 1. 시민, 181 2. 시민사회, 226 3. 시민사회운동, 259 4. 국가, 288 5. 주권, 349 6. 시민권, 375 7. 시민주권과 시민주권운동, 399 참고 문헌, 44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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