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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삼한지

김정산

서돌·2009-12-25

  • 문학
  • KDC 8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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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것은 우리 역사의 밤하늘에 한 무리 휘황한 별자리를 이룬 시대, 그 눈부시게 찬란한 우리 영웅들의 이야기다. 1천 수백 년 전에 이 땅에서 태어나 살다가 하늘로 돌아가 별이 된 사람들, 나는 사서(史書)의 행간과 이면에서 그들이 뿜어내는 영롱한 빛을 그대로 백지에 옮겨놓으려고 노력했다. 소설이라면 으레 작가가 마음대로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소설만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고시 공부를 하듯 고대사를 닥치는 대로 읽고 수많은 자료와 사료를 조사했다. 고증을 위해 전국을 샅샅이 돌아다녔고, 귀한 사료의 원본이나 사본을 얻으려고 몇 달씩 눈물겨운 노력도 했다. 바닷가 빈집에 혼자 틀어박혀 여덟 달 동안 외출 한 번 하지 않고 글을 쓴 적도 있다. 그 세월이 돌아보면 10년이 훌쩍 넘는다. 지금 와서 새삼 고생한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내 인생에서 한창 왕성한 10년을 미련 없이 덜어 여기에 매달리면서 내가 추구하거나 깊이 의식한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가 역사다. 역사란 앞사람이 살고 간 흔적과 기록이다. 그것을 정확히 알고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흥미에 따라, 또는 나름의 어떤 저의로 각종 매체에서 역사를 멋대로 비틀고 시시각각 왜곡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릇된 교양과 상식을 통해 엉터리 역사관을 가지게 돼버렸다. 그래서 정사(正史)는 빛을 잃고 흥미로운 야사(野史)만 널리 회자되어 마치 정사처럼 행세하는 이상한 풍토가 만연한다. 삼국시대도 마찬가지다. 민족이나 동족(同族)이란 개념은 아예 없었던 삼국시대에 신라가 외세를 등에 업고 동족을 멸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굳이 따지면 고구려, 백제와 신라, 가야의 집권층들은 각기 조상과 뿌리가 달랐다. 게다가 정확히 삼국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100년 안쪽이고 나머지 5, 6백 년은 이 좁은 한반도에 가야 6국과 바다 건너 탐라, 우산국 등 10여 개의 나라가 공존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말하는 한민족(韓民族)은 신라가 삼국통일을 완수하면서 비로소 생겨났다. 신라 문무왕이 당나라의 경고와 협박을 뿌리치고 전쟁을 하면서까지 백제와 고구려 유민은 물론 일부 말갈족까지 흡수하여 백성으로 삼은 것이 우리 민족의 시초이며 원형이다. 비록 고구려가 차지했던 광활한 북방 영토는 잃었지만 대신 사람과 민족을 얻었고, 오늘의 한국인을 정형화시킨 공로가 신라에 있다. 또한 주로 선거철만 되면 일부 정치인들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용도로 사용하는 수법이지만, 백제와 신라를 오늘날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눠 정신적인 분할을 꾀하는 짓도 그 가계(家系)가 1천 수백 년간 한 곳에서 붙박이로 살아왔을 때나 적용되는 이야기다. 도대체 그런 가계가 어디 있으랴. 역사를 제대로 알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진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어떤 사명감까지 느끼며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거쳐 이 작품을 썼다.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대부분은 《삼국사기》를 비롯한 정사에서 취했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구를 사용했다. 두 번째는 중국사람 나관중이 쓴 《삼국지(삼국지연의)》다. 돌아보면 내가 삼국지를 처음 읽은 것은 중학생 때였지 싶다. 월탄이 번역한 《삼국지》였는데, 매일 조금씩 읽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흥분에 들떠 내용을 이야기하던 기억이 새롭다. 관우나 장비의 무용담을 읽었을 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제갈공명의 신비로움과 명석함은 한때 내 삶의 우상과 지표가 되기도 했다. 관우의 목이 잘리고 장비가 죽었을 땐 밥도 먹지 않고 슬퍼했다. 아마 그 또래 아이들은 지금도 그럴 것이다. 삼국지가 그려놓은 인물들과 그 세계에서 얻은 감동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동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중국인이 부럽고 중국이란 나라가 참 대단해 보였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역사는 별 재미가 없었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웠지만 우리 역사란 늘 어려운 도표였고 골치 아픈 암기 대상이었지 감동이나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딱딱한 사서(史書)의 기록만 있을 뿐 중국 삼국지처럼 특정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삼국지와 중국인에 대한 부러움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안타까움으로 바뀌어갔다. 고작 80년에 불과한 중국 삼국시대(위·촉·오)는 국경을 넘고 대를 이어 무섭게 전파되는데, 수백 년간 이 땅에 존속했던 우리 선조들의 시대는 여전히 사료와 학문이란 울타리에 갇혀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조차 어려웠다. 그 답답함과 안타까움은 숫자로나, 역사에 남긴 발자취로나 중국 인물들에 결코 뒤지지 않을 우리 삼국시대 영웅호걸들을 만나면서 거의 통탄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와 젊은이들이 남의 나라 역사와 문화에 먼저 경도되고, 남의 나라 인물을 통해 꿈과 기개를 키운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그런 자산이 아예 없다면 모르되, 생각할수록 딱한 일이다. 이는 역사와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의 영역이며, 잘 쓴 소설 한 편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남의 나라 역사를 읽으며 감동한다면 그 나라 문화와 가치관에 혼이 절반쯤은 젖는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당장에 꼽을 수 있는 중국 삼국지의 폐해가 자신도 모르게 호불호(好不好)의 역사관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중국 삼국지를 읽은 사람은 우리나라 삼국에 대해서도 은연중에 어느 한 나라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관을 갖게 된다. 비유하자면 마치 남의 집안을 구경한 뒤 내 집 부모나 조상에게 좋고 싫은 차등을 두게 되는 이치와 같다. 나 역시 그런 전철을 밟았기에 어른이 되고 역사적인 자각을 한 뒤에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역사소설, 철저한 고증과 정사에 바탕을 둔 읽을 만한 순수 창작물이 귀하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아쉽고 절통했다. 이 소설은 그런 갈증에 대한 내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심혈을 기울인 것은 문장과 말법이다. 지금 우리가 흔히 쓰는 문장들은 순수한 우리 문장이 아니다. 대부분 외세에 오염된 문장들이다. 최대 오염원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유입된 일본식 단어와 말법이고, 최근엔 영어와 영어 문장이 또 빠르게 우리말과 글을 오염시킨다. 본래 우리 산문은 길게 늘어지는 사설 가락에 풍자와 해학이 흘러넘치고 장단과 운율이 저절로 따라가는 맛깔스러운 것이었는데, 요즘엔 거의 모두가 짧고 간결한 문장들만 선호하면서 특징도 없고, 색깔도 없고, 심지어 얼마나 짧게 쓰느냐가 좋은 문장의 척도라고 주장하는 이까지 생겨났다. 그러니 쓴 사람의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글인지도 도통 알 수 없는 무색무취한 글과 문장이 범람하는 것이다. 문장이 내용의 중요함을 능가할 수는 없다고 해도 문학에서 문장은 내용만큼 중요하다. 문학의 주제가 음식 종류라면 문장은 재료며 맛이다. 설렁탕엔 설렁탕 맛이 나야 하고 칼국수에선 칼국수 맛이 나야 한다. 또 집집마다 맛이 달라야 문학 전체가 풍요로워진다. 다양함을 추구하는 것이 문학의 본질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우리말과 글은 너무도 오염이 심해서 어디서부터 무엇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우리 자신도 모를 지경이다. 나 역시 잘못된 국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순수한 우리 문장으로 글을 쓰는 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물론 이 작품에도 그릇된 문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염된 문장을 배격하고 본래 우리 문장을 되찾아 쓰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국어가 살아야 민족이 산다. 우리 민족이 지닌 착한 심성과 선량한 바탕은 오직 우리말과 우리글, 그리고 흔히 홍익인간으로 대변되는 우리 정신세계의 구현을 통해서만 되살리고 유지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앞사람이 살아간 별 같은 흔적을 더듬고, 민족사에서 훌륭한 족적을 남긴 선조를 찾아내어 영웅으로 받들고 섬기는 일은 뒷사람의 당연한 의무다. 아울러 민족 전체의 저력을 키우는 초석이며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 영웅의 그늘 아래에서 후대는 단결하고 또 성장한다. 당대 영웅이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든 영웅은 모두 후대가 만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 선조들은 불행하고 우리도 불행하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우리에겐 너무 영웅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유례가 드문 우리만의 수천 년 역사가 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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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의 대치 회유하려는 자를 속이다 신성함락 목숨을 건 거짓 항복 건무 장군 살수대첩 자멸하는 양제, 몰락하는 수제국 영웅은 영웅을 달래고 부록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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