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여는 글 의미에 대한 물음은 오늘날 우리가 던지는 핵심 물음이 되었다. 이제 우리의 갈망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예전에는 귀족이나 지식인, 교양을 갖춘 시민 등 특정 계층만이 자신과 삶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물음을 제기하고 희망을 품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잘 펼칠 수 있을까? 우리는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해 더 잘 알기를 바란다. 또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정하고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이렇듯 우리는 새로운 방향을 정하고 각오를 다지면서 자아실현을 꿈꾸고 가치와 신념을 지향한다. 예전에는 ‘의미’라는 용어가 먼저 주어진 것, 초월적인 것, 하느님으로부터 규정된 것이라는 뜻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뜻이 변천되어 이른바 신적 고독 가운데 우리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는 말이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의미를 구축한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그렇게 하는 이들도 있다. 자기 자신의 의미를 구축하지 않는 사람은 뭔가 다른 것을 택한다.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많은 것을 택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긴장이 크게 일며 비극적일 때도 있다. 지난날의 상처를 떠올리며 슬퍼하거나 자신을 드라마 주인공으로, 죄짓고 잘못을 범했다가 구원된 가상 인물로 여긴다면 비극적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마치 감독도 없고 대본도 없는 배우처럼 무대 위에서 움직이고,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 드라마, 코미디를 즉흥적으로 연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이 이는 것이다. 기획된 연극이 상연되지 않거나 드라마가 방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그러나 책임을 면할 수도 있다. 아무도 우리에게 지시하거나 의미를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 꼭 들어맞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겠다.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 정비 공장으로 몰고 온 남자의 이야기다. 며칠 후 주인이 자동차를 찾으러 오자, 정비사가 말했다. “브레이크는 고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클랙슨을 크게 올려놓았습니다.” 이 위트에 우리가 처한 인간적인 딜레마가 반영되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의미에 대한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떻게든 우리가 힘껏 겨뤄 답을 찾아내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써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클랙슨을 올리고 자신에게 주목하며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최소한 자신이 가는 길 위에서 귀 기울이기 위해. 의미를 찾는 우리의 갈망은 이제 대상이 바뀌었다. 우리는 객관적인 것이나 초월적인 것에서 의미를 찾지 않는다. 사랑, 아이들, 스포츠, 자기 변화에서 의미를 찾는다. 시선이 더 이상 위로 향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의 시선은 의미 제공거리가 넘치는 세상을 향하고 있다. 유대계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현대의 삶을 ‘가능성의 폭정’이라고 정의한다. 이 표현에 따르면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은 위험한 결단에서 발단한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우리는 눈앞에 놓인 과도한 제공거리와 용감히 맞서야 한다. 그래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과도한 요구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요구는 “이 모든 것이 무엇이라는 말인가?”라는 물음을 대신하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짧은 인생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통절한 감정을 맛보았을까? 그리고 성공 뒤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음울한 기분, ‘이게 아닌데.’라는 씁쓸한 감정을 경험했을까? 혹은 스트레스와 사치에 치른 비싼 대가는 성공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나는 자신에 대해 비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항상 만난다. “내가 행복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만 여겨져요.” 건강하고 부유하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조차 이런 부족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추구한 목표를 이룬 인생 후반기에 이르러 특히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더 많이’에 대한 갈증을 호소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삶을 압도하는 속도에 보조를 맞추다 보면 어떤 것, 뭔가 더 근본적인 것을 놓치는 게 아닐까요?” 의미, 이 마법의 용어는 강렬한 빛을 발한다. 빛을 모으는 눈부신 프리즘처럼 우리를 매료시킨다.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경우는 매우 많다. 위기가 덮쳤을 때, 신뢰심을 잃었을 때,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때, 불만족스럽고 결핍을 느낄 때 사람들은 의미에 대해 묻는다. 큰 변화가 일어나거나 운명과 병, 죽음과 대결할 때도 의미에 대해 묻는다. 어려운 결정에 직면할 때, 실망하고 좌절할 때, 삶이 잿빛이고 단조로울 때 의미에 대한 물음은 농도가 더욱 짙어진다. 특히 숙명적인 상황에 직면했을 때가 그렇다. 이럴 때 사람들은 묻는다. “무엇 때문에?” 미래와 대결할 때도 의미에 대한 물음이 절박해진다.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내가 본디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계속한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의미 있는 것일까? 나는 정도를 걷고 있는 걸까? 의미에 대한 물음은 인간적인 물음이다. 갈림길에 섰을 때, 막다른 곳에 이르렀을 때, 길을 잃고 헤맬 때 던지는 전형적인 물음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의미에 대한 물음은, 우리가 가는 모든 길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 변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모든 것은 덧없다는 것,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사실 이는 유쾌한 생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생각들이 우리 자신을 더욱 폭넓고 깊이 알게 하고, 우리의 삶을 냉철하게 바라보게 한다. 위와 같이 생각할 때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가치를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물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에 대해 기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앎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 이런 깨달음이 우리를 더 인간적이고 더 겸손하게 하며, 자신의 삶과 한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장구한 삶을 번호 몇 개로 규정할 수는 없는 일이며 또 우리 자신이 삶의 흐름의 일부이므로, ‘삶의 의미’ 자체가 이 책의 대상은 아니다.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 심오해서가 아니다. 이 물음이 ‘의미’라는 개념에 대해 너무 많이 골몰하게 하고 말뜻을 확대 해석하게 하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의미’Sinn는 고대 게르만어 ‘sinpa’에서 파생된 것으로, “길, 여행, 과정”이라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의미’는 본디 역동적인 것, 곧 움직임, 떠남, 길 위에 있음, 방향 잡기를 일컫는 용어이다. 의미는 감각으로 경험한 것에 따라, 다양한 체험에 따라 매우 구체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의미는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개인적인 ‘길-체험’ 혹은 방향으로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내가 가는 길에서 어떤 체험을 하느냐?”는 물음은 매우 중요한 물음이다. 의미는 한 번에 만들어진 상위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길을 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많은 의미를 체험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법을 배운다. 결과를 놓고 서로 비교하며 자신의 행위가 과연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자문한다. 무엇을 실행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우선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결정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결심한다. 이렇게 묻는 가운데 의미가 싹터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혼자서 한 체험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 지난날의 경험들에는 중요하고 값진 의미가 깃들어 있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자아상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삶의 과도기에 이르면 이런 물음들이 절박해진다. 10대에는 특히 다음과 같은 물음들이 머리를 맴돈다. 어떻게 하면 부모님에게서 벗어나 나를 펼칠 수 있을까?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어디에 문의해 보나? 세월이 흘러 20대에 들어서면 물음이 달라진다. 내 영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할까? 나는 누군가? 나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물음들의 관건은 자신을 탐색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에 지금껏 몸에 밴 존재 방식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변화의 길로 진입할 수 있다. 역할과 의무를 담당한 의식의 층 밑에 있는 참자…
목차펼치기접기
차례 여는 글 삶에 의미가 없다면 길 위에 있는 존재 우리는 의미를 캐는 창조자다 의미와 유용성 의미 제공거리 선택의 고통 의미는 처음부터 더 많은 것 삶 자체가 의미다 욕구 의미-물음은 건설적이다 의미 상실감 의미를 앗아가는 실체 실패에도 의미가 있다 삶을 긍정하라 주목 있는 그대로 존재하라 자기 자신 알기 자기 결정 자기 자신과의 랑데부 의미의 변화 멈출까, 앞으로 나아갈까 의미를 깨닫는 능력 의미의 얼굴 의미는 행복이다 의미는 진실이다 의미는 아름다움이다 의미는 사랑이다 의미 체험 의미를 낚는 시기는 병과 의미 운명의 타격 왜 하필 내가? 행복을 좇아가라 행복을 요리하라 멈춤 당신의 마차를 별에 묶어라 닫는 글 참고 문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