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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크로즈

아이언 크로즈

박봉남 (원작), 김예신 (그림)

서해문집·2017-07-15

  • 235쪽
  • 사회과학
  • KDC 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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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문 기억하라, 이름 없는 이들이었으되 최고의 노동자였다고 1 그들을 만나고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치타공 해변을 처음 목격했던 그 순간의 느낌이 지금도 선연하다. 갯벌 위에 유령처럼 서 있던 수많은 폐선박들, 기름을 태우는 연기와 폐기물로 뒤덮인 작업장, 노동자들의 쩍쩍 갈라진 맨발과 어깨에 깊이 팬 상처… 그 풍경은 참혹했고 강렬했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배들의 무덤’에 들어간 나는 노동자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루 1~2달러의 저임금, 한 해에 20여 명의 노동자들이 사고로 죽어가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비밀처럼 떠도는 소문이 많았다. 누구는 쇳조각이 뇌를 관통해서 죽었고, 누구는 가스통이 폭발해서 시신도 못 찾았고, 누구는 1톤짜리 철판을 나르다가 발목이 잘렸다는 이야기 . 나 역시 두 번이나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으니, 그곳은 ‘산 자들의 무덤’이기도 했다. 러픽, 벨랄, 악달, 알람… 그곳에서 만난 노동자들을 기억한다. 숙련공 러픽은 늘그막에 아들을 얻었고, 수줍은 미소로 본인이 장가를 갔다는 고백을 했던 벨랄은 지금도 치타공에서 살고 있다. 유난히 자부심이 강했던 악달은 이제 고향으로 돌아갔고, 몇몇 노동자들은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곳을 떠나오기 전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당신들은 어쩌면 평생 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라. 적어도 당신 자식들은 아비의 삶을 기억할 것이니. 당신들은 최고의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그래픽노블은 나의 다큐멘터리 영화 I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길을 놓아준 강경란 선배와, 오랜 기간 이 그래픽노블에 매달린 김예신 작가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누군가 그들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름 없는 이들이었으나 최고의 노동자였다고. _ 감독, 박봉남 2 2013년 봄,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인근의8 층짜리 의류 공장이 무너져 내렸다. 부패한 건물주와 부실한 공사, 열악한 노동 환경이 만들어낸 최악의 건물 붕괴 사고였다. 이 사고로 인해 1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했다. 나는 사고 이튿날 다카에 도착했다. 다큐멘터리 영화I r의 후일담을 취재한 후 그래픽노블에 담기 위함이었다. 사방에서 사망자 숫자가 갱신되는 뉴스가 들려왔지만 다카의 노동자들에겐 애도할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도로는 끓는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누비는 인력거꾼들로 가득했고, 도로변엔 여인들이 쪼그려 앉아 벽돌을 깨고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뒤로 한 채 항구도시 치타공으로 향했다. 고층 빌딩 대신 우뚝 솟아 있는 녹슨 대형 선박. 연기를 타고 코를 찌르는 기름 끓는 냄새. 가파르게 솟은 철판에 맨몸으로 위태로이 붙어 있는 노동자들의 육체. 다카의 풍경이 참혹한 현실이었다면, 치타공의 풍경은 비현실에 가까웠다. 이곳에서 많은 노동자를 만났다. 그들은 여전히 목숨을 내던지며 일했고, 여전히 가난했다. 이토록 힘들고 위험한 노동을 어떻게 견뎌내느냐 물었을 때 그들은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이 일은 신이 주신 선물이고,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라고. 나는 이 대답을 듣고 이들의 삶이 순응적이고 체념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맨몸으로 높이 25미터, 길이 300미터에 달하는 쇳덩이를 부수고, 자르고, 녹여내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초대형 선박을 해체하는 것. 이것이 이들에겐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최대한의 투쟁이자, 운명을 향한 목숨 건 저항이었다. 그래픽노블 《아이언 크로즈》는 노동에 관한 이야기다. 땀과 기름이 뒤섞이고, 살과 쇠가 부딪히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현장을 생생히 담아내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작품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제 와 돌아보니, 그 현장을 지면에 그대로 담아내려는 시도는 욕심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작품이 온몸으로 운명에 저항해온 모든 이름 없는 노동자들을 향한 헌사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부족한 작가에게 과분한 기회를 주신 박봉남 감독님, 기획 단계부터 많은 도움을 주시고 오랜 기간 믿고 기다려주신 서해문집 식구들, 현지에서 모든 순간 친형제처럼 도와준 무나 씨와 산치타, 그리고 머나먼 타국에서 불쑥 찾아온 불청객을 손님이자 친구로 맞이해준 치타공의 모든 노동자들. 고맙습니다. _쓰고 그린 이, 김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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