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작품해설 로맨틱 리리시즘의 현대적 표현미 부각 -진진욱 제7시집 《님 부르는 소리》의 시세계 홍 윤 기 일본센슈대학교 대학원(시문학 전공) 문학박사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국학과 석좌교수(현재) ‘시’란 무엇인가. 이 커다란 질문을 가장 알기 쉽게 이르자면 ‘시는 잘 다듬어진 리드미컬한 언어의 노래’라 일컫고 싶다. 시는 개성적으로 부각된 정서적 상념을 시인 스스로 어떻게 서정적으로 빼어나게 이미지화 시키느냐 하는 것이 시작법의 중요한 과제다. 진진욱 시인의 시세계를 대하며 먼저 느낀 것은 시가 전편적으로 순수 서정의 바탕 위에서 로맨틱 리리시즘으로서 조화롭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데 주목하게 되었다. 시의 크기를 재거나 분량을 정할 규정 같은 것은 따로 없다. 누구나 읽어서 흐뭇하게 공감한다면 우선 그 시세계는 성공이다. 그와 같은 견지에서 작품들을 한 편, 한 편 대하면서 거듭 느낀 것은 진진욱 시인은 이미지의 새로운 노래로서의 서정이 시 속에 그득 넘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대학에서 항상 학생들에게 시의 서정성을 그 시의 생명이라고 강조해 오고 있다. 시는 결코 무슨 삶의 방법론이 아니다, 이른바 철학이 아닌 ‘언어 예술’이라고 하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일부 시인들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참다운 자아의 시어와 순수한 한국인의 정서를 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참다운 시의 주체의식 설정이 상실되어 가고 있는 ‘내 것의 진실’을 천착해내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인의 순수시에는 한국어의 계발啓發을 바탕으로 하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과 민속과 생활양식, 더 나아가 민족적 각성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인의 언어인 ‘한글’을 우리가 지키고 사랑하는 작업은 한국인에게 주어진 참다운 한국적 순수 사명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우리 땅 독도獨島를 아끼고 사랑하며 지키는 행위는 내 것에 대한 참다운 사랑이다. 그런 견지에서 내 것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를 마음 든든하게 형성하고 있는 오늘의 진진욱 시인의 대표적인 시편들을 여기에서 평가하며 함께 감상해 보자. 스치는 바람에 하얀 손을 흔들어대는 물결이여 어둠이 걷히면 산이 있을 수 없는 곳에 산이 있고 빌딩이 있을 수 없는 곳에 빌딩이 있는가 하면 나, 있을 수 없는 곳인데도 이 바다에 내가 있다 파도소리에 섞여 들릴락 말락한 낯익은 소리는 누구의 소리며 보얗게 흔들어대는 손은 누구의 손이더냐! 수평선에 발목 잡힌 너와 나의 사랑만 말이 없구나 - 〈수평선에 서서〉 전문 시인은 인생의 값진 발자취를 상징적으로 수평선에 세워서 투시한다. 우선 바닷가 수평선은 매우 건강한 시세계다. 진진욱 시인은 스스로의 삶의 가치를 현실에서 캐낸다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수평선에 가탁하여 한 편의 리얼하면서도 심오한 자아성찰의 역편을 생산하고 있다. “어둠이 걷히면/ 산이 있을 수 없는 곳에/ 산이 있고/ 빌딩이 있을 수 없는 곳에/ 빌딩이 있는가 하면/ 나, 있을 수 없는 곳인데도/ 이 바다에 내가 있다”는 오프닝 메시지가 독자에게 안겨주는 인생의 이미지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진진욱 시인은 절실하게 메타포하고 있다. 전형적인 삶의 과정을 진지하게 통찰하며 보다 밝은 앞날을 열망하는 메시지가 화자에 의해서 예리하게 이미지화되고 있다. 이미지라는 말은 본래 영어가 아닌 라틴어에서 생긴 낱말이다. 지금의 영어가 된 ‘이미지’image는 라틴어의 ‘이마고’imago가 그 모어母語이다. 라틴어로서의 ‘이마고’는 ‘흉내내기’copy라는 뜻을 가졌다. 또한 ‘이마고’는 영어의 ‘이메진’(imagine/ 상상한다)이라는 단어와 ‘이메지네이션’(imagination/ 상상/ 상상력)이라는 낱말도 만들어 주었다. 더구나 참다운 가치 있는 시는 지금까지 다른 시인들이 전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제재거나 소재의 빛나는 이미지의 신선한 시작업이다. 그것은 곧 한국현대시를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는 것을 〈수평선에 서서〉를 읽으며 공감했다. 너와 내가 덮고 있는 두툼한 이 어둠 훤히 걷히고 나면 얇게 껴입은 물안개 속에 비치는 네 고운 속살 매만져볼 마음으로 나는 일찌감치 일어나 너의 머리맡에 앉아 새벽을 기다린다 낮에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주어진 노역에 숨 돌릴 틈 없기로 지척에 두고 눈짓 한 번 못 보내다 감질나게 느릿한 태양 누군가가 꿀꺽 삼켜주길 바랐지만 기다리던 만큼 애태우던 만큼 지금은 오롯이 너와 나 둘뿐이네 - 〈새벽 강〉 전문 〈새벽 강〉 또한 삶의 깊이를 추구하는 독창적 시세계 구축 작업이 두드러지고 있다. 요컨대 작금의 한국시단은 대부분의 시가 개성이며 독창성의 측면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시인에게서 이미 발표된 소재나 제재를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시는 진진욱 시인의 시처럼 반드시 새로워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진욱 시인은 〈새벽 강〉에서 “낮에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주어진 노역에 숨 돌릴 틈 없기로/ 지척에 두고 눈짓 한 번 못 보내다/ 감질나게 느릿한 태양/ 누군가가 꿀꺽 삼켜주길 바랐지만/ 기다리던 만큼 애태우던 만큼/ 지금은 오롯이 너와 나 둘뿐이네”(후반부)라 하며 지금까지 남들이 쓰지 않은 콘텐츠(내용)를 담고 있는 참신한 자아성찰의 서정적 경향을 뛰어나게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1908년부터 시인 최남선(崔南善, 1890∼1957)에 의해서 서양의 자유 서정시 형태가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금년은 그 106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최남선에 이어 〈진달래꽃〉의 김소월(金素月, 1903∼1935) 시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李相和, 1900∼1943) 시인, 〈봄은 고양이로다〉의 이장희(李章熙, 1902∼1928) 시인과 같은 선각자적 우수한 서정 시인들이 1920년대 중반, 이 땅에 속속 등장하여 한국시단을 그들만의 새로운 이미지로써 눈부시게 꽃피우게 된 것을 우리는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와 같은 한국 서정시의 오랜 맥락에서 진진욱 시인의 새로운 시대의 이미지와 서정의 시세계로 함께 접어드는 것이다. 드릴로 구름을 꿰뚫은 별이 별빛 한 가닥 지상 가까이에 내렸다 두 팔 꼿꼿이 세워도 간신히 닿을 듯 말 듯한 끝자락 조금만 더 길게 내릴 것이지 누굴까 그녀라면 내가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끈을 넉넉하게 내려줄 텐데 어떤 악연이 골탕을 먹이려나 봐 그녀가 있는 하늘에 오르고 싶은 간절한 이 마음 누굴까 발길 옮기는 대로 따라오는 끈 지하 다방으로 몸을 숨긴 얼마 후 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다방에서 나와 보니 비가 떨어진다 구름 뒤에 숨은 별이 울고 있나 보다 누굴까, 왜 그럴까 - 〈누구시기에〉 전문 절도 있는 새타이어(풍자)를 해학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다룬 흥미로운 시세계다. 이 시 작품은 성패 여부를 떠나, 우선 남의 것이 아닌 내 시세계에 대한 시인의 성실한 시작詩作 정신을 우선 높이 평가하고 싶다. 시가 새롭다는 것은 남들이 흔히 다루는 소재며 제재를 벗어나 자아의 독특한 개성적 시작업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 시가 그 시 같고 그 사람이 쓴 것이나 저 사람이 쓴 것이 비슷비슷해서는 아무런 문학적 성과가 없다. “위대한 문학이란 가능한 최대한의 의미가 담겨진 충실한 언어에 있다”(〈How to Read〉, 1931)라고 설파한 것은 에즈라 파운드(Pound, Ezra Loomis, 1885∼1972)였다. 20세기 대시인 T. S. 엘리엇(Eliot, Thomas Sterns, 1888∼1965)을 키워낸 스승이었던 이른바 ‘현대시의 순교자’로서 추앙받은 에즈라 파운드의 이런 지적은 곧 그가 서구의 젊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가장 두드러진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가능한 최대한의 의미가 담긴 언어’로서의 시를 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가. 그것이야말로 오늘날과 같이 시가 유형화類型化 되어 진부하고 시어詩語가 황폐해진 시대에 어쩌면 가장 적절한 가르침이 아닌가 한다. 이 작품은 ‘누구’라는 가상적인 제재題材의 설정 속에서 참다운 인생의 내면세계를 눈부시게 꿰뚫어 메타포하고 있어 우리를 감동시킨다. 필자는 오랜만에 이미지가 강한 빼어난 순수 서정의 표현미와 마주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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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로맨틱 리리시즘의 현대적 표현미 부각·홍윤기 … 148 제1부 사랑에 대하여 16 … 님 부르는 소리 18 … 그대를 위해 19 … 윈도우 여인 20 … 새벽 강 21 … 누구시기에 22 … 당신의 양을 위해 23 … 말 대신 24 … 블랙박스 25 … 눈물 사전 26 … 떠나갈 사람 27 … 사랑에 대하여 28 … 빈 자리 29 … 죄 30 … 못 잊어 31 … 참사 32 … 창밖에 비 내리면 34 … 못질 35 … 빈 배 제2부 옹이 박힌 사랑 38 … 운명 39 … 새벽이슬 40 … 그녀의 닻 42 … 세모의 그리움 44 … 나는 네게 죄인 46 … 양귀비 47 … 길 잃은 기러기 48 … 너무 긴 이별 50 … 옹이 박힌 사랑 52 … 바람 53 … 낙엽 54 … 빗속에 흐르는 곡 55 … 비에 젖은 유리창 56 … 잃어버린 사랑 57 … 나는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문다 58 … 채울 수 없는 계절 59 … 연꽃 같은 내 님 60 … 커피 한 잔 제3부 토굴 사랑 62 … 황홀한 행복 63 … 잊으려 해도 64 … 장맛비 66 … 토굴 사랑 67 … 심연에 핀 연꽃 68 … 깃발로 채운 공원 69 … 그대 빗줄기 70 … 바보들의 행진 72 … 지금 내 님은 73 … 무정한 그 사람 74 … 편지·1 75 … 편지·2 76 … 편지·3 77 … 겨울 바다 78 … 비와 함께 79 … 님 찾기 80 … 장갑 81 … 숙이 제4부 타다 남은 사랑 84 … 그녀를 위한 기도 85 … 찻잔에 깃든 얼굴 86 … 베토벤이 찢어버린 악보 88 … 그대에게 89 … 닮은 점 90 … 서글픔 91 … 촛불과 커피 92 … 근거 94 … 타다 남은 사랑 96 … 상환 97 … 사랑 작업 98 … 사랑은 꽃중에 꽃이다 99 … 학 100 … 숨바꼭질 101 … 황홀한 이별 102 … 올드미스 P에게 103 … 야간열차 104 … 설 제5부 거기, 누구 없어요 108 … 가로등 109 … 수평선에 서서 110 … 묘연 111 … 노을을 보면 112 … 바닷가에서 113 … 내 안 팡파르 114 … 우리들의 모래성 116 … 가을 밤바다 117 … 겨울 밤바다 118 … 벚꽃이 질 때 119 … 이름 120 … 파도에게 121 … 비에 젖은 시작 노트 122 … 빈 조개껍질 123 … 거기, 누구 없어요 124 … 눈물의 바다 125 … 까치 126 … 순항 제6부 무덤 128 … 무덤·1 129 … 무덤·2 130 … 무덤·3 131 … 무덤·4 132 … 무덤·5 133 … 무덤·6 134 … 무덤·7 135 … 무덤·8 136 … 무덤·9 137 … 무덤·10 138 … 무덤·11 139 … 무덤·12 140 … 무덤·13 141 … 무덤·14 142 … 무덤·15 143 … 사랑은 영원한 것 144 … 만남 146 … 5月의 강변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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