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인의 말 [풀잎의 노래]는 영시집 3권을 제하고는 열 권째 시집이다. 태교시집과 영시집을 합한다면 열네 번째 시집이 되는 셈이다. 열네 권의 시집을 내는데 40여 년이 걸렸다. 78년 내가 미당 선생님 선으로 한국문학에 등단 이후 줄기차게 외길을 걸으며 시를 써 왔지만 그 양에 있어서보다는 질에 있어서 내 마음에 드는 시를 아직도 내 몇 편 못 써낸 것 같다. 새삼 남편이 내게 유언처럼 남겨준 말이 생각난다. ‘한 편의 시라도 좋으니 영혼을 울릴만한 시를 남기시오’ 이 말은 나에게 시금석이 되어 내가 시를 쓸 때마다 나를 경각시켜 준다. 과연 그 동안 영혼을 뒤흔들만한 시를 몇 편이나 썼는가 자문하며, 남은 생애 동안 영혼을 울릴만한 시를 한 편이라도 쓰게 해 달라고 애타게 간구한다. 70고개를 넘기고 8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다 보니 인생이 무엇인가. 삶이 무엇인가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하나 등 등 인생의 근원이 되는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그동안 광야 길을 걸으며 ‘믿음과 시’라는 두 수레바퀴에 몸을 싣고 하늘의 별만 쳐다보고 구름 기둥 불기둥으로 인도해 주시는 그 분의 손을 붙잡고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를 채우며 이제 막 가나안 땅에 입성한 기분이다. 그러나 아직도 해야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예수상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나는 그동안 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인생길을 걸어왔다면 이쯤에서 나는 이제는 땅위의 작은 풀꽃과 들풀들을 보면서 나는 지상의 삶을 리얼하게 뒤돌아보고 짚어 보아야 할 것 같다. 내면의 성찰이랄까 하는 데 좀 더 천착하며 삶을 정리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내 이웃들도 찬찬히 살피며 나를 위해 손 흔들어 준 여린 풀이파리나 풀꽃 하나하나를 좀 더 자세히 보면서 실바람 하나에 까지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평안히 내가 쉴 곳도 찾아야 할 것 같다. [풀잎의 노래]는 나의 작은 음성이며 동시에 인생의 노래며 소외된 자, 극히 작은 자들의 삶의 세미한 음성일 수도 있다. 아니 죽어가는 것들의 들리지 않는 아우성이며 외침일 수도 있다. 신만이 가늠해서 들을 수 있는. 아 - 나는 그 음성을 듣고 싶었다. 그 미세한 음성을 사라져 가기 전에 노래하고 싶었다. 인류가 태어나서부터 생성과 소멸의 그 반복되는 역사 위에서 사라져 간 것들, 아픔에 몸부림치는 것들, 외로운 것들을 부등켜 안고 함께 울며 노래하고 싶었다. [풀잎을 위한 노래]가 소외되고 아픈 이웃들에게 다소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2019년 9월 김 소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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