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버트런드 러셀의 서문 에그너 교수가 《버트런드 러셀의 베스트》 개정판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다. 그는 노련한 솜씨와 치우침 없는 태도로 이 책을 만들었고 덕분에 이 책은 누구나 머리를 쥐어짜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탄생했다. 너무나 감탄스러운 일이다. 나는 로버트 E. 에그너 교수와 레스터 E. 데논이 펴낸 《버트런드 러셀의 기본 저작》 서문에 썼던 말을 여기서 다시 써주고 싶다. “나는 근엄하게 굴어야만 진지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는 근엄한 태도를 더욱더 의심의 눈길로 보게 되고, 그 속에서 사기꾼에게나 어울리는 위장술을 발견한다(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경우가 대단히 많다). 지금 이 세계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온정과 너그러움이고, 지금 이 세계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은 대다수의 인류를 부도덕하다고 규탄하는 가혹하고 독단적인 도덕이다. 근엄함에 맞설 최고의 무기는 재치다. 재치가 아닌 다른 무기를 쓸 경우 대개는 또 다른 독단주의적이고 분파주의적인 근엄함이 나타날 뿐이다. 나는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이런 노력이 늘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에그너 교수의 서문 버트런드 러셀 경은 이 책의 서문에서 새로운 개정판의 최종 원고를 검토한 소감을 밝혔다. 98세를 일기로 작고하기 몇 주 전의 일이었다. 그는 서문에서 “에그너 교수가 《버트런드 러셀의 베스트》 개정판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다”고 썼는데, 나 역시 이 책이 페이퍼백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다. 러셀 경이 70여 년에 걸쳐 집필한 70여 권의 책은 수백만 부가 판매되고, 문명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로 번역·출간되었고, 현대 철학서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영향을 끼쳤다. 모두 러셀 경의 남다른 기여 덕분이다. 일반인들은 대개 철학자들의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런데도 버트런드 러셀 경의 철학서는 서구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그 어떤 철학서보다도 자주 읽히고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 책의 편집을 마무리할 즈음 나는 러셀 경에게 이 책을 “러셀 최고의 재치, 최고의 지혜, 최고의 풍자를 모은 ‘결정판’”이라고 소개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결정판’이라는 말이 좀 꺼림칙합니다. 나는 아직 죽은 게 아니잖아요.” 당시 그는 97세였다. 러셀 경이 지닌, 삶에 대한 시야와 확실성의 추구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확실성’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확실성이라는 말이 붙어야 마땅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이 책은 사람들이 ‘확실한 것’이라고 여겼던 사상과 제도를 신랄하게 조롱하고 있다. 로버트 E. 에그너 프롤로그 버트런드 러셀은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다. 그는 거의 1세기 가까이 글쓰기를 계속했고, 100여 권이 넘는 책과 수많은 기사를 통해 인간이 지식을 얻고자 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은 생각을 펼쳤다.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해 글을 쓸 때 러셀은 항상 과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의 견해에 대해 교조적 확실성을 주장하지 않았다. 러셀의 사회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결정적인 열쇠가 있지 않을까? 철학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 러셀의 글을 제대로 소화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할 때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지점이 있지 않을까? 이 책에 인용된 글들을 발췌한 원서와 원문들은 명료성과 문체와 내용 면에서 볼 때 러셀이 으뜸가는 20세기 작가임을 충분히 입증한다. 이 책에 인용된 글들은 러셀이 종교, 교육, 윤리, 정치, 심리, 성이라는 다양한 주제들을 겨냥하여 날카로운 재치를 휘두른 글들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역사적으로 주요한 철학자 가운데 지적인 재능과 유머를 동시에 발휘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볼테르는 철학계의 위대한 재치꾼이었다. 그러나 그는 수학자도 아니었고 그리 위대한 철학자도 아니었다. 러셀은 평생 유난스러운 종교적 편협함에 시달리면서도 그런 공격 때문에 솔직한 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러셀은 20세기의 사상가 중 가장 심하게 곡해된 인물이다. 때문에 그를 단순한 우상파괴자이자 부도덕을 후원하는 철학자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늘 짝지어 다니는 공포와 증오라는 감정에서 비롯한 그릇된 초상이다. 많은 비평가들은 그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시종일관 인도주의를 주창했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이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통적인 태도, 즉 인류에 대한 사랑 혹은 연민이라고 늘 주장했다. 안타깝게도 비평가들은 러셀의 이런 입장이 담긴 진술에 대해서는 무관심과 침묵으로 대응했다. 자유로운 사고와 성 윤리에 대한 탐구를 옹호한 것 때문에 러셀은 1940년 뉴욕에서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시 법정에서 그는 명문인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철학과 논리학을 가르치기에는 “부적격”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와 그의 해롭기 짝이 없는 저서가 끼치는 악영향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해달라. 그는 천재적인 부랑아이며 인간계에 보내진 악마의 종복이다.” 이런 내용의 탄원서가 법정에 제출되었다. 그의 저술들은 성욕을 부추기는 외설이라고 묘사되었다. 그러나 러셀 스스로 밝혔듯이 그의 저술 가운데 성과 관련된 것은 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고 외설은 과학적 탐구 과정에서 나온 것일 뿐, 그 자신은 외설을 잘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한 지성계의 입장은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명성과 공명정대함을 훼손한 이번 사태가 부끄러울 뿐이다”라는 존 듀이John Dewey의 말로 요약될 수 있다. 1950년 스웨덴의 노벨상 위원회는 외설성 여부를 뛰어넘는 수상 기준에 근거하여 러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본문에서 살펴보겠지만 러셀의 주된 관심사는 무수한 형태로 행사되는 독단적 권위가 인류의 진보(여기서 진보란 과학적 지식을 늘리고 인류의 불행을 줄여가는 활동을 뜻한다)를 심각하게 가로막아왔고, 이런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 여기 실린 글들은 재미있다. 그러나 유머 이면에 새겨진 러셀의 진의는 대단히 진지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앞의 익살만 보고 그 상관관계와 관점을 보지 못한 채 피상적인 재미를 뛰어넘는 저자의 진의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은 부주의하고 피상적인 독서법 탓이다. 손에 쥔 동전 한 닢이 태양을 가리는 법이다. 러셀에게는 세 가지 면모가 있다. 그는 실험적인 연구자이자 사회비평가이자 볼테르 같은 풍자작가로서 이 세 가지 면모를 조화롭게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대개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풍자의 현을 울려서 불합리한 문제에 당당히 맞서는 항의의 가락으로 승화시켰다. 실험적인 연구자로서 수리철학 분야에서 막대한 공헌을 세운 그는 20세기의 위대한 수학자라는 명성도 얻었다. 1차 대전으로 여러 사회·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그는 사회 현상과 관련된 철학과 과학 연구에 관심을 돌렸다. 그의 후기 저술들은 대부분 사회·정치적인 문제만을 다루고 있다. 그는 사악한 인간의 감정(의심, 공포, 권력욕, 증오, 편협함)이 인도주의를 가로막고 있음을 민첩하고 예리하게 폭로했다. 그는 적절한 재치를 구사해서 주장의 묘미를 살려낸 탁월한 사상가였다. 러셀은 다른 사회비평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중요한 덕목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비평을 파괴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는 늘 건설적인 비평을 했다. 그는 어떤 체계를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법이 없었고 어떤 제도의 문제점을 폭로할 때는 늘 대안을 제시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깨닫겠지만 무엇보다도 러셀은 논리적이면서도 인도적이고 낙관적이고 대단히 솔직한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러셀은 상식과 비상식을 결합시킨 위대한 인물이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에서 전해 내려온 영국 철학 전통의 확실한 후계자였다. 러셀은 노벨상 외에도 1949년 영국 국왕 조지 6세에게서 받은 메리트 훈장과 1960년 코펜하겐 대학교에 대한 공로로 덴마크 정부에서 받은 소닝 상을 비롯해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이 책에는 심리, 정치, 교육, 종교, 윤리, 성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재치 있는 명문들을 모아놓았다. 여기 실린 글들은 러셀이 저술한 수많은 저서와 소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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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버트런드 러셀의 서문지금 인류에게 절실한 것은 온정과 너그러움에그너 교수의 서문러셀 최고의 재치, 지혜, 풍자를 모은 결정판박병철 교수의 서문러셀을 한 권으로 만나는 영광프롤로그환영받지 못하는 에세이 PART 1정치진보에 필요한 개인적 창의성과 생존에 필요한 사회적 결속력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바로 이것이 러셀 정치학 이론의 핵심 문제다. 러셀은 권력이 과거보다 훨씬 지혜로운 방식으로 배분되는 정치구조를 지향했으나 서구 문명의 역사는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어왔다고 진단했으며, 국제 역학과 관련된 문제들이 인류사에 미칠 심각성을 우려하여 반핵운동가·사회비평가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PART 2심리러셀은 ‘어떻게 해야 인간은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라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심리학과 관련한 지식을 총동원했고, 그 결과 “훌륭한 삶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라는 명쾌한 정의를 완성했다. 그는 대부분의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기를 ‘성취욕’ ‘허영심’ ‘경쟁심’ ‘권력욕’으로 분류하며, 만족을 모르는 탐욕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큰 어리석음이라고 탄식했다. PART 3종교러셀은 종교가 인류에게 미치는 폐해가 이로움보다 훨씬 크다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종교적 신화를 해부하는 일에 주저 없이 뛰어들어 불합리한 사례들을 찾아냈다. 대표적 기록인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통해 “모든 종교는 해로운 뿐 아니라 거짓”이라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의 종교철학은 전 세계 지성에게 강렬한 충격을 던졌다. PART 4교육“역사를 가르칠 때는 본국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수업에서 전쟁의 역사는 아주 조금만 다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모험을 나설 기회, 심지어 위험한 모험에 나설 기회가 많아진다.” 러셀은 어린이 교육이 변해야만 항구적인 평화가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특히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이 아닌 과학적 탐구 방법을 실천했다. PART 5성과 결혼《결혼과 도덕》이 1929년 출간되자 전 세계는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청교도주의 이후 도덕론자들의 신념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장에 인용된 글 상당수가 이 책에서 발췌한 것이다. 심오한 풍자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재치까지 다채롭고 유쾌한 충격이 넘쳐난다. 1950년 스웨덴의 노벨상위원회는 외설성 여부를 뛰어넘는 수상 기준에 근거하여 러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PART 6윤리러셀은 과학의 발달이 야기한 윤리적 문제를 고찰하는 일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바쳤다. 미신과 조직화된 광기가 완전히 제거되고, 공포와 증오가 개입하지 않으며, 열렬하게 서로 애정을 베푸는 윤리를 제안했다. 논리학과 수학에도 탁월한 기여를 했지만, 또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되새기게 하는 사회풍자성 짙은 글쓰기로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고자 애썼다. 에필로그인도주의를 기억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무시하라 역자 후기러셀 박물관, 위대한 지성으로의 초대 원저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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