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2000년부터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병원 내에서 의약품의 조제는 입원환자나 수술환자 등에 국한되어 허용되어 왔다. 그러나 약사법은 의사가 누리는 원내조제권의 행사방법에 관해서 의사는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다”라는 규정(제23조 제4항)만을 두고 있을 뿐이다. 이 규정에서 ‘직접’의 의미는 ‘손수’라는 매우 제한적인 의미로 읽힐 수는 없다.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그에 따라 조제하는 경우를 두고 ‘간접’ 조제라고 한다면, 약사법의 ‘직접 조제’ 규정은 의약분업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약사법은 의사가 원내조제를 할 때 (의료법에서 인정하는) 의료분업을 어떤 형태로 수행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2007년 나온 대법원 판례(大判 2006도4418)는 의사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조제를 위임하는 경우에는 간호사 등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첫째, 이 판례는 상급종합병원의 현실에서 보면 의약품의 조제는 체계화되고, 전문화되고, 독립적인 간호조직에 의해 ―물론 의사의 전자처방에 따라― 훌륭하게 수행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병원의 현실에서 보면 간호조직의 통제기능과 교육기능이 의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기능보다도 원내조제의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더 중요함을 인정할 수 있다. 둘째,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이 판례 이후 간호사의 조제가 이루어진 진료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청구가 부당청구로 인식되면서, 병원들이 부당이득환수나 과징금의 제재를 받게 되었으며, 특히 30여 개가 넘는 중소병원들이 그로 인해 문을 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해당 의료기관의 원장들은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는 분명 대법원이 의도한 것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약사법 제23조 제4항의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다”는 법문언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의료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의약품 오남용의 방지라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달성하게 하는 것인지가 문제로 등장한다. 또한 만일 합리적 해석에 한계가 있다면 동 조항을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가라는 입법론적인 문제도 등장한다. 물론 이러한 해석론과 입법론의 논의에는 그에 앞서 이 조항에 어떤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지를 깨닫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책은 약사법 제23조 제4항의 이와 같은 해석론과 입법론 그리고 위헌론을 자세하게 펼쳐보인다. 이 책에서 펼치는 나의 해석론, 입법론, 위헌론은 의·약 간의 직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서, 진료의 효율성과 의약품 오남용 방지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고, 병원의 임상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토대로 병원들이 ―제23조 제4항의 잘못된 운영으로 인해― 억울하게 문을 닫게 되는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쪼록 나의 이 분석과 제안이 의사, 간호사, 약사, 환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합리적인 원내조제의 법리를 세우는 것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끝으로 이 책의 출간을 맡아주신 세창출판사 이방원 대표님과 임길남 상무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교정을 꼼꼼히 해준 고려대학교 대학원생 권지혜 양과 최샘 양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2015. 4. 대모산 기슭의 豊士室에서 이 상 돈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