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을 펴내며 〈결혼 전 물어야 할 15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거북해서, 상대를 잘 안다는 생각에, 그런 것쯤은 문제가 안 된다는 ‘자만’에, 정작 중요한 질문을 빠트리지는 않을까?”라는 말로 시작된 이 기사에서 소개한, 결혼 전 상대에게 꼭 물어야 하지만 대개는 그냥 넘어가고 마는 열다섯 가지 항목 중 몇 가지만 적자면 이렇다. “아이를 가질지 논의해 봤나? 그러기로 했다면 주로 아이를 돌볼 사람은? 서로의 재정적 책임과 목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나? 육체와정신의 건강 이력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서로 제공했나? 성적 욕구와 기호, 성적 기피 문제에 대해 편안하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나? 침실에 텔레비전을 둬야 하나?” 등등. 어찌 보면 중요한 ‘계약’을 앞둔 갑과 을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몇 가지 원칙을 재확인하는 절차 같기도 하다. 백년해로를 기대하는 남녀가 이 조항들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서로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해 다소, 아니 심하게 불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합의점에 순조롭게 도달했다고 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또 다른 문제일 테니 말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과연 결혼이라고 하는 엄청난 일을 감행하는데 서로에게 묻고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비단 이 열다섯 가지 항목뿐일까? 아니 가짓수가 중요한 건 아닐 수도 있겠지. 단 한 가지 약속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썩 괜찮은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중요한 건 이런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서 갖고 있던 환상이나 자기 식대로 만든 상대의 이미지, 또는 결혼에 대한 동상이몽에서 빨리 깨어날 수 있다면,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눈 뜨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그래서 결혼을 먼저 해본 선배 기혼자들에게 조언을 구해 그것을 책으로 엮어볼 생각에까지 이른 것이다.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 질문이 있다면 무엇일지 써주세요. 그것은 자신에게 묻는 것일 수도 있고, 배우자에게 또는 두 사람 모두에게 물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어색하거나 불편해서 묻지 못했던 것들을 이 책이 계기가 되어 서로에게 혹은 자신에게 물을 수 있고,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삶에 대해서 더 깊이 알아가도록 해준다면 이 책은 제 몫을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치하고 치사하다고 생각되는 질문도 좋습니다. 이 책을 핑계삼아 그런 이야기까지 편하게 나눌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런 내용을 담아 원고 청탁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필자들의 반응은 다채로웠다. 우리가 애초 예상했던 인원보다 세 배 가까운 사람에게 청탁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만큼 거절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바빠서’ 쓰기 어렵다는 분도 많았지만, 또 아주 솔직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거절한 사람들도 있었다. “실은 별거중이에요. 이런 상태에서 제가 젊은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아내가 제 글을 본다고 상상하니 도저히 글 쓸 자신이 없네요.” “아내가 ‘당신은 그런 글을 쓸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 쓰지 말라고 하네요.” 자기 ‘검열’과 배우자의 ‘검열’(본인의 추측이지만)에 걸려 글을 쓰지 못하겠다고 고백한 사람들이 제법 됐다. 이혼 경험이 있는 어떤 분은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중이라 답장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너무 실존적인 문제로 다가와서요”라는 답신을 보내오기도 했다. 어떤 분은 흔쾌히 써보겠다며 “기분 좋을 때 써야 할 텐데…… 관계가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에 따라서 생각이 극단적으로 달라지거든요”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는데, 끝내 원고는 오지 않았다. 관계가 계속 좋지 않았던 것일까? 바빴을까? 그도 아니면 결혼을 주제로 글을 쓰려니 마음이 복잡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원고 청탁을 받고 “속이 시끄러웠다”고 고백한 사람도 여럿 있었으니까. 그 중 한 필자는 마감일을 몇 번이나 어기다가 “며칠 안으로는 꼭 써주셔야 한다”는 최후통첩과 같은 메일을 보냈더니 “오래 전 결혼에 실패한 적이 있다. 다 극복한 줄 알았는데 막상 정면으로 결혼에 관련한 글을 쓰려니 내 마음 안에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이번에 새삼 알게 됐다”는 답신과 함께, 그래서 더더욱 이 원고를 마무리할 필요가 자신에겐 있었다고, 다시 한 번 마감 기회를 주어 고맙다는 얘기를 건네오기도 했다. 원고 쓰기를 힘들어하는 필자들이 많은 걸 보면, “이 글을 쓰는 것이 모두들 자신의 결혼 생활만큼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쉽게 썼다면 최근 큰일을 겪고 뭔가 정리를 한번 했거나……”라고 웃으며 말한 또 다른 필자의 얘기가 맞는 듯도 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기혼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원고 때문에 고민하고, 원고를 쓰면서 제일 의식하는 사람이 독자 이전에 자신의 배우자인 모습을 보면서 결혼이라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구나 하는 걸 새삼 실감했다. 여러 사람들이 남긴 결혼에 관한 글들을 봐도 그렇다. 극작가 버나드 쇼는 “결혼을 곧잘 복권에 비유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복권 중에는 맞는 복권도 있기 때문에”라는 말을 남겼고, 프랑스의 소설가 앙리 몽테를랑은 “머리가 좋은 남편이란 존재할 수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머리가 좋은 남자라면 결혼을 안 할 테니까”라는 말을 했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내에게 있어서 남편이 소중한 때란 남편이 없을 때”라고 말했고, 시인 바이런은 “굉장한 적을 만났다. 아내다. 너 같은 적은 생전 처음이다”라는 강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아내를 남편으로, 남편을 아내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리라.) 결혼에 관한 달콤하고 긍정적인 말들도 어딘가 있겠지만, 쉬이 찾아지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 책에 원고를 보내온 필자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임혜지는 “나는 이혼이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결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간의 가장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위력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믿지만, “단순히 제도와 타성에 의해 유지되는 결혼 생활이란 사랑에 대한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김종휘는 “가끔 ‘서로 등에 칼은 꽂지 말자’와 같은 말이 갱들의 세계에서 사용되는 말이 아니라, ‘결혼의 서약’에 나오는 말이어야 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면서, “배우자가 등을 보이는 동안에 순간의 막말 한 번 잘 참아도 그것이 바로 비수를 꽂지 않는, ‘결혼의 서약’을 준수하는 훌륭한 행위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곽병찬은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는 철석같이 믿는다. 두 사람의 사랑은 완전하다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사랑은 완전해도 사람은 완전하지 않다. 그런 사람이 꾸려가는 생활 또한 그렇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김서령은 “어떤 사람은 부부가 침대에 누워 있으면 둘이 누운 것이 아니라 양쪽의 부모를 합해 여섯 명이 함께 누운 것이라고 말하더라. 비장하지!”라고 적었다. 기혼자가 결혼에 관해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건 삶이 달콤하지만은 않은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그렇다고 삶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도 아닌 것처럼, 결혼이 주는 선물도 분명 있다. 이 책 속에 바로 그 선물들이 은밀하게 숨어 빛을 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열일곱 명의 필자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삶의 통찰과 지혜, 그것들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처럼, 힘든 상황들이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처럼, 적을 사랑할 때 에고가 사라지는 것처럼, 결혼이라고 하는 ‘통증’이 주는 깨달음은 그만큼 값지고 클 것이다. 위에 언급한 버나드 쇼나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하기에 따라 결혼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고양시켜 줄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김종락의 글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어둠이 없이는 빛도 존재할 수 없음을 우리의 영혼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힘들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매순간 2퍼센트 더 행복해지는 비법이 담긴 달마의 글을 보시라. 이 책은 결혼을 권장하거나, 반대로 결혼 제도의 문제점을 새삼 들추려고 만든 책이 아니다. 그저 결혼을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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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첫 번째 이야기 우리는 결혼을 배운 적이 없다 겁 없을 때, 철들기 전에_김종휘 14 내게 고독을 선물해 줄 수 있나요?_목수정 24 꼭 결혼이어야 하나요?_박범준 40 결혼기념일마다 묻는 세 가지 질문_임영신 50 무엇을 결혼시키고 무엇을 이혼시킬 것인가?_서윤영 64 두 번째 이야기 결혼, 그 달콤 쌉싸래한 현실 사냥꾼 남편과 슈퍼우먼 아내가 함께 늙을 가능성_임혜지 76 살아보고 다시 계약하면 안 될까?_안건모 88 결혼은 복불복이다_권인숙 102 사소하고 유치한, 그러나 결정적일 수 있는_오진희 112 세 번째 이야기 그래도 결혼할 당신에게 배우자를 마트의 고객처럼_박금선 126 숙성되지 못하면 사랑도 쉰다_곽병찬 136 아내라는 이름의 하느님_김종락 150 매 순간 2퍼센트 더 행복해지는 비법_달마 162 네 번째 이야기 마법이 풀릴 때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 깊은 무의식까지 함께 나누는 관계_김서령 180 지금 사랑하고 오래 연애하는 법_편해문 192 불완전한 자아가 완전을 꿈꾸는 유일한 방법_이안수 204 우리는 모두 상처받은 존재들_강수돌 216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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