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작품해설 詩에너지의 서정적 ‘파워’ 형성 미학 - 진진욱 시집 《비에 젖은 40계단》의 시세계 홍윤기 일본 센슈대학 대학원 국문학과 문학박사(시문학)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석좌교수 (사)한국문인협회 고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시인에게서 詩에너지의 ‘파워’, 즉 ‘詩힘’이 그의 눈에 보일 때, 바로 그 ‘모멘트’(moment)에 비로소 시작업詩作業이 성공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한 견지에서 진진욱 제5시집 《비에 젖은 40계단》의 원고 뭉치를 몇 번 거듭 읽었다.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1908) 이래 한국 현대시는 2011년 현재로서 103년을 맞고 있기에 이제는 우리 것에 대한 새로운 시세계 개척이 바람직하다는 느낌 또한 커진다. 그동안 많은 시인들이 배출되면서 한국시는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시의 표현 수법을 ‘이야기화化’시켰던 것은 고찰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필자는 항상 노래로서의 시가 정도正道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바람직한 우리 것의 새로운 노래가 제시된 작품을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진진욱 시작품을 한 편씩 검토하기로 한다. 길은 외줄 그마저 없다면 이유도 없겠지만 이유를 더 이유 되게 나를 악다물고 있는 너는 족쇄보다 무서운 존재 보아라 너에게 잡혀 추락도 상승도 못하는 나를 강도 높은 표백제를 풀어 모순을 분해하고 정전기 방지액으로 마지막 탈수까지 한 나를 네가 나를 미완성으로 결속한 데 대해 하늘은 여백을 두고도 낙관을 찍지 않는 이유를 알아라 지천에 깔린 것이 공기, 그러나 숨이 차다, 빛은 오히려 시력을 강타하고 한 줄기 소낙비에도 여전히 목은 탄다 기다리는 수밖에 땅거미가 지면 집게의 근육이 풀어질 것이다 천지신명이 아니더라도 해방은 될 것이고 남은 구김살에 다림질이 끝나면 나는 자투리 길을 따라 계속 포복할 것이다. -〈빨래집게〉 전문 현대시가 지나간 시대를 초극하는 새로운 메시지를 독자에게 안겨줌으로써 새로운 현대시의 활로를 열어가게 되는 것이라면 필자는 요즘 시가 군소리가 많고 설명적인 산문화 경향에 이 작품을 새로이 평가하고도 싶다. 시어로서의 관념어적 경향도 거슬리지 않을 만큼 감칠맛 넘치는 기교적 처리는 시의 콘텐츠 자체를 이미지로써 묘파시키는 솜씨에서 이 작품은 앞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각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시 전편이 새타이어로 풍자처리하는 하이포벌(hyperbole) 수사기법修辭技法 동원이 매우 흥미롭다. 단조로운 것 같은 ‘빨래집게’를 표제어로써 동원시킨 인생의 족적, 삶의 내면적 의미 등, 소설 시츄에이션을 상호 상관적으로 즐겁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주목받을 만한 작품이다. 어쩌면 이 작품 세계는 잠언적箴言的 알레고리의 메타포가 강한 메시지를 엮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시의 수법은 각양각색이지만 차원 높은 이솝의 페이블(fable, 우화)을 연상시키는 빼어난 메타포가 담겨 있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시를 써도 그것을 제대로 평가해 주는 독자가 없다면 시인은 외롭기도 한 것이다. “기다리는 수밖에/ 땅거미가 지면 집게의 근육이 풀어질 것이다/ 천지신명이 아니더라도 해방은 될 것이고/ 남은 구김살에 다림질이 끝나면/ 나는 자투리 길을 따라 계속 포복할 것이다”(마지막 연)에서처럼 생명적 존재 의미는 단순히 시인의 예리한 삶의 진실을 초자아超自我의 시세계에다 형성시킨 대표작으로 꼽고 싶다. 그렇듯 현대시는 가장 개성적일 때 만인에게 공감되는 명편이 된다. 개성적인 시는 시문학적인 새로운 가치 창출이며 그 이상을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여서, 객관적으로 창작 발산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지금도 수많은 터널이 뚫어지고 이후에도 이에 못지 않게 뚫어질 것이다 그런 터널들과 내 삶의 터널을 연결한다면 난 여태껏 컴컴한 하수구에 갇혀 영문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별 같은 별을 보지 못했음에 나는 지금 죽음의 열차를 타고 어느 간이역에 내릴지도 모른 채 가고 있다 내가 내릴 간이역, 아니 환승역이 불과 몇 코스 남지 않은 것 같다만 지상에서 활보하지 못할 바에야, 흙 속에서 미물들과 함께 서둘러 환승하고 싶다 터널 뚫기 좋아하는 귀족들이여 나의 예언에 침 뱉지 말라 나는 처음 생겨날 때부터 이럴 줄 알고 터널을 택했으니, 나의 예언을 함부로 무시하지 말라. -〈떠나는 자의 예언〉 전문 새타이어로 충만된 이 작품은 시인의 기교적인 감각시이다. 시각적, 청각적인 이미지가 이른바 공감각共感覺으로 적층 효과를 형성시키고 있다. 후반부의 역동적인 이미지 구사가 독자에게 무리 없이 어필하고 있다. “내가 내릴 간이역, 아니/ 환승역이 불과 몇 코스 남지 않은 것 같다만/ 지상에서 활보하지 못할 바에야, 흙 속에서/ 미물들과 함께 서둘러 환승하고 싶다/ 터널 뚫기 좋아하는 귀족들이여/ 나의 예언에 침 뱉지 말라/ 나는 처음 생겨날 때부터 이럴 줄 알고 터널을/ 택했으니, 나의 예언을 함부로 무시하지 말라”(후반부)고 전반적으로 절제節制된 시어 구사를 하고 있는 점도 바람직하다. 현대시의 생명력은 이미지(image)의 다양하고 발랄한 전개 과정에서 눈부시게 꽃핀다. 진진욱 시인은 일종의 사회시社會詩로서의 다채로운 인간 삶의 콘텐츠를 심미적 방법으로 이미지화 시키는 솜씨가 자못 독특하고 신선하다. 한국의 수많은 시인들은 이미지가 아닌 스토리(story) 제시를 마치 시인 양 착각하고 ‘시’가 아닌 ‘이야기’를 ‘시’ 대신에 시 행간에다 나열하고 있다. ‘이야기’는 ‘수필’이나 ‘소설’에서 다루는 문학적 언어 표현 방법이다. 그러나 진진욱 시인은 이미지의 새롭고 다채로운 표현을 통한 삶의 아픔과 그 심오한 진실을 서정적 저항 의지로써 두드러지게 메타포하고 있는 시인이다. 경상도 아가씨가 밤을 새워 울고 있다 갯바람이 쉴 새 없이 밀어 닥쳐도 못 박힌 듯 수십 년을 떠날 줄 모르고 살점 없는 뼈대로 비스듬히 기대 누워 때로는 울다가 때로는 부서진 순정을 뿌옇게 흩날리기도 하는 아파라 아파라 뭇사람의 발길에 밟히는 그녀보다 그녀의 등을 밟고 오르내려야 하는 내 가슴이 더욱 아파라 살이 찐 저 갈매기는 누구의 소식만 물어 나르는지! 뱃고동 소리에 속뼈까지 축축이 눈물 젖는 사십 계단 내가 대신 그 날 그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비에 젖은 40계단〉 전문 〈비에 젖은 40계단〉은 현대시가 이제는 구시대의 진부한 낡은 시적 사고詩的思考의 틀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새로운 시의 형상화形象化 양식樣式의 도입이다. 그런 견지에서 이 작품은 성패 여부를 떠나 우선 바람직한 시작업으로 평가하련다. 경상도 아가씨를 현실 속 아픔의 상징적 존재로서 등장시킨 주목할 만한 작품 세계다. 유머 터치라기보다는 트레지디의 강조법이다. “경상도 아가씨가 밤을 새워 울고 있다/ 갯바람이 쉴 새 없이 밀어닥쳐도/ 못 박힌 듯 수십 년을 떠날 줄 모르고/ 살점 없는 뼈대로 비스듬히 기대 누워/ 때로는 울다가 때로는 부서진 순정을/ 뿌옇게 흩날리기도 하는/ 아파라 아파라/ 뭇사람의 발길에 밟히는 그녀보다/ 그녀의 등을 밟고 오르내려야 하는 내 가슴이/ 더욱 아파라”(전반부)는 풍자적 일상어日常語에 의한 이미지의 심층深層 전환轉換 수법이 새롭고, 메타포(metaphor)의 기교 또한 뛰어나다. 우리는 지난 1960년대 김수영(金洙暎, 1921∼1968)의 명시 〈눈〉이며 〈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거니와 레지스트의 저항 의지의 개성적인 시는 시문학적인 새로운 가치며 이상을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여서, 객관적으로 창작 발상하는 ‘초자아’超自我의 시세계이다. 갯바위에 앉아 파도의 이야기를 듣는다 바위에 부딪혀 구성원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물 알갱이는 사람의 임종과 같단다 그들은 죽은 자를 뒤로하고 아무 슬픔 없이 돌아서고 또 다른 파도가 와서 똑같은 장례를 치르고 돌아간단다 나의 바짓가랑이 곳곳에서 물의 주검들이 천도를 기다린다 백사장에 앉아 파도의 이야기를 듣는다 잔잔한 물결끼리 바다에서 연애를 하다가 발정나면 파도가 되어 백사장에 와서 성관계를 한단다 훤히 드러난 정자와 난자들 그것으로 조개의 살이 되고 게와 고동의 살이 된단다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들 속에 알몸을 들이댔다 파도는 이야기한다 세상살이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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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_ 떠나는 者의 예언 이 지구상에서 찾을 수 없었기에 _ 14 떠나는 자의 예언 _ 16 님에게 _ 17 생명 _ 18 정이 발효되면 _ 19 장미꽃 _ 20 불사조가 아니라서 _ 21 시·1 _ 22 시·2 _ 23 허무 _ 24 기다려서는 안 될 기다림 _ 26 나의 구두에게 _ 28 먹구름 _ 29 자연에게 자수를 _ 30 새장가게 앞에서 _ 32 귀뚜라미 보일러 _ 34 정념 _ 36 발아의 달 _ 38 제2부 _ 바닷가에서 40 _ 비에 젖은 40계단 41 _ 바닷가에서 42 _ 산에게 43 _ 바람아 친구야 44 _ 어느 식당 45 _ 봄날 46 _ 바람은 홀로 떠나지 않는다 47 _ 석류의 계절 48 _ 대숲 49 _ 동백꽃 50 _ 정 51 _ 어미에게로 돌아가는 넋 52 _ 바다의 분노 53 _ 원동역 54 _ 터널 속에서 56 _ 사노라면 57 _ 밤의 실루엣 58 _ 동장군과 정치장군 제3부 _ 낙엽 지듯 지는 이별 바람의 연주 _ 62 낙엽 지듯 지는 이별 _ 63 선택 착오 _ 64 독백 _ 66 안개는 넋이다 _ 68 왜 사는지 _ 69 떠나는 가을 _ 70 나뭇잎 _ 71 일요일의 속달 엽서 _ 72 고독한 자를 위한 노래 _ 74 고독의 해법 _ 75 땅 끝 종착역 _ 76 피라칸사스 _ 78 까치둥지 _ 80 아름다움의 속내 _ 81 옥잠화 _ 82 산, 이사 가다 _ 83 생태 파괴 _ 84 제4부 _ 바람의 무전여행 86 _ 산을 오르며 88 _ 고향에서 90 _ 가을날의 강변 91 _ 바람의 무전여행 92 _ 대자연의 섹스 93 _ 2011년 일본 대지진 94 _ 개문발차 96 _ 별들의 마을 97 _ 가문 날 98 _ 나는 자연이지 개가 아니다 99 _ 빈부격차 100 _ 알레르기 삶 101 _ 외갓집 가는 길 102 _ 묘한 인연 103 _ 순리 104 _ 결별 105 _ 나는 집주인 시는 세입자 106 _ 화산 같은 사건들 제5부 _ 빛을 거부하는 이유 거룩한 이별 _ 108 쑥뜸 _ 109 토취장 _ 110 궁금증 _ 111 태양, 강물 그리고 나 _ 112 쓰레기의 운명 _ 114 빛을 거부하는 이유 _ 116 위험한 내성격 _ 117 가난과 시인 _ 118 장미와 아이들 _ 119 철 띠 두른 한반도 _ 120 벚나무 열매 _ 122 세월 _ 123 떠나지 않는 자에 대하여 _ 124 공허 _ 125 지구의 초토화 _ 126 운명에 대하여 _ 127 노을 지는 해변 _ 128 제6부 _ 무소불위의 세월 130 _ 빨래집게 132 _ 가을 조반 133 _ 말(言) 말말말말 134 _ 얼간이 인생 135 _ 유년 이야기 136 _ 빈곤의 특권 138 _ 동반자 139 _ 지하에 잠든 자들에게 140 _ 달에게 141 _ 행복 만들기 142 _ 세월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143 _ 세월은 대팻날 144 _ 소망 145 _ 설매화 필 때쯤이면 146 _ 저승 가다 되돌아오다 147 _ 무소불위의 세월 148 _ 세상사 149 _ 토네이도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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