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리말 나이가 같고, 심장에 똑같은 충격을 받은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사람은 우울한 독신자이고, 다른 사람은 기혼자이며 우울하지 않다. 이 경우, 독신자는 기혼자보다 1년 안에 심장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왜 그럴까?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여자가 있다. 생활이 평온하면 괜찮다가도 아이들과 언쟁을 벌일 때면 관절염이 갑자기 심해진다. 왜 그럴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급이 낮을수록 상사보다 심장질환과 위장 장애로 고생할 확률이 더 높다. 왜 그럴까? 천식 환자가 자신이 병으로 고생했던 경험을 글로 쓰면 폐 기능이 더 좋아진다는데, 이것은 정말일까? 사회적 고립은 흡연과 비만, 운동 부족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 대체 왜 그럴까? 이 놀라운 질문들은 미국 정신신체의학회에서 발간한 팸플릿에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흡연과 영양 부족, 오래 앉아 있는 생활 방식이 위험하다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심리적 요인에 대해서는 어떤가? 사람들은 질병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일시적인 증상들, 이를테면 면접을 보거나 소개팅을 하기 전에 생기는 경미한 복통, 시험을 치르기 직전에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증상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팸플릿에 소개된 질문들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위중한 질병들을 가리킨다.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심장병이나 류머티즘 관절염, 천식처럼 우리를 쇠약하게 만드는 만성질환에 정말로 영향을 미칠까?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영국과 미국에서는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매달 이상 증상을 느낀다. 이들은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의사를 찾아간다. 매스컴에는 건강 정보가 넘쳐나고 언론은 수많은 질병과 증상을 소개하면서, 당신도 이런 병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떠들어댄다. 실제로 동네 병원을 찾는 이들의 25퍼센트에서 50퍼센트 가량은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불편한 증상을 호소한다. 물론 이들이 받는 진단 결과는 거의 대부분 ‘이상 없음’이지만. 그렇다면 사소한 일도 지나치게 걱정하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 몸이, 신체 어딘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도 보내는 걸까? 마치 확성기처럼? 이런 질문은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이 경우, 나머지 50퍼센트에서 75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들은 정말 심장병, 당뇨, 암 같은 병에 걸렸다. 의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병에 걸리는 데 생각과 감정은 어떤 역할을 할까? 다른 사람들보다 병에 더 잘 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특정 질병에 쉽게 걸린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들이 대체로 건강하지 않다는 뜻일까? 사람들은 흔히 왜 병에 걸리는지를 고민하지만, 우리는 이 책에서 ‘병을 걱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라는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 여러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주장의 핵심은 ‘경험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인간은 경험을 처리하는 존재이며, 우리는 어떤 일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말하기와 쓰기는 이 방법을 가장 기본적이고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말하고 쓸 수 없게 된다면, 무엇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탐구하면서 우리는 나름대로 답을 얻었다. 무엇보다 심인성 질병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주요 질병 가운데 오직 마음의 문제 때문에 걸리는 병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질병 또한 없다. 결국 몸과 마음은 잠재적으로 얽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백 명의 여성이 자녀와 다퉜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이 류머티즘 관절염에서 이전과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이 경우 한 명의 사례를 통해서도 중요한 사실, 즉 관절염을 일으키는 몸의 기제가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 상태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몸과 정신의 연관 작용은 경우에 따라 잠복하거나 드러나기도 하고, 같은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 잠복하거나 드러나는 시기가 다르다. 어찌되었든 몸과 정신을 연결하는 통로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 몸과 마음이 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은 당황하면 얼굴이 붉어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첫 번째 사람에게 ‘당황스러운 감정’은 얼굴 혈관을 팽창시키는 원인이 된다. 반면, 두 번째 사람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대신 흥분하거나 쾌락을 느끼는 등 다른 식으로 감정의 변화가 생겼을 때 얼굴이 붉어질 수 있다. 이런 단순한 사례는 우리에게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기제를 한 가지로 단정 짓거나 일반화하지 말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신체적 증상이 같아도 원인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일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으며, 심리적으로 같은 압박을 받아도 서로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결국 개개인에게 어떤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물론 몸이 쉽게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별을 경험하거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등 ‘생명’과 같은 소중한 것을 상실하게 될 때 특히 위험하다. 우리는 힘들고 때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있다. 그때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지 못하면 우리 몸은 쉽게 망가진다. 그렇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뚜렷한 원인 없이도 건강이 쉽게 나빠진다. 여기서 정신분석은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한다. 이별과 상실감이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직장을 잃거나, 어떤 활동을 그만두거나, 심지어 취미활동을 지속할 수 없게 되는 상황도 ‘상실’에 포함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느냐 하는 점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상실의 경험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가 사별했는지 여부만을 조사한다면 자칫 실직이나 취미활동의 중단, 역할 변화와 같은 사소하지만 미묘한 다른 요인들을 놓칠 수도 있다. ‘상실감’에 대해 생각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결론을 얻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이 죽은 애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증상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똑같은 말투를 쓰고, 똑같은 자세로 걷고, 그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향수를 뿌리고 옷을 입을지 모른다. 동일시 현상은 종종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며, 물리적 질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이 한 운명임을 표현하려고 그런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아니면, 동일시하는 사람이나 사별한 사람을 이해하는 메커니즘을 사용할 수 없기에 그런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오늘날 증상의 원인을 유전적 요인에서 찾아내는 관점이 유행하면서 무의식적 동일시 현상은 무시되었다. 부모와 자식 세대에서 같은 증상이 발견되면 너무 쉽게 유전이라고 단정해버린다. 물론 이 말이 유전이 아니어도 무의식적 동일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무의식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따져보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어떤 조류는 심리적 요인을 배제한다. 정신적 요인도 신체적 요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려면, ‘심인성’이라는 말을 질병 자체가 아니라 질병을 다루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천식, 갑상선기능항진증, 고혈압 같은 병을 심인성 질병으로 분류해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병이든(감기든 말라리아든 심장병이든 암이든) 정신신체 관계를 고려해서 다룬다는 말이다. 정신신체의학이 안과학이나 심장학처럼 전문 영역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각 전문 분야의 의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먼저 병에 대한 일반적 오해를 살펴보자. 질병의 뜻은 분명하게 규정되며, 하나의 원인에 하나의 치료법이 적용된다고 보통 생각한다. 박테리아 감염에 항생제를 처방할 때, 병에 대한 이런 개념이 전제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개념은 우리가 잘 아는 질병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 개념은 사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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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의 말 _ 의학과 심리학 사이의 경계에서 추천의 말 _ 대중을 위한 정신분석의 첫 장 추천의 말 _ 몸인가, 마음인가? 들어가는 말 _ 정신분석학이 당신의 건강염려증에게 보내는 편지 1부 질병의 심리학 1장 | 왜 병에 걸릴까? 무엇이 병을 일으킬까? 세균 때문인가? 유전 요인인가? 왜 심리적 요인이 중요할까? 2장 | 왜 잘 들어야 할까? 왜 의사들은 환자의 말을 잘 듣지 않을까? 의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측정할 수 없는 질병의 요인들 3장 | 스트레스가 주범일까? 증상도 하나의 언어다 정말 스트레스 때문일까? 스트레스는 무조건 해로울까?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4장 | 언제 아플까? 발병 시기가 왜 중요할까? 병이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있을까? ‘상실 체험’과 발병은 관계가 있을까?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가 정말 있을까? 5장 | 말 때문에 병에 걸릴 수 있을까? “인간이 아는 질병은 대부분 최면술에 반응한다” 정통 의학이 다루지 않는 암시 치료의 힘 말로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알약보다 주사가 더 잘 듣는 진짜 이유는? 병의 종류가 계속 늘어나는 까닭 6장 | 질병에도 뜻이 있을까? 프로이트가 밝힌‘전환 증상’ 생각과 환상이 병의 증상에 영향을 줄까? 전환 증상인가, 식물 증상인가? 7장 | 어떤 삶을 사는가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까? 갑작스런 증상은 어떤 표시인가? 질문하는 증상, 대답하는 증상 2부 마음·몸·질병의 삼각관계 8장 | 성격 때문에 병에 걸릴 수 있을까? 심장병에 잘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성격과 심장병의 상관관계?사회적 관계 맺기가 중요한 이유 흡연보다 경쟁적 태도가 더 위험하다 9장 | 인간관계가 병을 일으킬 수 있을까? 낙후된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왜 더 건강할까? 엄마와 자주 스킨십을 하지 못한 아이가 병에 더 잘 걸릴까??주변 사람과 맺는 관계가 우리 몸에 영향을 줄까? 대인관계에 변화가 생기면 증상도 변할까? 10장 | 병에 걸린 사람과 나를 동일시하면 같은 병이 생길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왜 아플까? 어떤 병이 왜 한 가족에서 세대를 거쳐 나타날까? 리비도와 신체 질병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11장 | 마음먹기에 따라 면역력이 달라질까? 마음이 면역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천식 환자에게 일기 쓰기를 권하는 이유는? 누군가와 이별한다는 것이 당뇨병의 원인일 수 있을까? 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의 면역력이 더 떨어질까? 12장 | 암에 더 잘 걸리는 사람이 있을까? 심리적 요인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있을까? 성격이 암 발병에 영향을 줄까? 환자의 의지가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을까? 13장 | 감정 표현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인간의 감정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병에 잘 걸릴까??방어적으로 거리를 두는 태도가 병을 유발할까? 사회적 결속이 질병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까? 3부 정신분석학이 의사에게 묻다 14장 | 심리 치료가 도움이 될까? 심리 치료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환자의 개인사를 자세히 추적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 언어와 이미지를 사용하는 치료의 잠재력?대체 요법은 무엇인가 15장 | 의사가 정말 바라는 것 의사는 늘 환자의 증상을 없애야 하는가? 의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신분석, 전통 의학의 마지막 유물 후기 _ 우리는 언제나 환자가 될 수 있다 옮긴이의 말 _ 질병이 나에게 말을 걸 때 주 찾아보기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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