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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와 토지

박경리와 토지

김윤식

(주식회사 도서출판)강·2009-04-27

  • 문학
  • KDC 8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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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머리에 『토지』에서 바라본 ‘우리 소설’의 세 가지 범주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추상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구체성을 조금 가지려면, 이 물음이 ‘내게 또는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가’로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이런 소박한 생각은 강단에서 또 평단에서 오랫동안 소설을 공부하고 가르쳐온 내 경험에서 저절로 나온 것인 만큼 매우 제한적이자 사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자주 공부하고 가르쳐 온 소설은 다음 두 종류였다. (A)계 : 「해방전후」(이태준, 1946), 「역마」(김동리, 1948), 「목넘이 마을의 개」(황순원, 1948), 「무진기행」(김승옥, 1964), 「하늘의 다리」(최인훈, 1970), 「삼포 가는 길」(황석영, 1973), 「눈길」(이청준, 1977), 「순이 삼촌」(현기영, 1978), 「중국인 거리」(오정희, 1979), 「은어낚시 통신」(윤대녕, 1994) (B)계 : 『취우』(염상섭, 1953), 『카인의 후예』(황순원, 1954), 『광장』(최인훈, 1960), 『시장과 전장』(박경리, 1964), 『나목』(박완서, 1970), 『관촌수필』(이문구, 1977),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1975), 『을화』(김동리, 1978), 『노을』(김원일, 1978),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1978) 보다시피 (A)계는 단편 열 편이며 (B)계는 열 편의 장편이거니와 또한 편의상 해방 이후의 작품에 국한시켰다. 광복 이전의 작품, 가령 「감자」(김동인, 1925),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1936), 「날개」(이상, 1936)라든가, 『무정』(이광수, 1917), 『삼대』(염상섭, 1931), 『고향』(이기영, 1934) 등에 비해 한층 직접적이고 현대적이라는 점, 또 각각 열 편에 국한시킨 점은 내 개인적 취향과 학생들을 염두에 둔 하나의 방편에서 말미암았다. 개인적 취향이라 했거니와 여기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을 수 없다. 보다시피 (A)계는 단편들이며 (B)계는 이른바 장편이다. 어느 쪽도 현실반영의 소설적 미학 위에 선 것이긴 하나, 전자는 미적 평가 기준에 좀더 기울어진 것이다. 가령 「무진기행」에서 「삼포 가는 길」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적 거리는 10년 단위에 조금 못 미치지만, 그 사이에는 60년대의 허무의식과 근대화에 이르는 궤적이 있고, 리얼리즘이라 불린 문학사회학적 과제에 닿아 있기에 현실반영의 미학이자 동시에 역사적 감각의 문체를 보여준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B)계는 문체의 미학 쪽보다 문학사회학적 과제에 한층 깊이 관여된 것이라 평가되었던 까닭이다. 이처럼 (A)계도 (B)계도 합리적 설명과 분류에 근거하여 삶이나 역사를 정리하고자 하는 이성 중심적 시대의 산물이기에 그것에 상응하는 독법이 요망되었다. 이를 또 심리적 차원에서 볼 땐 다음과 같다. 오락(entertainment)과는 달리 작품이란 흥미(interest)에서 출발, 이를 중심으로 하여 완료된 경험인 만큼, 독자는 그것을 재경험하여 그로써 행동을 잉태하고 또 그 행동을 규제하는 심리적 태도를 형성한다. 그러기에 그것은 이성과 지식만이 아니라 감각이나 감정을 포함한 전면적으로 충실한 인생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성 중심적 시대의 산물임에 다시 주목한다면 압도적인 역사 감각의 민감성을, 곧 역사의 나아갈 방향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작가도 독자도 함께 미래의 지평을 바라보는 광학(光學)의 일종으로 소설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B)계는 작가도 독자도 다분히 자각적이었다고 할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세상은 다음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리고, 그것이 던지는 소설적 의문을 물리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곧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을 문제삼을 때 그 첫번째 자리에 박경리의 『토지』(1969~1994)가 오고, 또 한국소설의 외국 번역 제1순위에 역시 『토지』가 선정됨은 웬 까닭일까 하는 의문이 그것. 20세기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21세기에도 남을 한국소설에 대한 설문이 있었는바, 당대의 시인(29명), 소설가(29명), 그리고 평론가(42명)들은 아래와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한국일보』, 1999년 1월 5일). (1)『토지』 (2)『광장』 (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4)『삼대』 (5)『임꺽정』 (6)「날개」 (7)「무진기행」 (8)『무정』 (9)『태백산맥』 (10)「무녀도」, 『당신들의 천국』의 순서였다. 과연 이들 열 편이 21세기에도 남을 한국소설의 고전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해도, 분명한 것은 당시의 문단이 『토지』를 첫번째 자리에 놓았다는 사실이다. 대체 『토지』란 어떤 소설일까. 완결판(솔출판사)에서 내건 제목은 ‘대하소설’이었다. 16권(나남판은 21권)으로 된 이 소설을 읽으려면 아무리 날랜 독자라도 보름쯤 걸리게 되어 있다. 한두 시간으로 독파할 수 있는 (A)계와, 하루나 이틀 정도로 완독할 수 있는 (B)계에 비한다면 어떠할까. 『토지』를 안방에서 텔레비전으로 관람한 것이 아니고 소설로 읽는다면, 적어도 이는 (A)계나 (B)계와는 별개의 독법이 요망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점을 승인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아주 궁색한 장면에 마주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곧 『토지』의 독법에는 (A)계나 (B)계와는 다른, 유별난 미학적 또는 문학사회학적 측도(測度)가 따로 있는가의 여부가 그것. 이를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은 아마도 한발 물러서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하실록소설’이라 불린 『지리산』(이병주, 1978), ‘대하소설’이라 표기된 『태백산맥』(조정래, 1989), 그리고 장편(1981)으로 발표되었다가 10권으로 개작된 『혼불』(최명희, 1996) 등으로 한발 물러서면 이들이 (C)계를 이루고 있었음과 함께, 그 첫머리에 우람하게 『토지』가 놓여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여기까지 왔을 때 우리는 또 다음 물음에 직면한다. 대체 우리에게 있어, ‘우리 소설’이란 무엇인가가 그것.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우리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의 전환을 촉진케 한 계기를 마련해준 곳에 『토지』가 지닌 문학사적 의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런 기묘한 생각을 품고 나는 오랫동안 머뭇거렸다. 『토지』를 세번째로 꼼꼼히 읽기 시작한 것은 2007년 겨울이었다. 이번 독법은 당연히도 의도적이자 제약적이었다. 『토지』를 있는 그대로 읽는 독법이란 사실상 내겐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토지』 읽기란 (A)계와 『토지』의 거리 재기이자 동시에 (B)계와 『토지』의 거리 재기에 다름 아니었던 까닭이다. 말을 바꾸면 (A)계의 시선에서 『토지』를 읽었고 동시에 (B)계의 시선에서 『토지』를 읽었다. (A)계의 시선에 비친 『토지』는 이야기로서의 소설로 넘어가고 있었고, (B)계의 시선에서 본 『토지』는 역사사회학적 상상력의 밀도가 매우 낮게 보였다. 그러나 『토지』에는 (A)계나 (B)계에는 없거나 결여된 커다란 울림이 따로 울리고 있었다. 섬진강, 지리산을 먼 천둥처럼 울리는 어둠 속의 뻐꾸기 울음이 그것. 그것은 독립운동차 고향 하동을 떠나면서 선비 이동진이 말한 명제에 직결된 것이었다. 최참판댁 당주 최치수가 누구를 위한 독립운동인가 따졌을 때 이동진의 대답은 이러했다. 왈 “백성이라 말하기도 어렵고 군왕이라 말하기도 어렵네. (……) 굳이 말한다면 이 산천을 위해서, 그렇게 말할까.”(솔출판사판 제1부 2권, 153쪽) 『토지』는 그러니까 영락없이 육안으로 지리산을 바라보는 『혼불』과 남부군의 집단지인 『지리산』의 한가운데 위치한 형국. 이 울림의 미학으로 잴 때, (A)계는 어떠하며 또 (B)계는 어떠할까. 이러한 독법이 마침내 ‘우리 소설이란 무엇인가’로 향하게 했다. (A)계에 있어서의 ‘우리 소설’, (B)계에 있어서의 ‘우리 소설’, (C)계에 있어서의 ‘우리 소설’이 각각 있고 또 이들이 어울려 있다고 할 때 비로소 ‘우리 소설’은 한층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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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5 1부 1. 악마적 글쓰기와 사소설 형식 15 --「불신시대」와 「암흑시대」 2. 악마적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 1 40 --『표류도』론 2부 1. 악마적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 2 63 --『김약국의 딸들』 2. 프티부르주아의 성격과 6 · 25 77 --『시장과 전장』론 3부 1. 산천으로서의 『토지』 111 --지리산의 내부와 외부 2 『토지』 앞단계로서의 『혼불』, 뒷단계로서의 『지리산』 240 --연속성론 4부 1. 박경리의 창작방법론 267 --양가성의 균형감각과 제3의 시선의 개입 2. 『토지』 번역과 작가의 특별 강연 313 --파리, 1994년 11월 24일, 박경리 5부 1. 뻐꾸기와 능소화 335 --박경리의 『토지』와 이병주의 『지리산』 2. 박경리와 박완서 340 3. 『토지』와 지네 체험 343 부록 토지 지도 349 인물 가계도 353 박경리 연보 362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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