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간디와 맞선 사람들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간디에게 조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내가 간디에 대해 “왜?”라는 의문을 품게 된 것은 2006년에 “암베드까르와 독립운동”이라는 논문을 쓰면서부터였다. 간디는 불가촉천민을 ‘신의 자식(하리잔)’이라고 부르며 불가촉천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불가촉천민 출신인 암베드까르의 투쟁에 힘을 실어주거나 함께 투쟁하지 않은 것일까. 그런 의구심이 들면서 간디에게 조금은 언짢은 마음을 가진 상태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을 쓰는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간디와 맞선 사람들을 쓰기 위해 내가 택한 방식은 몇 개월씩 간디와 맞선 4명의 인물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었다. 즉 처음 몇 개월은 암베드까르가 되어 간디와 맞서며 살았고, 그다음 몇 개월은 보세가 되어 간디와 맞서며 살았던 셈이다. 그렇게 4명의 인물이 되어 살면서 나는 ‘간디는 왜 암베드까르에게 불가촉천민 운동을 맡겨두지 않았을까? 보세에게는 왜 그렇게 냉혹했을까? 진나에게는 왜 또 그리 박절했을까? 왜 사바르까르를 그렇게 몰아세웠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 마음으로 간디와 맞선 4명의 기초자료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내가 잊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명의 인물이 되어 살아보았듯이 간디가 되어 사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간디의 그늘에서 혹은 간디의 라이벌로 악역을 맡았던 그들에게 지나친 동정표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간디가 자신과 맞선 사람들에게 냉혹했듯이 나 역시 간디에게 너무 냉혹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료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간디의 입장에서 그와 맞선 사람들의 자료를 재검토하기 위해 4명의 인물 사이에서 간디가 되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세에게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에서 내가 간디가 되어 보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다시 보세가 되어 자신의 주장을 펴보기도 하니 처음에 정리했던 자료와는 다른 시각이 생겼다. 그렇게 주고받기 식의 대화를 해보고 나자, 간디와 맞선 그들이 동시대에 있었기에 그리고 그들이 대립했기에 간디의 비폭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군대를 이끌고 임팔을 건너 인도로 진격하려 한 보세가 없었다면, 간디의 정신을 받아들여 모두 비폭력에만 매진했다면 간디는 그저 간디로 남았을 뿐 우리에게 그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진리를 전하려 애썼던 마하트마로 다가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러한 경험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고난이 없다면 진리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경험 말이다. 영국의 식민지배라는 악재가 인도의 많은 애국자를 낳았듯이, 그와 대립한 사람들을 통해 간디는 끝없이 더욱 깊이 진리를 확신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맞선 사람들에게 간디는 어떤 존재였을까. 억압받는 불가촉천민의 아버지로, 군대를 이끌고 인도로 진격한 혁명투사로, 두 개의 나라로 나뉜 파키스탄의 아버지로, 힌두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힌두민족주의자로 살아간 그들에게도 간디가 있었기에 자신들의 신념을 주장하는 한편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간디는 물론 그와 맞선 사람들을 심판대에 올려놓고 심판하려는 책이 아니다. 간디의 명성에 흠을 낼 부정적인 측면을 들춰내자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맞선 사람들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대립관계가 존재하는 세계가 바로 현실이고, 그렇게 대립하는 존재들이 있음으로써 우리는 진리의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진리의 세계는 현실과 유리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립과 갈등이 존재하는 그곳에 진리가 있다. 폭력이 없는 곳에 비폭력의 구호가 등장할 수 없으며, 갈등이 없는 곳에 타협이라는 말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성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인물들의 내면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하지만, 정치가의 내면은 부정적 시각으로 보려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성인의 행위에서는 그 안에 있는 심오하고 위대한 정신을 읽어내려는 경향이 있지만 정치인들의 행위 뒤에는 뭔가 음모나 꿍꿍이가 있을 것 같은 시각으로 내면을 읽으려 한다는 것이다. 인도 대중에게 간디는 마하트마였고 성인이었다. 그래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어쩌면 그의 존재 자체에서 성스러움을 느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간디를 정치인으로 인식해야 했던 인도의 또 다른 정치인들은 간디의 행위 뒤에 있는 음모를 읽으려 하거나 자기 멋대로 만든 음모를 사실로 인식하려는 경향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암베드까르에게는 카스트 옹호자로만 보였고, 보세에게는 시대를 읽지 못하는 지도력 상실자였으며, 진나에게는 힌두만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 중심인물로 인식되었고, 사바르까르에게는 무슬림에게 끌려 다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간디는 마하트마이니 그가 한 행위는 모두 진리에 입각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간디가 옳은 만큼 그와 맞섰던 사람들에게는 뭔가 심각한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접어두고 이제 그들이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들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한계는 또 무엇이었는지 때로는 간디가 되어, 때로는 맞섰던 인물들이 되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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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일러두기·6 약어표·6 등장인물 소개·7 1부???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며·19 2부????? 간디 vs. 암베드까르: 하리잔과 달리뜨·25 1. 도띠와 넥타이·26 2. 시궁창과 스와라지·33 3. 불가촉의 족쇄 풀기: 쟁취와 자비·51 4. 사뜨야그라하 단식과 야비한 단식·87 5. 하리잔과 달리뜨·101 3부? 간디 vs. 보세: 위대한 영혼과 용감한 지도자·109 1. 물레와 호랑이·110 2. 한 줌의 소금이 만들어낸 열기와 갈등·117 3. 힘겨루기: 좌파와 우파의 대립·143 4. 히틀러에게: 충고와 지원 요청·176 5. 줄다리기와 총공격·192 6. 위대한 영혼과 용감한 지도자·236 4부? 간디 vs. 진나: 인도와 파키스탄의 아버지·245 1. 신념과 의심·246 2. 거목의 등장과 임무 교대·251 3. 거짓과 현실·275 4. 동상이몽의 대화·301 5. 인도와 파키스탄의 아버지·328 5부? 간디 vs. 사바르까르: 람 라즈야와 힌두뜨와·339 1. 아힘사와 암살·340 2. 돋보기로 읽는 역사·348 3. 더하기와 나누기·373 4. 미래를 위한 산실: 감옥과 군대·392 5. 비폭력주의자와 혁명주의자의 역설적 죽음·409 6. 람 라즈야와 힌두뜨와·429 6부? 마치며·437 연표·446 참고문헌·470 미주·487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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