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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근육

초록의 근육

김연경

이랑과이삭·2015-11-30

  • 126쪽
  • 국판변형
  • 문학
  • KDC 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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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성자聖者 호박 나의 배꼽이 숨 쉬던 우주의 끈이 끊어져 오래 되었건만 아랫배 실핏줄 엮어 몸 불린 사리들이 보배롭다 피가 돌고 지구를 굴리던 사랑이 자라 우주이던 당신이 어느 날 소리 없이 내게 와 또 하나 끈을 잇대어주곤 금테 둘러 반질반질 눈 띄워준 하늘의 푸른 깃 날개 달아준 당신은 천하에 없는 묵언 성자였다. (2009. 봄.) 젖 물리는 산 산등성이 울퉁불퉁 내리 뻗다가 힘겹다. 힘겹다 하고 풀썩 주저앉아 날개 펴고 이른 봄 깃털을 손질하는 산 새 옷 갈아입은 나무들도 어머니 품인 양 가슴 파고드는 물소리에 귀가 열려 어린 새순 손가락 고물고물 눈 비비고 나면 산은 젖 물리고 물은 물대로 밤낮을 쥐었던 손 활짝 펴 처음도 끝도 없는 영원으로 살짝 돌아눕는다. 햇빛 쏟아지는 천지엔 젖빛 은혜가 흐르고. (2009. 초봄.) 초록의 근육 초록 근육들이 오월 하늘에 가슴을 열어젖히고 세상을 들이쉬었다 내쉬는 사랑 나누고 싶어 꽃잎 펼치고 내게 다가오려 하네. 가슴 가득 담았던 사랑도 은근슬쩍 스며들고 나면 뼈끝마다 소리종 매단 햇살이 밤새는 줄 모르고 어느새 뾰족이 봄을 내밀고 있네. (2009. 새봄.) 경기전 용매龍梅 뼈 마디마디 휘어지고 늘어진 채 눈 귀 코 입, 온몸 챙겨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아니 가까이서 숨 고르는 고요함만으로도 온몸 짜릿짜릿 저릴 수 있다면 살 한 점 허용 못한 우리 어머니 세월 같은 당신 처음에는 청매靑梅로 치장하더니 풍설을 재우고 나서 눈 감았다 뜬 찰나 고개 치켜들고 용틀임한 당신 이제 막 비상을 서두르는 용매여! (2009. 봄.) 책장 넘기는 소리 파도가 채석강 바위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다. 철썩철썩, 저 하얀 손길 좀 보아 박자에 맞춰 책 읽는 목소리 맑다. 읽다가. 읽다가 졸음과 함께 지쳐 졸음을 헹궈내고 파도가 밀려간 사이 지나가던 바람이 눈길로 속독을 한다. 뼈 부서지도록 세상 바닥을 훑으며 수억 년을 짚어 들려주는 저 파도소리 너도 나도 바닷물처럼 하나였다고 억만 사연들을 낱낱이 읽으며 책장을 넘기는 채석강의 파도. 산같이 쌓인 몸과 마음까지도 파도에 들켜 아프게 철썩이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저 생의 물거품. (2010. 여름.) 마이산에서 마이산이 시를 쓰고 있다. 논두렁 질퍽질퍽 밭두렁 흥얼흥얼 해지는 줄 모르고 세상을 읽고 있다 우주를 거닐며 시를 쓰고 있다. 하늘 말 가득한 천지에선 파도가 육필로 바다를 쓰고 바다는 시가 되었다. 칠십 평생 닦아온 사리 알알이 익은 시가 되듯이. (2011. 봄.) 명상하는 산 어둠이 썰물 되어 나간 아침 산은 묵언 고요를 베고 누워 깊은 명상에 잠겨있다. 행여 티끌 하나 묻을세라 한 순간, 순간에 빚진 세상을 내려놓고 천만 가지 마음 씻어 하늘 높이 정화수 떠올리고 있는 산 햇살과 얼굴 마주치자 눈이 부셔 돌아앉은 채 산은 지금 명상 중이다 (2011. 봄.) 어머니 산 산은 흙만 덮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바위만 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천만 가지 품에 않고 싹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키운 어머니 산 끝없는 사랑이다 문풍지 윙윙 몰아치는 풍설 속 등잔불 심지 돋워가며 한 땀 한 땀 어머니 손길 따라 구부러진 어머니 산 등뼈도 구부러지고 실핏줄 터져 멍든 고통을 디딤돌로 놓아주는 우리 어머니의 산 (2008.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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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제1부 성자聖者 호박_ 12 젖 물리는 산_ 13 초록의 근육_ 15 경기전 용매龍梅_ 16 책장 넘기는 소리_ 18 마이산에서_ 20 명상하는 산_ 21 어머니 산_ 22 달의 언어_ 23 산소방 풀무질_ 25 은하수 꽃_ 27 신천지_ 29 덕진 연잎 태반_ 31 제2부 낙엽_ 36 하늘 닮은 눈_ 37 꿈꾸는 집_ 39 꽃송이_ 40 땅에는 길이 없다_ 41d 은빛 홀씨_ 43 연탄재_ 45 밝은 밤_ 46 새들의 삶_ 47 초록잎들의 환호성_ 49 벼 그루터기_ 50 난초_ 52 움켜쥔 뿌리_ 53 제3부 삶은 또 다른 준비_ 56 법고 소리_ 57 홍매화_ 58 참진달래_ 60 목이 긴 양파_ 62 한국의 맛_ 63 알밤_ 65 월급봉투_ 67 장마_ 69 엿기름_ 70 길_ 71 함지박 두부모- 72 붓꽃의 천년사_ 74 제4부 남은 밑동_ 78 꽃술_ 80 구리는 종鐘으로 말한다_ 81 너, 잡초여_ 82 씨줄 그리고 날줄_ 84 소나무_ 86 용담호에서_ 88 풀잎과 바람_ 89 백련 앞에서_ 91 동진강_ 93 가을 빛_ 95 물의 꽃_ 97 영원한 빛_ 99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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