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무를 두고 어떤 것이 더 좋고 쓸모 있거나 그렇지 않다고 차별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일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각자 다 가치가 있으니까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책으로 이미 독자들은 충분히 감동했듯이, 나무는 인간들에게 한껏 베풀기만 하지요. 한 시인은, ‘언젠가 내 몸에도 한 그루 나무가 자랄 것이다 / 그 나무가 서거나 혹은 누워 안식에 들고 / 누군가의 안식을 위한 관이 되기도 할 것이다’1고 했으며,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 가운데 / 우리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 나무이다 / 그 모양이 우리를 꼭 닮았다’2고도 말했습니다. 인간이 죽으면 매장을 하거나 수장(樹葬), 화장(火葬)을 하더라도 그 위에 나무가 돋기 마련입니다. 평생 나무에 신세를 지며 살지만, 죽으면 제 몸 위에 나무를 기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저는 한동안 소나무에 치우 친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삶을 충분히 살고나서야 소나무의 매력, 아니 마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말 갈 데 소 갈 데 다 다닌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마소도 못 갈 데까지 오래도록 휘젓고 다녔습니다. 특별한 소나무를 찾아 ‘동가숙 서가식’ 하면서 우리나라 산과 들, 곳곳을 살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곳곳을 ‘무른 메주 밟듯’ 다녔습니다. 소나무의 생로병사를 확인하면서 더없는 희로애락을 경험했습니다. 소나무는 이 땅과 우리 민족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문설주에 소나무가지를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죽으면 송판으로 짠 관에 들기까지, 소나무와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됩니다. 그래서 소나무에 빠져 사진이나 책으로 탐사의 결과를 내어놓은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이른 바, 명품 소나무라는 의미보다는 ‘상처의 역사’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것에 집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높고 깊은 산속에는 일제강점기에 얻은 상처를 지닌 채 굳굳하게 살아있거나 생을 마친 소나무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일제는 소나무의 피라고 할 수 있는 송진을 세계 정복의 불쏘시개로 이용했습니다. 비행기나 배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우리 민족은 물론 이 땅의 소나무까지 전쟁터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당시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 송진을 채취하는 데 동원 되었다는 사실이 조선총독부의 자료집에 남아 있습니다. 일제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고 살아있는 소나무는 우리나라 전지역 산중에 무척 많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이야기를 추측하며 저는 상처난 소나무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상처를 견디지 못해 죽거나, 굳굳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을 사진을 통해서라도 보여 주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간접 체험하고 새로운 각성을 하자는 뜻입니다. 물론 일제가 물러가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잠깐 일제의 흉내를 낸 경우도 있습니다. 호롱불을 밝히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목적으로 송진을 뽑아냈습니다. 송진이 워낙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이 땅의 나무 중 4분의 3이 소나무로 덮였지만, 이제는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소나무가 쉽게 멸종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소나무가 스스로의 적응력이나 진화에 의해 기후변화에도 건재하리라는 것을 저는 바라고 믿습니다. 우리 민족의 삶 속에 있는 소나무, 다른 숱한 나무들을 거느리는 솔나무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제인 구달의 말이 감동적입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평화스러워 보이나요? 라고 그들이 묻는다. 내 생각에는 숲의 평화가 내 존재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3하는 말입니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평화보다 나무가 생산하는 평화가 훨씬 더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좋은 글을 뽑아 사진 사이마다 채워주신 정종진 교수와, 책을 멋지게 만들어 주신 (주)태학사 지현구 임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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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오로지 푸른 삶 10 1. 솔 심어 정자 삼는다 21 2. 소나무의 절개는 겨울에 안다 30 3.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33Ⅱ. 역사의 상처, 상처의 역사 40 1. 불의의 시대를 증언하다 44 2. 상처와 흉을 힘으로 삼다 79 3. 불 지난 자리까지, 직립으로 지킨다 98 4. 이웃의 상처도 위로하고 103Ⅲ.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썩어 천 년 112 1. 죽어서도 아낌없이 주고 115 2. 생기 넘치는 터전을 만들고 119Ⅳ. 숲이 세상의 명품이다 122 1. 바위와 찰떡궁합 128 2. 숲으로 세상을 잇고 139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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