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작하며 나는 숙박시설에 묵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이런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강해져서, 최근 몇 년간은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날이 연간 200일을 넘곤 했다. 작년에는 무려 250일이 넘었을 정도다. 물론 이를 자랑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다만 적어도 숙박시설에 대해 논할 자격은 있다고 자부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용 횟수가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식도락가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식당을 가봤는지, 그 횟수를 자랑하는 것이 목적인 듯한 이들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식당의 음식을 먹어봤다고 해서 반드시 음식의 맛에 정통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숙박시설에 묵었는지, 숙박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일 뿐임을 밝히고 싶다. 되돌아보면, 숙박시설에 대해서만큼은 조숙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가미코치 테이코쿠 호텔’에 질렸다며 시라호네 온천을 조부께 추천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고백하건대, 나의 ‘숙도락(宿道樂)’은 조부께 물려받았다. 조부께서는 일류 호텔에서 묵는 것을 즐기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의 유일한 즐길 거리였던 것 같다. 조부께서 내게 숙박시설의 즐거움을 알려준 것은 초등학생 무렵이었다. 그 후 환갑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숙박시설에 묵으며 즐거움을 누려왔다. 그리고 이런 즐거움을 다른 이들도 함께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내게 되었다. 사실 숙박시설에 묵는 즐거움을 말하는 것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런데 막상 추천할 만한 곳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당황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목적에 따라 그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온천을 바라는 이와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는 이에게 추천할 곳은 다를 수밖에 없다. 혹은 절경이나 설비에 따라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실 모든 숙박시설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가령 온천은 훌륭하나 음식이 맛없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온천, 음식 등의 분야로 나눠서 집필하려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고심 끝에 지역별로 정리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여행을 계획할 때 먼저 고려하는 것이 ‘지역’이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 가이드북 대부분이 지역별로 나누어져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는 ‘홋카이도에 가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숙박시설을 추천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장을 나누고 글을 썼다. 또한 지도에 숙박시설의 위치를 표기하며 그 명칭 옆에 특색에 따라 아이콘을 붙여 구분했다. 이를 잘 활용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나는 이 책에 소개할 100곳의 숙박시설을 선정하면서, 후카다 규야가 쓴 의 선정 기준을 참고했다. 후카다 규야는 일본의 100대 명산을 선정함에 있어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고 한다. 바로 품격, 역사, 개성이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산에는 ‘산격(山格)’이라 불러야 할 것이 있다.”는 그의 말을 빌린다면 숙박시설에는 ‘숙격(宿格)’이라 불러야 할 것이 있다. 그래서 나도 선정 기준으로 ‘품격’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 다음으로는 ‘과정’이다. 물론 숙박시설도 산처럼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긴 역사에 비해 별 볼 일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역사는 짧아도 꼭 가봐야 할 곳이 있기에 나는 역사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했다. 숙박시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숙박시설로 자리 잡게 되었는가에 중점을 두었다. 가령 체인 호텔이라고 해도 그 숙박시설이 그 장소에 있을 만한 필연성이 있는지를 살폈다. 마지막으로는 ‘개성’이다. 개성은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아도 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일본 료칸은 물론이고 체인 호텔이라고 해도 저마다 개성이 있기 마련이다. 개성 없는 숙박시설만큼 시시한 것은 없다. 이처럼 산을 고르는 것과 비슷한 기준으로 숙박시설을 선정했다고 하면, 당연히 이론(異論)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걱정은 후카다 규야 씨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는 에서 “내 선정에 대한 이론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아는 산을 명산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 결정은 수많은 산을 비교 검토해본 끝에 내린 것이다. 물론 나의 눈이 신처럼 공평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내게 자신감을 준 것은 50년 가까운 등산 경력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은 내 주관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반드시 타당하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문에서 종종 ‘일본의 새로운 명승지 100선’처럼 영업 정책적인 투표로 선정하는 것들에 비하면 내 선택이 더 정확할 것이라 확신한다. 더불어 나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재판의 기회가 있다면, 그들의 의견을 빌려 일부를 수정할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 또한 이런 마음가짐임을 밝히고자 한다. 한편 산은 변함이 없지만 숙박시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으뜸으로 생각하는 법이다. 이 책과 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숙박시설은 불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숙박시설이 지금은 훌륭하다고 해도 10년 후, 20년 후에도 훌륭하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이는 전적으로 숙박시설의 자세에 달려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숙박시설만큼은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그래서 오래도록 훌륭한 숙박시설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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