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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술·미디어 철학의 갈래들

현대 기술·미디어 철학의 갈래들

이광석 김재희 심혜련 김성재 백욱인 이재현 홍성욱 이지언 오경미

(주)그린비출판사·2016-06-30

  • 312쪽
  • 기술과학
  • KDC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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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들어가는 글 기술·미디어 철학의 동시대적 맥락화 오딘의 방법 북유럽 최고의 신 오딘Oðinn은 세상의 지혜를 너무도 갈망했던 나머지 자신의 눈을 후벼 파 현인의 제물로 바쳤다. 아니 이도 모자라 자신의 몸을 던져 저승을 넘나들 정도로 실천적이었다. 그에게 세상의 지혜란 몸뚱이를 바쳐서라도 얻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무엇이었다. 마법까지 터득한 그는 불사의 경지에 이른다. 그것도 모자라 오딘은 두루 세상사를 접하고 남들보다 이를 깊게 받아들이기 위해 ‘후긴’과 ‘무닌’이란 까마귀를 부리고 세상 삼라만상을 앉은 자리에서 모두 다 보여 주는 마법의 의자 ‘흐리드스칼프’라는, 요샛말로 테크노-바이오 인지 장치까지 구비했다. 오딘에 대한 위키백과의 내용을 여기에 다시 옮겨 본다. 현세의 모든 지혜를 손에 넣기 위해서 현인 미미르의 우물에 자신의 눈알 한 개를 제물로 바쳤다. 다음에는 위그드라실에 목을 매고 스스로 자기 몸을 창으로 찔렀다. 단지 자신의 마력만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흐레 동안 오로지 명상에 집중하다가 그의 의식이 저승에 도달했다. 죽은 자들의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온 오딘은 그로부터 저승의 지혜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신비의 룬 문자를 깨우치게 되면서 18개의 강력한 마법들을 터득한 그는 결국 죽음마저 극복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가 되었다. 또한 오딘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세상의 모든 일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는 후긴과 무닌이라는 까마귀들이 매일 아침마다 날아와 세상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들을 정기적으로 알려 주기도 하고, 앉으면 세상의 이곳저곳(아홉 세상)을 다 볼 수 있는 흐리드스칼프라는 마법의 의자 덕분이었다. 오딘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몇 가지 분명한 가르침을 준다. 물론 우리 대다수가 오딘과 같이 지독한 신이 될 배짱이나 재주는 그리 없어 보인다. 조금 지나친 감은 있어도 현자가 되기 위해 그가 행했던 실천들, 한쪽 눈을 뽑아 지식을 얻고 저승의 지혜를 얻기 위해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현실 기술과 공생하려는 적극성과 담대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인간 문명의 소산인 기술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 인간의 학습 속도를 넘어섰고 그것의 태생과 변화의 종착지 또한 알 길 없는 것이 오늘날 기술에 주눅든 인간의 모습이다. 오늘날 인간은 오직 소비만을 강요받고 길들여져, 무언가를 쓸 줄은 알면서도 그것의 원리와 맥락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설계와 디자인은 일상을 영위하는 우리에게 영원히 금기이자 ‘암흑 상자’일 뿐이다. 암흑 상자의 뚜껑을 열어 만천하에 그것의 속내를 드러내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떤 열쇠로 어떻게 열어야 할 것인가에 이르면 여전히 난감하다. 또 하나의 진실. 오딘은 위대한 마법사의 권좌에 오르고서도, 아홉 세상의 새로운 흐름을 읽기 위해 자신만의 오감 ‘확장’ 기술 장치들(까마귀와 마법 의자)을 동원했다. 그 어디에도 갈 필요 없이 세상을 간파할 수 있는 힘은 기술들에 대한 주체적 수용 행위에서 비롯했다. 지혜를 얻기 위한 무모할 정도의 용기는 물론이고, 실제 세상을 읽어 내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 수용의 적극성을 보이는 오딘의 방법은 마치 장인이나 해커의 스타일을 연상케 한다. 오딘은 지혜의 기술에 생을 거는 용기를 낼 때만이 곧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치를 터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뼈아프게 각인시켜 준다. 동시대인들은 기술의 암흑 상자를 열려는 용기와 방법을 잃은 지 오래다. 상업주의적 자장과 엘리트 관료의 구상에서 작동하는 기술적 대상들은 오랫동안 대다수 우리를 기술에 대한 노예의 지위로 타락시켰다. 그럴수록 오딘의 방법을 통해 타자화된 기술 현실을 혁파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21세기 기술을 매개로 그리고 바로 그 기술과 함께 살아갈 현대인의 생존술에 관한 통찰을 주고자 한다. 오딘의 방법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은 동시대 기술의 암흑 상자를 열기 위한 몇 가지 유사 열쇠들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이런저런 연유로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간과했던 20세기 중요한 기술철학 이론가들을 이제사 재조명하는 까닭이다. 기술 포획의 ‘암흑 상자’: 기술철학이라는 열쇠 인간의 이성이 확고해지면서 숫자와 과학은 현실의 중립을 지키는 만고불변의 표상처럼 군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직관과 감성이 우세하거나 그와 동등한 지위를 지녔던 시절도 있었다. 그간 불행히도 기계의 내면을 파악하거나 아니 기계와 함께 하려는 현대 인간의 뱃심은 서서히 무너졌다. 오늘날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이를 자동화하는 인공지능의 위세는 인간 직관을 대신하려 하고 사물의 질서를 재획정하려 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인간의 삶, 철학, 인식론, 방법, 태도 등을 기술이 대신하는 포획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연결도 부족해 ‘초연결’ 사회에 열광하는 부족민이 되어 간다. 일부 학자들은 이제 질적 연구를 걷어치우고 하루에도 인류의 문명사만큼 생산되는 빅데이터 더미에서 삶의 진리를 찾으라고 부르짖는다. 사회적 반성과 성찰이 없는 기술의 향연은 결국 오늘만도 못한 미래를 만들어 낼 공산이 크다. 2016년 3월, 초국적 ‘의식 기업’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으로 격돌했다. 다섯 번의 대국에서 이세돌은 단 한 번 이겼지만, 이는 참으로 값진 승리였다. 많은 이들은 이세돌의 1승을 인공지능의 미세한 버그를 수정하는 ‘픽서’ 역할로 바라봤다. 기계의 입장에서 말이다. 그렇게 최첨단 기술의 기능과 효율의 관점에서 인간의 한 수는 비예측과 우발성의 인간 행위나 버그 정도로 취급된다. 구상, 직관, 통찰의 능력은 갈수록 과학 기술에 자리를 내주고 비루해진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이세돌의 단 한 차례 승리였지만 이는 아직 기술의 미래가 인간의 정서와 직관 안에 일부 거하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기도 하다. 완벽에 달한 것처럼 보이는 기계조차 언제나 인간의 조력을 기다리는 한계와 틈을 지닌 인공체임을 알리는 신호다. 아울러 기계가 인간의 우발적 직관까지도 대신하려 하지만, 영원히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영역이 남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는 곧 인류가 기계와 공존하는 한,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 잔존하고 첨단 기계들과 공진하면서 최종의 순간에 여전히 기술의 틈을 메꾸는 인간의 ‘지휘자’적 역할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주의와 기술 예찬은 인간이 기술을 암흑 상자로 남겨 두고 기술을 완벽으로 나아가는 대상으로 볼 때 극대화한다. 성찰 없이 기술의 숭고함을 기리는 행위는 궁극에는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날아와 기술 폭력과 재난으로 화한다. 이 책은 기술의 폭력과 포획으로 말미암아 삶을 지탱하는 근거들을 모조리 뿌리 뽑아 버리는 은색의 차가운 미래를 경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딘이 그렇게 갈망했던 지혜의 방법론을 동원해 동시대 과학 기술을 한껏 포용하려 한다. 이 책의 기획은 현 사회의 구조화된 체제가 된 기술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통찰을 요구하면서 이루어졌다. 오딘의 지혜에 대한 헌신과 용기처럼, 이 책에서 소개하는 중요한 기술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기술적 대상들과 이들의 총체에 대한 접근, 이들이 장차 인간 현실계와 주고받을 관계의 변증법과 공생 방식에 대한 비판적 해독을 배울 것이다. 즉 우리는 이 책에서 기술을 대하는 태도, 인간-기술의 상호 공존 방식, 기술을 매개한 통치 권력의 생성, 기술의 사회문화적 구성 원리, 체제화된 기술의 대안적 프로그래밍 등을 고민할 것이다. 이러저러하게 흩어져 인간을 놀라게 하고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고 인간들 각자의 두려움을 증가시켜 왔던 과학 기술의 암흑 상자를 열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일까? 과연 그 시대적 통찰력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이 책은 미디어·기술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오늘날 무섭게 변화해 가는 기술 혁신의 파고를 꿰뚫는 지혜를 얻고자 한다. 결핍의 보충 정도는 동시대 철학가와 이론가에게서도 얻을 수 있지만, 현실의 통찰은 과거 ‘응답’의 시대로 돌아가 따져 볼 필요도 있다. 무조건적으로 과거를 참고하는 방식이 아닌 의미 있는 비판적 통찰을 제시했던 기술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오늘의 기술 사회를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목한다. 기술의 사유…

목차펼치기

들어가는 글 ? 기술철학의 동시대적 맥락화 이광석 1부 미디어·기계?-?인간의 앙상블 1장 인간과 기술의 공생이 우리의 미래를 개방한다 ? 질베르 시몽동의 새로운 휴머니즘 김재희 ··· 28 2장 기술복제의 시대와 그 이후 ? 발터 벤야민의 예술과 아우라에 대한 사유 심혜련 ··· 66 3장 테크노코드와 커뮤니케이션 혁명 ? 빌렘 플루서의 기술적 형상과 코무니콜로기 김성재 ··· 54 4장 SNS 시대의 미디어철학 ? 마셜 매클루언과 인터넷 미디어의 미래 백욱인 ··· 78 2부 기술의 사회적 구성과 실천 5장 시간, 기억, 기술 ?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의 기술철학 이재현 ··· 152 6장 테크노사이언스에서 ‘사물의 의회’까지 ? 브뤼노 라투르의 기술철학 홍성욱 ··· 190 7장 테크노젠더와 몸의 미학 ?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이지언 ··· 222 8장 ?여성과 과학 기술 화해시키기 ? 주디 와이즈먼의 테크노페미니즘 오경미 ··· 252 9장 기술의 민주적 합리화 ? 앤드루 핀버그의 기술 비판과 대안적 실천 이광석 ··· 282 찾아보기 필자 소개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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