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기획의 말 ‘한국의 번안 소설’을 펴내며 근대 문학 초창기의 번안 소설 가운데 수작을 가려 뽑아 ‘한국의 번안 소설’을 펴낸다. 지금 우리 시대의 장편 양식을 처음으로 맛보고 향유하기 시작한 것은 《매일신보》의 전문 번안 작가 일재 조중환, 하몽 이상협, 우보 민태원을 통해서였다. 그들은 ‘순 한글의 한국어 문장’으로 된 소설을 쓴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투철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한국의 번안 소설’은 일간지 연재 당시의 형질과 감각을 살리기 위해 각별히 힘을 쏟았다. 당대 최고의 인기 소설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뒤로도 오랫동안 대중의 정서를 대표해 온 번안 소설은 아직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했으며 번안 작가의 이름 역시 말뜻 그대로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이를테면 《혈의 누》는 이인직의 《혈의 누》이고 《무정》은 이광수의 《무정》이되, 《장한몽》은 오자키 고요의 《장한몽》이거나 《곤지키야샤》의 《장한몽》인 식이다. 순수한 창작이 아니기 때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지만 식민지 점령 당국의 기관지에 연재되어 한국인의 감성을 오도하고 민족정신을 훼손시킨 싸구려 읽을거리라는 그릇된 선입관이 너무나도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체로서도 주류로서도 인정받을 수 없었던 셈이다. 초창기의 전문 번안 작가들은 일본이나 서구의 소설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번안함으로써만 자신들의 시대에 맞닥뜨린 문화적 동요와 새로운 질서 수립의 역로를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다.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판으로 근대의 한국과 한국인 그리고 한국어의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 부여된 역사적 소명이었다. 실제로 그들이 펼쳐 보인 상상력의 지평은 결코 빈약하거나 초라하지 않았으며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와 시선을 무기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십여 년에 걸쳐 이어진 번안 소설의 시대는 명실상부한 번안의 시대이자 소설의 시대였다. 번안 소설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근대 한국, 한국인, 한국어의 길지도 깊지도 않은 역사적 연원을 생생하게 드러내 줄 것이다. 그것은 통쾌할 수도 씁쓸할 수도 있으며 가지런하고 갈피가 설 수도 혹은 모순투성이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금 이곳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삶과 언어를 되짚어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엄격한 교열과 방대한 낱말 풀이를 덧붙인 비평적 정본이어야 하는 것은 그래서다. 이 원칙이 같으면서도 다른 두 시대의 독자들이 가장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신문을 펼쳐 들고 주인공이 밟는 길을 따라 나란히 걸으며 울고 웃는 독자들의 모습을 그려 본다. 바로 그런 장면을 떠올리면서 ‘한국의 번안 소설’을 펴낸다. 마지막으로 삼대 전문 번안 작가 일재, 하몽, 우보의 이름을 거듭 새겨 둔다. 잊혀 버린 그들의 자취를 비롯하여 숱한 한국 문학 번역가들의 고투와 공적이 지금 우리 시대의 말과 글에 스며 있다는 역사적 사실이 기억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펴내는 데에는 겉에 드러나지 않는 많은 분들의 값진 품이 숨어 있다. 자료의 조사와 수집부터 사진 촬영에 이르기까지 갖은 도움을 아끼지 않은 여러 대학 도서관의 담당자 분들께 가장 먼저 감사의 뜻을 전한다. 특히 연세대학교 중앙 도서관 국학 자료실의 협조가 아니었다면 정교한 판본 비교와 삽화 수록이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편자가 오랫동안 공을 들일 수 있는 여력과 기회를 마련해 준 각종의 사회적 지원은 물론 ‘한국의 번안 소설’이 지닌 문화적·학술적 가치가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힘을 한데 묶어 낸 현실문화연구에도 거듭 사의를 표한다. 2007년 10월 편자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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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I김영민(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7 기획의 말I‘한국의 번안 소설’을 펴내며 / 11 일러두기 / 16 정부원 하권 81~154회 / 17~317 낱말 풀이 / 319 《정부원》 연재 예고 / 351 《정부원》에 대하여 이상협 / 355 《정부원》을 읽고 연재소설 애독자 / 357 / 381 한국의 번안 소설과 구로이와 루이코(黑巖淚香) / 385 해설I새로운 상상력의 발굴을 향한 첫걸음 박진영 / 387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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