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뒤뜰 한쪽에 연못을 파고 그 옆에 자그마한 원두막을 지었다. 거기 여름 한철 낮잠을 자거나 차를 마시며 때로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연못에는 그 고운 자태와 향기를 가까이 하고자 백련을 심었으나 물이 맑고 차가워 살지 못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백련은 작은 통에 담겨 앞마당으로 옮겨졌고 올해는 제법 잎들이 불쑥불쑥 솟아 올라왔다. 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으나 연잎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잎 위에 또롱또롱 뛰어다니며 수정 같은 물방울이 맺히고 고여서 또한 미소를 짓게 했다. 한여름이 시작됐다. 우기의 장마에 접어들었다. 어느 날부터 백련의 푸른 줄기가 거뭇거리는 것으로 덮여있었다. 진딧물이었다. 또한 백련이 자라는 작은 통 안은 구물구물 모기들의 애벌레로 가득한 양식장이 되어있었다. 통 안의 물을 떠내고 호스를 끌어와 뒤뜰 맑은 물이 흐르게 갈아줬더니 이번엔 백련이 시름시름 거렸다. 차가운 개울물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매이지 않는 정신을, 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이기적인 욕심인가. 작은 즐거움을 위하여 또 다른 생명인 백련의 삶을 구속하다니, 내 욕심이었다. 이제 백련을 떠나보내야겠다. 그간 좁은 통 안에서 얼마나 갑갑해했을까. 물론 나는 철학자가 아니다. 구도자 또한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말하며, 풍경을 대하듯 대상의 그것들로부터 내안에서 들고 일어나는 마음속의 소소한 느낌들을 일기장에 쓰듯이 쓰고자 했다. 어떤 이가 내게 말했다. 당신은 참 용기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일기장 같은 것을 책으로 묶어 남에게 보일 수 있느냐는 말이었다. 아, 저 사람은 세상에 내놓는 한권의 책이 도도한 사유의 산물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구나. 그때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날 일깨우려는 말씀이었다.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 또는 문득 깨닫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문제는 그것이 삶으로 옮겨지거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전부인양 하는 것은 곧 거짓을 말하는 것이요. 거짓된 삶을 살며 독자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글을 쓰는 일인 것이다. 여기 묶어 내보이는 글들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요, 일기와 같은 소고이다. 어리석고 나약한 내 삶의 엄살과 투정이며 때로 고백과도 같은 노래이기도 하다. 누군가 작은 위안을 얻어 세상이 조금쯤 맑고 따뜻해질 것인가. 혼탁을 더 할 것인가. 지리산자락 악양 심원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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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 당신께 띄우는 꽃 편지 * 꽃 그늘아래 나비들이 나풀거린다 * 세상을 읽는 다른 눈 * 매화향기 바람에 날릴 때까지 * 혼자 사나 홀로 살지 않는다 * 아름다운 손 * 맑고 깨끗해지기를 * 정들었던 것들, 그리고 깊은 가을 * 안녕 내 사랑 부디 잘 있어라 * 집, 내 몸과 마음의 스승이여 * 마이동풍이나 우이독경 * 어린왕자를 생각하며 * 한 포기의 풀에서 우주를 읽는다 * 매이지 않는 정신 * 단식목각 * 2부 * 새들의 길과 사람의 길 * 산을 오르는 자에게 * 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 * 살아있는 물을 위하여 * 내가 만약 엄살이라면 * 새벽잠이 깨어 * 이제 반문해본다 * 깻잎김치를 함께 * 내 안에 피어있는 꽃을 못 보았다 * 꽃배에 띄워 보내는 것들 *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 * 각득기소를 생각한다 * 3부 * 작가의 표상, 아름다운 작가상 * 소주병을 바로 세우려 애썼다 * 편지로 쓴 음악이 있다 * 무련을 찾아 떠난 지리산의 시인 * 나무를 껴안고 사는 사람 * 불이 꺼진 마을에 다시 불을 밝힌 사람 * 4부 * 이 길의 어디쯤 환한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 손을 흔든다 거기 평화가 깃들 것이다 * 내가 나에게 묻는다 * 그대 안으로 바로 내 안으로 가는 길 * 누군가 발자국을 따라 * 아름다운 탁발 * 거기 꽃이 피고 있었다 * 비단 바닷길, 거제와 통영, 고성을 걷다 * 내 안의 생명 * 조화로운 삶으로 가는 길 * 그때 그림자가 말했다 * 곱게 늙어가는 길 * 귀 뚫으라시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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