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강 언덕에 집을 짓자 강 언덕에 집을 짓자 지붕은 우산처럼 벽면에는 유리 없는 창틀만 끼워 내 꿈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고 님이며 새들과 꽃들의 향기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사방이 확 트인 곳이면 더욱 좋겠다 별들이 수두룩한 밤에는 우산처럼 지붕을 접어 내 사랑하는 별, 님을 찾자 밤의 개울물 소리는 별들의 소리와 뒤섞여 있어 두 손으로 귀를 모으면 님의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올지 모른다 코 앞에 님이 있는데도 나는 바보다. 잘못된 인연 이토록 쉽게 무너질 줄 알았다면 수십 년 동안 널 울리지 않아도 될 걸 먼저 온 고양이 때문에 차마 그 진실을 고백하지 못해 항상 너를 만나도 마치 죄 지은 자 그대로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도중에 하차할 줄 알았더라면 그래, 알았더라면 기나긴 세월, 너는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피를 말리며 오로지 용서받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만!!! 꿈 속의 꿈 푸른 양탄자가 깔린 바다 섬과 거룻배가 팔짱을 끼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거대한 태풍이 몰려와 섬의 한 쪽 팔을 자르고 거룻배를 끌고 가 버렸다 섬은 팔의 통증도 잊은 채 거룻배만 기다리고 있었다 새들이 몰려와 섬을 달래지만 그럴수록 섬은 어린 아이처럼 목이 터져라 울어댔다 멀리 수평선을 따라 열 지어 가고 있는 덩치 큰 배들에게 물어보면 님의 소식을 알 수 있을 텐데 가까이 다가갈 수도 너무 멀어 물어볼 수도 없다 섬과 나는 밤낮으로 울먹이며 님의 이름만 외쳐댔다. 그 곳이 어딘지 그 곳에 가면 아담한 폭포가 있고 선녀탕이며 온갖 새들이 찾아들고 엄동설한에도 꽃들이 만발해 있겠지 밤하늘에는 별들이 깨알처럼 무수하고 그 곳에 가면 태양과 달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숨바꼭질하고 있겠지 내 님도 지금쯤 한창 유희를 즐기고 있을 텐데 위성을 쏘아 올려도 보이지 않는 멀고도 아주 먼, 저승 같은 곳 나 무슨 수로 그 곳을 찾아가랴. 달에게 나는 지금 사슴처럼 길을 잃고 있나니 그대여! 내게 방향을 제시해 다오 시궁창이면 어떠랴 어디라도 갈 수 있으니 그대여! 내 님 있는 곳을 알려다오 해와 그대 사이를 오가며 나도 빛을 내뿜어 내 님을 찾을 수 있도록 공간 하나 마련해 주오 살아 있을 적 아니라도 좋으니 죽어서라도 내 님 한 번 만나게 해 주오. 달과 나 내가 말문을 닫은 채 오로지 두 손 모아 밤마다 그에게 물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에게 내 님 소식 들으려 했지만 그는 언제나 백지장만 펼쳤다 그가 오히려 내게 지상에 남겨둔 그의 님이 어디에 사느냐고 묻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지상에서 그는 하늘에서 창백한 모습이 똑같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이 채워졌다 지워지고 지워졌다 채워지는 것까지 이젠 둘 다 옛 님을 잊고 너는 나만을 나는 너만을 사랑하며 살기로 하자. 당부 내가 죽어 주검이 되었을 때 조심조심 내 가슴을 파헤쳐 주세요 깊게, 아주 깊게 파내려 가면 거기 눈부신 사리 하나 나올 것이니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하는 님의 것이니 거기 내 이름과 최영숙이란 글자를 새겨 다시 내 가슴 깊숙이 묻어 주세요. 등짐 나는 고향을 등짐에 지고 다닌다 등살에 너무 찰싹 붙은 고향 명경같이 훤히 볼 수는 없지만 언제나 함께 있어 좋다 외로울 때나, 괴로울 때나 고향이 생각나면 등짐을 푼다 나를 달래줄 수 있는 것들이래야 그들뿐이니까 내 등짐은 모두가 살아있다 귀뚜라미가 울면 내 등에서도 따라 울고 새가 날면 내 등에서도 휘익 난다 강물이 흐르고 바다와 산이 그대로고, 다만 보고 싶은 숙이만 어디에 숨었는지 아무리 뒤적여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의 침묵 가을에는 아무 말하지 마세요 아름답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흰 눈이 쌓일 때까지만 약속해요 위험한 계절에 자칫 속삭이다가 낙엽들과 함께 떠나고 말 테니까 침묵으로 나를 지켜만 봐 주세요 나도 침묵으로 그대를 보리니 흰 눈이 내려 우리들을 축복해 줄 때까지 우리 둘 같이 봉함해 줄 때까지 그때까지 서로 속으로만 사랑해요. 하늘엔 님도 없고 신(神)도 없더라 하늘에 닿았다 지구에서 보았던 별들의 빛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없었다 그래도 빛 하나 찾으려고 총총 다 붙은 별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허기지는 줄 모르고 헤매 다녔다 묘한 것은 하느님도 없었다 이제는 태양과 달과 별들을 보면서 님 생각을 말아야지 저 별이 님의 별이라고 밤새 쳐다보며 눈물 흘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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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님도 없고 신도 없더라 16 … 강 언덕에 집을 짓자 17 … 잘못된 인연 18 … 꿈 속의 꿈 19 … 그 곳이 어딘지 20 … 달에게 21 … 달과 나 22 … 당부 23 … 등짐 24 … 사랑의 침묵 25 … 하늘엔 님도 없고 신도 없더라 26 … 눈은 내리고 28 … 그대에게 바칠 그리움 30 … 종이비행기로 띄우는 편지 32 … 파도 34 … 이제나 저제나 35 … 그리움의 열병 36 … 님 그리워 37 … 행복한 눈물 이상한 계절 40 … 바다는 옷을 입지 않는다 41 … 세월에 대하여 42 … 운명의 실타래 43 … 오염·1 44 … 오염·2 45 … 오염·3 46 … 오염·4 47 … 가을 축제 48 … 강제 철거 49 … 이상한 계절 50 … 지구는 지금 52 … 100점짜리 인생 53 … 일출과 일몰 54 … 초저녁 55 … 새소리 56 … 늙은 목마 57 … 내 마음의 섬 58 … 갈대밭 이슬 같은 삶 60 … 세월·1 61 … 세월·2 62 … 한밤중 63 … 노을 64 … 장미와 나 66 … 소식 67 … 죄에 대하여 68 … 이슬 같은 삶 69 … 삶의 매력 70 … 영원한 고향 71 … 차창 밖의 미희들 72 … 이유 없는 이별 73 … 가을밤 74 … 님 75 … 해마다 가을이면 76 … 경이에게 남기는 글 78 … 가을 79 … 민들레 홀씨 금목서 향기에 취하다 82 … 숲 83 … 육신과 영혼의 교신 84 … 시작 85 … 봄날에 86 … 꽃밭에서 87 … 그, 봐! 88 … 해질녘 89 … 다른 점 90 … 닮은 점 91 … 별표를 누르세요 92 … 초아흐렛 달 94 … 조화 95 … 서녘 하늘 96 … 겨울잠을 위하여 97 … 효자 98 … 담배 99 … 해와 달 100 … 금목서 향기에 취하다 짧은 계절은 끝나고 102 … 전어잡이 103 … 팽이 104 … 가로등 105 … 게에 대하여 106 … 삶의 덫 108 … 어설픈 명함 110 … 시멘트 바닥에 난 금 111 … 제3세계 112 … 탄생에 대하여 113 … 양파와 노숙자 114 … 봄을 찾아온 꽃 115 … 웃자 116 … 자연의 이치 117 … 낙엽 118 … 그림 같은 빈 집 119 … 짧은 계절은 끝나고 120 … 이삭줍기 122 … 석류 지구의 물갈이 124 … 지구의 물갈이 126 … 영혼들의 대왕에게 127 … 무덤 128 … 이승과의 이별 129 … 목마를 탄 공주 130 … 역설 131 … 낙조 132 … 늦은 여름날 133 … 오래 누리는 법 134 … 산 135 … 우리는 영웅들이다 136 … 시의 자위행위 138 … 가을산 139 … 가을은 140 … 불효 141 … 인연 깎기 142 … 낙엽 속에 뚫린 길 143 … 허수아비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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