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는 글 슬픔을 넘어 성찰과 실천으로 그의 죽음은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인으로 여생을 마치고자 했던 그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소박한 꿈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비리에 연루된 측근들이 하나둘 검찰조사를 받고 영어의 몸이 됐습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피붙이들이 하나둘씩 검찰에 불려갔고, 그 자신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로 불려와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가 설 땅은 더 이상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5월 23일, 토요일 새벽, 그는 고향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건 일회용 ‘뉴스’가 아니라 세계적인 ‘역사’입니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털어 봐도 손에 꼽을 일입니다.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집힐 일입니다. 그런 비극이 바로 우리 땅에서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상식을 무참히 깨부수고도 남았습니다. 7일장을 치르는 동안 한반도의 남쪽 절반은 회한의 눈물과 비탄의 통곡소리로 넘쳤습니다. 모두 제 스스로 울고, 제 발로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추모물결은 계층과 성별, 지역을 넘어 온 나라, 아니 우리 동포가 사는 곳이라면 지구촌 어디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여태 이런 눈물바다, 통곡소리는 우리 역사에 없었습니다. 대체 이들의 눈물과 통곡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요? 그 시원始原은 다름 아닌 바보, ‘바보 노무현’이었습니다. 온 세상이 똑똑한 사람들로 넘쳐 나는 요즘 세상에 그는 ‘바보’를 자처하며 정말 바보로 살아왔습니다. 질 것이 뻔한 곳에서 출마하고, 눈 한번 찔끔 감으면 만사가 편안한 길을 마다하였습니다. 돈 안 되는 길, 어려운 길만을 찾아서 갔던 그였습니다. 묻노니, 요즘 세상에 이런 바보가 또 있습니까? 대통령 재임 시절 그의 파격적인 화법과 정치 스타일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언제, 어떤 대통령이 평검사를 만나 직접 대회를 했습니까? 그러나 조?중?동 등 수구진영에게는 낯설고 미덥지 못해 보였습니다. 과거 그들이 봐온 대통령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는 대통령이 돼서도 우리 사회에서는 비주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더러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진면목은 그가 죽고 나서야 마침내 드러났습니다. 너무도 인간적인 대통령이었고, 또 그가 진정한 서민의 벗이었음이. 장례식 날 오후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이제부터 ‘님’이라고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그 ‘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결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로 그 ‘님’은 떠나셨습니다. 남은 건 ‘부끄러운 바보들’의 통곡뿐입니다. 한 줌 재로 돌아간 그는 나고 자란 고향땅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남은 우리에게는 두 가지의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첫째, 이제는 비탄의 눈물을 거두고 그의 죽음을 성찰해야 합니다. 그가 일생을 걸고 꿈꾸었던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지역구도 기반의 낡은 정치문화 타파, 성숙된 민주주의, 중앙-지역간 균형발전, 전쟁 공포가 사라진 평화로운 한반도,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 건설 등등. 장례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쳤던 것은 이런 ‘꿈’에 대한 좌절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꿈을 무참히 짓밟은 세력은 반민주 수구세력들입니다.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뿐만이 아닙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정치검찰’과 보수언론을 바꿔야 합니다. 비단 이들만이 아닙니다. 진보진영의 무사안일과 무능도 따져봐야 합니다. 아울러 그간 침묵해온 다수의 일반민중도 반성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와 같은 지도자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민중의 책무가 적지 않습니다. 두 번째, 그의 빈소에서 그와 약속한 것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그의 죽음이 단순히 ‘가슴 아픈 추억’으로만 기록돼선 안 됩니다. 또 그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도리어 그의 죽음을 희망의 씨앗으로 삼아 새로운 개혁의 꽃을 피워내야 합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제2, 제3의 노무현이 나와 그가 못다 한 개혁의 밭을 일궈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개혁진영은 대동단결로 뭉쳐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집권하는 제도인 만큼 다가오는 여러 선거들을 위해 진영을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나아가 이제는 민중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서민 출신으로, 서민을 사랑했고, 서민의 편에서 일해온 그였습니다. 서민이 나서서 ‘서민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실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 마땅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사모만이 아닌, 민중의 염원을 담은 ‘노무현 기념관’이 봉하마을에 세워져야 합니다. 그 길만이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며, 동시에 그를 진정한 ‘국민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 정운현|태터앤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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