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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고보와 이형의 신체들

아베 고보와 이형의 신체들

이선윤

(주)그린비출판사·2014-08-30

  • 문학
  • KDC 83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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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괴물은 혐오감을 줌과 동시에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일반적으로 터부시되는 것들과 대면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괴물의 본질은 터부의 내용이 상대적이고 사회마다 변화하기 때문에 문화마다 달라진다. 그리고 괴물들은 때때로 사회가 차이를 부정하고 일치를 강조하기 위해 부과한 터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제공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크리드의 지적처럼 괴물은 기괴한 면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깨운다. ‘경계와 위치, 규칙을 존중’하지 않으며 ‘정체성과 체계, 그리고 질서를 교란’하는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션abjection 개념을 차용한 여성 괴물에 대한 분석은 공포영화를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 크리스테바는 아브젝션이 어떻게 인간 사회에서 인간을 비인간과 분리하고 완전히 구성된 주체와 분리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는가를 탐구하고자 했다(바바라 크리드, 『여성괴물』, 12, 33~34쪽). 괴물과 여성성을 양 축으로 한 이 분석은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가 그려 내는 육체와 욕망, 성을 둘러싼 공포를 읽어 낸다. 크리드는 우리에게 문명이 얄팍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괴물을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 괴물과 문명, 문명을 낳는 기술의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아마 토마스 만의 소설이었던 것 같다. 먼 옛날, 사자가 아직 사자라는 이름을 갖기 이전에 사자는 악귀와 같은 무서운 초자연적인 존재였지만, 사자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 인간이 정복 가능한 단순한 야수가 되어 버렸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분명 미지의 존재가 기지의 존재보다는 훨씬 불길하고, 에너지의 포텐셜도 높다. 전국의 대부분 동물원에 보급되어 맹수의 문고본화되어 버린 사자보다는, 숲 속의 괴물 X가 훨씬 무서울 것이다. 그러므로 미스테리도, SF도, 괴담도 그 방법에 따라서 뿌리 깊은 존재 이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SFその名づけかたきもの」, 『安部公房全集 020』, 52~54쪽) 일본의 현대 작가 아베 고보安部公房(1924~93)는 1940년대 말 실존주의적 작품으로 집필활동을 시작하여 이후 초현실주의 및 SF풍의 작품을 다수 집필한 대표적 전후파 작가이다. 일본의 카프카로 불리기도 했던 아베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소재 및 설정을 통해 인간의 소외와 국가 및 사회의 폭력 문제 등을 다루었다. 그의 작품들은 냉전기의 소련 및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에까지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으며 당시 가장 많은 언어로 작품이 번역된 일본어 작가였다. 아베 고보는 1966년 2월호 『SF 매거진』에서 괴물이 지니는 잠재력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사자의 정체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던 시절에 이 위협적인 동물을 대면한 인간들은 그 힘의 한계조차 파악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 앞에서 강한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가진 악마와 같은 놈이 깊은 수풀 속에 살고 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주위로 퍼지면서 이 괴물에 관한 공포는 점차 증폭되어 갔을 것이다. 이름이 없던 시절의 사자는 생명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괴물이었지만 인간이 맹수의 일종으로 사자를 인식하게 되고 그 습성이나 생태가 파악되면서 사자는 사냥이나 포획이 가능한 동물로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사자는 현대에도 여전히 강한 신체적 능력과 공격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는 이제 도시의 한 구획 안에 있는 동물원 안의 우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보급판 맹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사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깊은 숲 속의 ‘동물 X’라고 하는 편이 훨씬 더 무서운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대상의 인식을 필요로 하며 그 인식 대상은 하나의 정보로서 파악된다. 정확하게 인지되지 않는 대상은 인간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며 그로 인한 불길한 상상은 점차 증폭되어 갈 것이다. 우리는 동물을 인식하는 경우 종적인 카테고리 구분을 염두에 두게 된다. 네 발로 기어 다니며 날카로운 이와 발톱, 황금빛 털과 갈기를 갖고 있는 이 동물은 사자의 특징을 지닌 외형이라고 인식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생물의 유형적 특징과도 일치하지 않는 동물이 출현했을 때,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과 마주쳤을 때의 당혹감은 신종 발견의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전이될 수도 있으나, 무방비 상태에서 직면한 위협으로 감지될 수도 있다. 이 위협에 대한 공포감은 증식되고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괴물이 그곳에 출현한다. 아베 고보가 “미지의 존재가 기지의 존재보다 훨씬 더 불길하며 에너지의 포텐셜도 높다”고 말한 것처럼, 명명되지 않은 존재는 불안감을 준다. 그때 인간을 당혹스럽게 하는 망설임의 순간이 출현하며 이 인식적 틈새에는 일종의 역동적인 가능성이 숨어 있다. 본서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아베 고보가 그린 규정지을 수 없는 괴물의 표상을 다루면서 일본의 현대사적 문제들 속에서 인간도, 또 다른 종의 생물도 아닌, 경계선상의 괴물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소비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서구적 전통에서의 괴물 쇼파르는 “괴물은 동물이나 인간의 자연스러운 기준에 비해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잉·결핍·부분 기형 혹은 다른 계에 속하는 부위들이 잘못 덧붙여진 존재라는 것이다. 괴물에 대한 학문인 기형학이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조프루아 생틸레르에 의해 창시되었다는 것이 시사하듯, 괴물에 대한 연구는 식민자들이 피식민지를 연구하듯 제거와 분리 혹은 교정의 대상으로 괴물을 응시해 왔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산물이 지리학, 자연사, 여행기 등을 거치며 더욱 풍부해지면서 중세 괴물들에 대한 해석의 토대가 형성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인간이 알 수 없는 신의 의지로 인해 괴물이 나타난다고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이성으로 알 수 없는 이형異形의 존재를 신과 관련하여 해석하려는 경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알 수 없는 영역에서의 최고 권위인 신에게 기대어 이형의 괴물을 처리하고, 배제되어야 하는 존재의 설정을 통해 오히려 신앙체계를 굳건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괴물이라 불리는 이형의 존재들을 신앙과 관련하여 해석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과학기술에 의한 이형화의 예를 접하며 살아간다. 어떠한 형태의 괴물도 제작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제작된 혹은 돌출된 괴물이라도 이를 접한 순간의 충격은 일정 효과를 지닐 것이다.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신체와 다른 모습의 이형의 신체를 접한 당혹감은 우리의 지식으로 이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어낼 수 있는지 혹은 그것을 포기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일본 현대 아방가르드 예술운동과 괴물의 개념 하나다 기요테루花田?輝는 ‘괴물적’デモ―ニッシ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아방가르드 운동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하나다 기요테루는 『새로운 예술의 탐구』新しい芸術の探求(1949)의 서언에서 “본래 예술운동은 괴물적인 것이다. 운동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우리의 모습이 백귀야행百鬼夜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베 고보는 전후 아방가르드 예술운동 그룹 전후파 예술운동의 거점이 된 요루노카이夜の?(밤의 모임)에 참가했다. 1948년에 하나다 기요테루, 오카모토 다로岡本太?, 하니야 유타카埴谷雄高를 중심으로 결성된 요루노카이에 참석했던 아베 고보는 이 모임에 참가한 직후 여기에 참석했던 20대의 젊은 문학자, 미술가 등과 함께 같은 해 5월에 결성된 예술운동 조직 세이키노카이世紀の?(세기의 모임)를 주도했다. 아베 고보가 사용하는 괴물이라는 표현은 불안감을 주지만 높은 잠재적 에너지와 운동성을 내포하며, 미지의 존재로서 텍스트를 성립시키는 예술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괴물성은 전통이나 이성에 대한 인간의 무비판적 신념을 전복시키는 일종의 동력이다. 아베는 자신의 문학을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혹은 정체를 알 수 없어서 더 큰 잠재력을 지니는 숲의 괴물 X와 같은 것으로 구축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 아베 고보가 착목한 이 괴물성에서는 문학과 예술 작품에 내재하는 일종의 가능성이 있다. 아베가 초기의 실존주의적 문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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