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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Na Kyung 풍경·공간, 그 너머

Lee, Na Kyung 풍경·공간, 그 너머

이나경

한길 아트·2009-01-01

  • 예술
  • KDC 6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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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회화의 순수성과 상반성의 조화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는 일은 생활의 편리를 위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목적을 위해 자연의 모습을 변형(transformation)시킨 지적 행위는 실로 인류 역사를 급속히 발전시킨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주어진 공간이나 울타리의 제한 없이 황량한 벌판을 자유스러움이 아닌 두려움으로 떠돌아 다니던 옛 인간들은 정확과 더불어 계절의 순환과 자연의 이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스스로 경계선을 긋고 공간을 분할(composition)하여 응집된 틀 속에서 삶의 질서를 찾은 것도 원초적인 혁명이라 하겠다. 현대인들은 많은 시간을 한정된 공간 속에서 생활한다. 도시에 밀집된 수많은 건물들이 그렇고, 그 건물 속에 바둑판처럼 나누어진 사각형의 방들이 그렇다. 아파트, 연구실, 그리고 작업실을 기계처럼 맴돌며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사각형과 부단한 싸움을 해야만 하는 것도 숙명적이다.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회화를 거울이나 창문에 비교해왔다. 사각형의 창틀에 의해 토막내어진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회화에 재현시키기 위해 여러 종류의 화법을 연구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많은 화가들이 이러한 일상적인 형상개념에서 이탈하고 있다. 창문을 통하여 보여지는 자연의 물체가 아니라 유리창이라는 평면 위에 초점을 맞추어, 표면에 물들여진, 색채, 선, 그리고 면의 구성을 보는 것이다. 회화의 속성이 평면성(flatness)에 있고 색과 선과 면이라는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자연을 재현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본면의 속성과 한계성을 깨닫고 강조하면 더욱 힘찬 자아의 순수성이 표현되지 않겠는가. 수직선과 수평선을 강조함은 회화의 가장 원초적인 형식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초적이지만 의도적인 형식의 문제는 심적 내부에서 일어나는 본능적인 혼동으로 갈등을 가져오게 된다. 항상 억제하고 걸러내어진 정수만을 표출하기에는 스스로의 가지가지 다른 내적 표상에 대한 기만감을 느낀다. 얼룩지고 멍든, 그러나 시적이고 음악적인 오묘한 감성이 자연스러운 손의 놀림과 몸의 동작으로 표출되어 화면 위에 색과 선의 흐름으로 겹쳐진다. 그러나 다시 한정된 공간과 표면의 엄숙함을 의식하여 절제된 선을 긋고 분할하기를 거듭 반복한다. 불확실한 선의 자유로운 표류가 계산된 화면 속에서 회화의 순수성을 고집하고 있다. 이렇게 의식과 무의식, 지성과 감성, 질서와 혼돈, 그리고 인위성과 자연성이 교차되며 화면이 채워져가는 것이다. 대부분 이러한 상반된 힘의 작용은 어색한 충돌을 일으키며 서로 반복하지만, 이따금씩 경이롭게도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힘있는 통일을 가져오기도 한다. 회화의 원초적인 형식 문제와 각성의 내적 표현 문제는 작업을 계속하는 한 화면상의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반복되는 이 작업은 언제까지나 계속되어질 과정이지 만족한 결과나 해답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완전한 만족감으로 점철되지 아니하나 삶의 조화로움을 위해 계속 노력하듯, 화면상의 상반된 요소도 서로의 힘을 의식하고 존중하며 꾸준히 맞서 공존할 때 풍요로운 생명력이 신의 은총처럼 값없이 내려지리라 믿는다. ―1987 이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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