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공성훈, 그의 신경질적 비판에 대해… 공성훈 작가는 1987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서울산업대학(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공부하고 다시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공대에 진학하여 복잡한 회로와 수식과 같은 알고리듬을 다루며 미술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었다는 그는 미술 대학원 졸업 후 멀티 슬라이드 프로젝션이나 다양한 영상, 설치작품을 통해 제도로서의 미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미술에 대한 미술”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작업들을 선보이며 당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그의 매체가 전통회화로 급변하게 되면서, 보다 물리적으로 작가와 가까운 회화를 통해 본인의 심리와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투사시키게 된다. 모든 작가가 그가 속해있는 환경의 영향을 받듯, 공성훈은 작품이 탄생되는 작업실의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영향은 그의 작업실의 주변의 단순해 보이는 풍경에서 드러난다. 특히 IMF 사태 이후에 경제적 이유로 벽제로 이사한 후에 시작한 그의 회화작업의 소재는 그가 살던 농장의 마당, 벽제나 장흥 등의 교외, 계곡과 바다의 자연 풍경 등으로 확대되어 왔다. 벽제에서 당시에 미술을 가르치던 용인까지 왕복 다섯 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을 다니면서 보게 되는 교외의 풍경들은 ‘개인의 삶’을 뒤흔드는 사회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고 그러한 사회와 개인 간의 모순과 긴장은 그 시대 작품화에서 표출된다. 어떻게 보면 마냥 한적하고 따뜻한 시골 풍경을, 색을 섞지 않는 강렬한 원색으로 드라마틱한 느낌과 함께 명암 차를 과장하여 화면을 극단적으로 분할하면서 더욱더 극적인 효과를 표현하며 당시에 작가가 처한 힘든 상황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깜깜한 밤에 빛 줄기 하나, 그리고 그 빛을 받아 번뜩이는 야생늑대와 같은 눈빛의 개들. 이 모습은 그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대표적인 ‘개 시리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풍경이다. 사실 이들은 벽제 화장터 근처의 보신탕용으로 키워져 곧 팔려가서 잡혀 죽을 극적인 운명에 처한 개들이다. 그래서인지 괴이하고 섬뜩하지만 시선을 뗄 수 없는 그들의 눈빛에서 묘한 슬픔이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골의 흔한 풍경을 그만의 이질적이고 과장된 색채와 형상, 구도 같은 요소들로 묘사함으로써 현실을 낯설게 보게 한다. 이것은 정신적 공황과 함께 모든 것이 낯설어지게 되는 그 시대의 불안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도시외곽, 시골 풍경에 모텔, 네온사인 등 인공적인 도시적 요소를 접목시켜 두 풍경의 이질적 대비를 주로 다룬 2000년대 중반 작품에서도 일촉즉발의 사건의 한 순간을 잘라 놓은 듯한 그의 특별한 시간감과 색체의 퇴폐성은 사건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며 작가, 그리고 현대인들의 불안한 정서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일산으로 작업실을 옮겼는데, 이때부터는 밤이 아닌 낮의 평범한 시내의 풍경도 그리기 시작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철원이나 울산, 울릉도, 제주도 바다와 같은 전통적으로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산, 바다)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로운 소재에서도 그는 그만의 특별한 시각으로 풍경을 바라본다. 섬광처럼 번쩍이는 날카로운 빛과 과장되고 인공적인 배색과 극적 화면 분할을 통해 그의 현대사회에 대한 일관된 시각을 표현한다. 그것은, 그의 초기 미디어 작업부터 끊임없이 끌고 왔던 주제-현대인의 공통적 정서인 불안과 고독-가 현재까지 변화하는 이미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동굴, 계곡 등과 같은 작품에서는 갇혀있는 답답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고독과 고뇌가 전해진다. 또한 거대한 자연 앞에 조그맣게 구석에 묘사된 담배피는 남자의 모습은 웅장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고 약하기만 한 인간의 허무함을 묘사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묘사되는 바다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그것이 아니다. 오히려 극적인 시점과 화면 구성을 통해 당장 화면 아래로-관객에게- 쏟아질 것 같은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사회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인식은 매체와 시대를 넘어 여전히 그의 작품 세계를 꿰뚫는 키워드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의식의 단면을 예민하게 짚어내고 있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그의 회화는 재조명을 받고 있는데, 이번 아라리오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지난 15년간의 그의 작품세계와 그 안에 담겨있는 시대의식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