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개정 증보판을 펴내며 -1 집짓기 바이블,2년의 진화 양껏 잠을 보충한 토요일 늦은 아침, 헐렁한 신을 걸치고 정원을 딛는다.연둣빛 잔디가 폭신하게 발을 받친다. 물론 옷차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올봄엔 울타리 삼은 사철나무에 넘치도록 새순이 튼 데다 번갈아가며 꽃을 피우는 야생화들 덕에 두 눈이 더 호사스럽다. 이어 눈과 입을 닫고 코와 귀를 한껏 열면, 잠자던 몸 속 세포들이 깨어나려 앞을 다툰다.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쫑쫑쫑 마당을 뛰어다니던 딸은 두 살 더 먹더니 제법 성큼성큼 아빠를 따라나선다. 그럴 리 없는데도, 남편이 내린 커피가 가장 맛이 난다는 아내와 나란히 앉아 뽀얀 민들레 홀씨 뭉치를 후후 부는 딸아이의 볼을 보고 있자면, 시간은 그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속도로 흐른다. 집을 지어 산다는 것은 시간을 새로 쓰는 일이기도 하다. 입주 후 우리 가족은 집 앞 언덕과 집 안 계단을 두 발로 오르내리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출퇴근 시간을 보냈고, 텃밭 상추가 얼마나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가 기분 좋은 처치곤란 상태에 빠져 주말을 지내기도 했다. 때로 집에 대한 만족과 근심 사이를 초고속으로 오가느라 숨을 헐떡거리기도 했다. 입주와 함께 이전에는 없던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 시간은 낭만이나 꿈으로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으로서 새로웠다. 건축은 공간과 시간의 관계 맺기이거니와, 좋은 건축은 맺어진 관계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들여다보게 해준다. 밥 먹을 때 1층과 책 읽을 때 2층은 각 공간에 부여된 물리적인 기능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또는 따로 있는 시간을 재구성해준다. 건축주는 아이 방을 1층에 놓을지 2층에 배치할지를 고심하며 건축가와 머리를 맞댔으므로, 이후 자신의 선택이 가져온 생활 변화를 몸으로 깨닫게 된다. 자기 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감나무가 잎을 돋우고 열매를 맺는 시간 변화에 적극 동참한 딸은 학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관찰력과 상상력을 키워간다. 건축이 시공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 『집짓기 바이블』이 나오고 책에 참여한 건축주들에게 문의가 잇따랐다. 직장 동료들로부터 질문이 빗발치는 통에 설명회라도 따로 열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문의는 많았지만 궁금해 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얼마에 지었는지, 몇 평인지, 방은 몇 개인지, 춥지는 않은지 등, 대부분이 ‘아파트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 질문들이었다. 거실과 주방 주변으로 방들이 배치된 규격품에 수십 년을 바쳐온 우리는 개별화된 주거공간을 상상하지 못한다. 집짓기는 벽을 세워 안과 밖을 나누고 방의 기능을 구분하는 작업이기에 앞서, 우리 식구들을 둘러싼 시공간을 새롭게 쌓아올리는 일이다. 단순한 열거만으로 이뤄진 집이 아닌 비유와 인용, 도치와 생략으로 풍성한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현실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발현되는 것이어서 현재 내 삶이 어떤 모습인지 민감하게 살펴야 이를 어떻게 바꿀지도 상상할 수 있다. 시간과 만나며 완성돼 가는 건축처럼, 『집짓기 바이블』 역시 지난 두 해 동안 제법 자랐다. 판매 부수가 많다는 소식보다 이 책을 찾는 독자 수요가 꾸준해 개정판을 낼 정도의 필요쯤은 있다는 소식이 더 반가웠다. 책의 부족함을 깁고 채우기 위해 2년 만에 다시 모인 저자들은 2주 만에 또 만난 사람들마냥 예의 유쾌한 수다를 늘어놨다.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대화 내용은 성숙해 있었다.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그 차이를 알아챌 수 있으리라. 집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그것이 건강한 공동체의 출발임을 알림으로써 집짓기에 대한 관심을 건축적 사유로 확장시켜준 조남호 소장님. 자신의 건축 어휘를 나날이 늘려가며 집에 대한 대중의 인식 폭을 넓히고 있는 문훈 소장님. 건축주의 입장을 무엇보다 앞세워 고려하고 그 결과를 말보다 설계로 보여주는 김창균 소장님. 특히 시공과 사후 관리에 원칙을 지키는 것이 곧 신뢰를 유지하는 길임을 보여주는 문병호 대표님. 그리고 자신의 체험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성실했던 건축주들. 이들의 한층 풍부해진 경험담이 예비 건축주들에게 적잖은 힘을 얹어줄 터여서, 개정증보판을 내놓는 마음이 한결 편하다. 저자들의 마음이 책을 통해 전해져 독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삶을 관찰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탈출해보자는 소박한 바람이 건축에 대한 인식의 진화로 이어지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내 인생부터 건강하게 설계해보자는 합리적인 시민들이, 돈과 속도를 좇다 못해 탐욕의 바다 속에 다음 세대를 빠뜨리는 일 따위는 막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 2014년 6월 평창동 주택 건축주 송형국 개정 증보판을 펴내며 -2 함께 사는 논리를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하기 『집짓기 바이블』을 출간한 지 두 해가 지났다. 많은 분들로부터 집짓기 안내서로서 좋은 역할을 했다는 분에 넘치는 칭찬과 함께 설익은 내용에 대한 애정 어린 지적도 많았다. 이 책이 이룬 작은 성과는 저자들의 역량이라기보다는 좀처럼 한데 모이기 어렵고 개성이 강한 저자 일곱 명을 매주 화요일 커피와 김밥만으로 집담회에 묶어놓은 마티의 힘이다. 독자들의 지혜와 상상력의 도움 역시 컸다. 대담 형식의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개입의 여지를 만들어 준다. 마치 여덟 번째 저자로 참여해 이 책의 결점을 독자 스스로 메워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책이 더 오랫동안 집짓기의 좋은 지침서가 되기 위해서는 달라진 환경을 반영한 증보판을 출간할 필요가 있었다. 사례로 소개되었던 세 건축주의 집 이야기는 함축해 꾸몄고, 새롭게 건축가들의 주택을 포함해 집을 바라보는 삼인 삼색의 시선을 더했다. 문병호 대표는 시공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풀어냈다. 3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대담은 단독주택 시장의 빠른 성장과 기후의 변화로 복잡 미묘해진 하자문제와 에너지절감 기술에 대해 특히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동안 다양한 단독주택들이 지어지고, 집짓기 안내서나 사례를 소개하는 여러 책들이 출간됐다. 집짓기는 이제 계몽의 단계를 넘어 좀 더 성숙한 단계로의 진입이 필요해 보인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함께 산다는 것이고 함께 살기 위해서는 공존의 논리가 필요하다. 가족이든 사회든 함께 사는 논리를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이 건축이다. 세계의 좋은 도시들은 집단 사유가 반영된 공동주거들이 모여 독특한 도시 형태를 만들어 왔다. 미약한 수준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교류형주거(코하우징)나 쉐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유형의 의미 있는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떤 유형의 사회구조와 도시 형태를 만들어 나가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대중적인 영역에서 단독주택 설계는 건축허가와 시공을 위한 최소한의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60년대 초 시작된 건축사 면허제도는 초기에 대서소를 하는 사람들도 받았고, 이후 공무원 출신, 시공회사 출신들도 쉽게 건축사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건축사가 운영하는 사무실을 ‘허가방’이라 부르게 된 연유이다. 이들에게서 삶의 형상을 닮은 새로운 차원의 주거공간으로서 집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재료에 대한 정확한 시방이나 집의 성능을 결정하는 디테일 도면도 생략됐다. 결과적으로 설계도서는 품질에 대한 기준이 되지 못했고, 시공업체의 선정기준은 같은 재료마감으로 누가 더 싸게 짓는가의 문제였다. 하지만 동일한 사양을 더 싸게 짓겠다는 장담은 당신의 집을 부실하게 짓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을지 모른다. 건축주들은 시공사에 대해 감시의 틈만 보이면 철근이든 목재든 빼먹을 거라며 걱정한다. 이 뿌리 깊은 불신은 부메랑이 되어 집짓는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되돌아온다. 많은 책들이 시공자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지라는 측면에서 집짓기의 절차와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해놓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의뢰인 스스로 법을 연구하고 절차를 감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전문영역일수록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의뢰인들은 신뢰를 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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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판을 펴내며-1. 집짓기 바이블, 2년의 진화 개정증보판을 펴내며-2. 함께 사는 논리를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하기 들어가며. 집은 우리의 의사표현이다 Ⅰ. 집짓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 01. 첫째 주-그들, 만나다 왜 나는 집짓기를 결심했을까? 건축가란 누구인가? 건축은 예술이다? 궁합 좋은 건축가, 어떻게 만날까? 땅을 알면 집이 보인다 NOTE / Q&A 02. 둘째 주-마음, 굳히다 설계비, 어떤 비용일까? 평당 16만 원? 건축사무소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좋은 시공파트너를 만나는 방법 좋은 설계, 무엇이 다를까? 예산에 맞춘 설계, 가능할까? NOTE / Q&A 03. 셋째 주-관계, 모든 일의 처음과 끝 건축가, 꼭 필요한 관계일까? 여러 다양한 관계들 설계보다 감리 견적을 내는 과정은 집을 정의하는 과정 낮은 견적, 공개 입찰, 그보다 신뢰, 어떤 것이 먼저일까? 재산을 대표하는 집, 문화를 드러내는 집 좋은 관계, 이상한 관계, 나쁜 관계 아름다운 경험 얼마나 똑똑한 건축주가 되어야 하나 기후 변화, 공사기간, 몸에 좋은 목조 집, 문화를 드러내는 척도 NOTE / Q&A 04. 넷째 주-설계, 공간과 시간 사이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일 의무와 협의사항 사이에서 생활을 변화시키는 공간 거실 - 스위트홈에 사로잡힌 욕망 계단 - 단독주택의 핵심 현관 - 이 어색한 공간에 대한 고민 수납 - 크기를 키우지 말고 효율적인 배치를 마당 - 이웃과의 관계를 결정하는 통로 담 - 담이 담이면서 담이 되지 않는 외장재 - 집의 첫인상 처마, 어닝 - 독창적인 빛과 바람 설계 방 - 빛의 조건을 다루다 부엌 - 부엌과 가전제품의 은밀한 관계 NOTE / Q&A 05. 다섯째 주-짓기, 맘과 꿈을 담아 터 닦기 전에 갖춰야 할 기초공사 - 매트냐 줄이냐 지하 공사 - 너무도 매력적인 조심스런 도전 설계 변경의 마지막 기회 1층을 세우다 2층, 다락 공사 인테리어란 무엇일까? 벽지 또는 페인트 바닥재 부엌 시스템 그 밖의 이야기들 조경 NOTE / Q&A 06. 여섯째 주-관심, 집은 공공재다 준공, 사용 승인 완공 뒤 치러야 하는 지불 펀치 리스트 예상할 수 있는 상황들 1: 습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들 2: 설비의 문제들 예상할 수 있는 상황들 3: 결로 현상 예상할 수 있는 상황들 4: 입주 후 체크할 점 복습 동네에서 더불어 살기 아이들, 집에 적응하기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 만남을 마치며 Ⅱ. 들려주고 싶은 나의 집 이야기 01. 건축주 송형국-우리에게 집이란? 아이의 뇌가 걱정이다 주택을 사고판다는 것 어디에 살 것인가 시간을 설계하는 건축가 우리는 잘 쉬고 있을까 건축가 상담 아내는 늘 옳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책 좋아하는 집 아이는 따로 있다 주택 유형별 범죄 피해 분석 포기할 땐 미련 없이 주상복합에서의 넉 달 시공사와 만나다 평당 공사비 얼마 집에 담은 깨알 아이디어 집은 ‘그릇’이 아니다 02. 건축주 문성광-어떻게 지을까? 남편의 고민, 어디에 우리가족의 터를 땅 보러 다니다 선입견들을 극복하고 내가 고른 땅 아내의 고민, 나의 공간과 내 가족의 일상 건축가를 만나다 첫 상담, 첫 도면 시공사를 선정하다 감리자와 현장소장의 관계 12월 20일, 아내의 일기 연속된 선택들, 취향들, 건축의 세계 집짓기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오다 03. 건축주 정재식-집을 지어보니 ‘동백 17호 건축주’로 불리기까지 현실의 턱 낯섦 이웃 2011년 4월 측량 2011년 5월과 6월 2011년 7월 이사 이후 문제현상에 대한 결론 결로 보수공사의 일정 어려운 선택, 소중한 경험 04. 건축가 조남호-집과 건축, 공존의 논리를 구현하기 집의 문화적 변모 소유하는 집, 존재하는 집 주택은 작은 도시,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주택 깃듦의 건축; 한옥과 경골목구조의 만남 길과 건축 석빙고의 원리를 적용한 환기시스템 에필로그 05. 건축가 문훈-욕망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스타워즈 하우스 롤 하우스 코난 하우스 06. 건축가 김창균-더 적극적으로 즐기기 더 적극적으로 즐기기 위해 양평 산수유마을 주택 철원 평상집 파주 사이마당집 07. 시공자 문병호-꼭 들려주고 싶은 주택 시공 이야기 『두 남자의 집짓기』이후, 목조주택은 진화 중 중소 규모 시공사의 하루 견적 단계에서 놓치는 실수 무리한 입찰 경쟁 기술과 마케팅의 간극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 사후 관리에 관하여 건축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귓속말 시공전문가의 족집게 팁! Ⅲ. 집을 짓기 전에도, 지은 후에도 01. 입주 후, 하나-살며, 환기와 단열 2년 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증축, 또는 변화를 원한다면 환기, 벤틸레이션 가장 흔한 창호 결로 일본의 단독주택과 어딘지 다른 느낌 지열, 태양열, 태양광 등 에너지효율에 대하여 벽난로 사용 팁 02. 입주 후, 둘-보듬다, 아쉬움도 욕심도 하자에 대처하기 1 - 시공사가 사라졌다 하자에 대처하기 2 - 하자의 종류에 따른 대처 새건축사협회에서 수여하는 건축 명장 03. 입주 후, 셋-기회, 다음을 꿈꾸며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목조주택 시공비의 평균 건축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좋은 건축가, 적절한 설계비 주택 스타일리스트 건축에서 ‘재료’란 무엇일까 배가 산으로 간다 찾아보기. 집짓기 현장에서 바로 찾아보기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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