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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의 조선여행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은이), 김수진 책임기획

글항아리·2012-02-13

  • 역사
  • KDC 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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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조선을 만난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기록 이 책은 조선 땅에 들어와 조선을 만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만남 그리고 이동의 이야기를 여행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여행은 정주지를 떠나 낯선 곳으로 옮겨 새로운 것을 보고 체험하는 경험이다. 이렇게 보면 여행은 동서고금에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보편적 현상인 듯하지만,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여행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설명하기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관광사회학에서는 전근대와 근대 시기의 여행을 구별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여행에 해당되는 영어 ‘travel’은 고행과 노고를 의미하는 ‘travail’의 파생어로, 전근대 시기 여행은 종교적 순례나 원정을 나가는 전쟁, 또는 교역을 위해 떠나는 항해처럼 고생을 무릅쓰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정주지를 떠나 낯선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했다. 반면 근대적인 관광 ‘tourism’은 여러 나라를 순회하는 여행이라는 뜻의 ‘tour’와 관련된 것으로,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편안하며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소비되는 상품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근대적인 관광은 위락과 휴식, 새로운 경험, 교양의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하나의 제도화된 여가이고 소비활동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이러한 용어 구분은 교통수단과 대중매체의 발달, 그리고 숙박 시설과 관광 상품 등이 제도적으로 구축된 현대의 여행산업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여행과 관광이라는 말은 사실상 별다른 구분 없이 쓰여왔다. 이는 어원이 가진 의미가 연속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아시아에서 여행은 ‘구경’에 가까운 의미였다. 용어로 보면 여행보다는 관광이 널리 쓰여서, 그 용례가 『주역周易』의 “관국지광이용빈우왕觀國之光利用賓于王”이라는 구절, 즉 한 나라의 사절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여 왕을 알현하고 그 나라의 우수한 문물을 관찰하는 것이 왕의 빈객으로 대접받기에 적합하다는 뜻의 용례에서부터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의 『계원필경桂苑筆耕』에서부터 고려, 조선의 유람기 자료나 연행록 등에 이르기까지 관광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중국의 제도나 문물을 보고 배운다는 뜻으로 ‘관광상국觀光上國’이라는 말이, 또한 과거科擧, 또는 임금 및 중국 사신의 행차를 구경한다는 뜻으로 ‘관국지광觀國之光’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요컨대 백성의 처지에서 혹은 제후국의 입장에서 화려하고 빛나는 선진문화를 구경하는 것이 관광인 셈이다. 그렇다면 구경은 왜 하는 것일까. 화려한 것은 그것이 빛나기에 앞서 낯설고 신기한 것이기도 하다. 낯선 것들을 마주칠 때 나에게 해롭거나 적대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구경을 한다.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 간의 교류가 극히 제한된 시대에 여행자와 여행지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서로에게 낯설고 신기한 존재이다. 한쪽은 방문자이고 다른 한쪽은 거주자라는 점에서 비대칭적이긴 하나, 두 당사자가 피차 서로 간에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여행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떠남이라는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낯선 사람, 낯선 문화들의 만남이다. 이 만남에서 발생하는 일의 기록이 여행기이다. 낯선 것들 간의 만남이라는 사건은 일차적으로는 호기심 어린 구경에서 시작할지라도 언제나 관찰, 비교 또는 평가를 수반한다. 조선 땅에 들어온 이방인들이 조선을 여행하고 체험한 기록물에 자기 자신이 엄청난 구경거리가 되었던 경험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얼마 안 된 시절임에도 조선인들은 일본 사신 일행을 구경하러 남녀노소 불문하고 길가에 구경을 나왔고, 밤새도록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자신을 구경하는 조선 사람들 때문에 도통 옷을 갈아입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는 이사벨라 비숍 여사의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1904년 넉 달여 머물렀을 뿐인 잭 런던도 자기가 면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러 늘어선 평양의 순안 지역민 때문에 길이 막혀 군대가 행진을 못 할 지경이었던 일화를 언급한다. 이들이 전하는 말을 들으면, 조선인들의 ‘구경’은 낯선 타자에게 적대적인 거리를 두지 않은 채 불쑥 개입하는 순진한 호기심의 발로인 듯하다. 그에 비해 이방인들은 조선인과 조선의 풍습을 ‘관찰’했다. 낯선 풍습을 자기 나라의 풍습과 비교하고 자신의 세계관에 맞춰 비평하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 책에 등장하는 조선을 여행한 외국인들이 남긴 기록은 단순한 구경이 아닌 관찰과 평가의 집적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이방인이 언제 무슨 이유로 조선에 들어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조선시대에는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인조차 함부로 들어와 사는 것이 금지되었고, 합법적으로 우리 땅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제한되어 있었지만, 조선에 왔다 간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 꽤 있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문명권에서 외교와 문화 전파의 통로이기도 했던 중국의 칙사와 일본 통신사가 대표적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꼼꼼히 독해하여 명나라와 청나라 칙사들의 유형과 방문 행태, 그리고 조선 측의 접대 방식을 통사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중화 체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면, 임진왜란 직후에 굳이 한양에 입성하겠다는 일본 사신 일행에 대해 책임지고 접대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적국에 대해서도 예를 다하는 조선의 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교류의 반대편에는 임진왜란처럼 적대적인 전쟁 상황에서 조선을 찾은 이방인의 모습이 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로 티베트, 미얀마군까지 조선에 들어왔음을 알 수는 있으되 그들이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확인할 길이 없고, 적국의 군인 신분으로 조선 땅을 밟아 귀화한 김충선을 비롯한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이야기를 확인할 따름이지만, 그 행간에서 성리학적 화이론을 공유하는 동아시아 삼국 간의 전쟁이 갖는 복잡한 면모를 맛보게 된다. 17세기 이후에는 중국과 일본 이외의 나라 출신 이방인도 눈에 띈다. 방문 목적이 아닌 풍랑으로 인한 표류로 조선 땅을 밟게 된 하멜 일행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원인 하멜 일행은 이를테면 조선인 최부 일행이 제주 바다를 못 넘어가고 중국 연안 방향으로 떠내려간 것과 반대로, 일본 나가사키를 향해 항해하다가 폭풍우에 휘말려 제주도로 떠내려왔다. 최부 일행이 왜구의 혐의를 벗고 한양으로 돌아오기까지 반년이 걸린 데 비해, 하멜 일행은 조선 정부의 감독과 관리를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13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고, 또한 최부 일행은 전원이 생존하여 귀향했으나 하멜 일행은 절반 정도만 귀향했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19세기 중엽 천주학이 금지되던 조선에 죽을 각오로 몰래 들어온 프랑스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에서 우리는 자신과 다른 문화권에 비교적 오랫동안 있으면서 그 사회의 속살을 만난 이방인이 가질 수 있는 다층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유럽 중심적인 시각에서 조선의 정치제도와 문화는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따뜻한 가족 사랑과 이웃의 정을 보여주는 이교도의 생활 풍습은 기독교도인 유럽인으로서 당혹스러운 자기 성찰의 계기였다. 1884년 조선이 세계 각국에 문호를 개방해 서양인의 입국과 거주가 허가된 뒤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방인들이 조선을 방문했다. 외교관은 물론이고 성직자, 기자, 기업인, 의사, 군인, 학자, 여행가, 사진가, 상인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서로 다른 깊이로 조선 사람과 문화를 만났다. 더욱이 일본에 강제병합된 후에는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은 물론이고 ‘선만시찰鮮滿視察’이라 불리던 조선만주관광 차 학생이나 문인, 지식인들이 앞다투어 조선을 다녀갔고, 식민 통치를 위한 각종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고자 조선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렇듯 개항 이후부터 식민지 시기까지 조선을 다녀간 외국인은 상당수였고, 이들이 남긴 기록물 또한 방대하다. 백과사전류, 동양학서지, 여행안내서, 지도첩, 한국 방문자들의 전기, 선교활동, 선교문학 등의 책자 외에 견문록이라고 할 만한 여행 관련서만 해도 수백 권에 이른다. 이 책에서는 개항 이후 조선에 온 이방인 중에서 이사벨라 비숍 여사처럼 일찍이 알려진 인물을 제외하고 다양한 배경과…

목차펼치기

차례 규장각 교양총서를 발간하며_004 머리글 | 조선을 만난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기록_007 1장 권력과 자존심과 탐학의 여행길_018 - 중국 칙사들의 조선 사행 | 한명기·명지대 교수 2장 정묘호란이 끝나자마자 조선에 와서 상경한 일본인들_050 - 17세기 초 일본 관료들이 본 조선 | 정성일 광주여대 교수 3장 군인, 신부, 포로, 조선 땅에 발을 내딛다_072 - 귀화인 김충선과 천만리의 조선 생활 | 황재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 4장 36명 네덜란드인의 조선 생존기_104 - 하멜 일행의 표류기 | 정호훈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 5장 줄기에 매달린 오이 형상에서 근대의 정교한 지도까지_144 - 이웃 나라가 그려낸 조선의 이미지 | 오상학 제주대 교수 6장 프랑스 이방인의 조선 관찰기_178 - 극동지역에 파견된 선교사 이야기 | 조현범 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 7장 “나는 한국에서 살인충동을 느꼈다”_206 - 좌파 작가 잭 런던이 본 대한제국의 몰락 | 조형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객원연구원 8장 유럽 몰락 귀족이 조선 관료가 된 까닭_248 - 묄렌도르프, 조선에서 참판이 되다 | 김현숙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전임연구원 9장 이탈리아인의 독특한 오리엔탈리즘_270 - 로제티의 『꼬레아 꼬레아니』가 담아낸 서울 | 전우용 전 서울대 병원역사문화센터 교수 10장 나라를 잃어버린 조선에 대한 인상비평_298 - 사진과 영상물로 남긴 베버 신부의 조선 여행 기록 | 김태웅 서울대 교수 11장 일본 문화재학 대부의 ‘시선視線의 정치학’_330 - 세키노 다다시의 조선고적 조사 | 목수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12장 스웨덴 동물학자의 조선생물 탐사기_364 스텐 베리만의 탐험과 수집의 여행 | 문만용 한국과학기술원 연구교수 13장 사각형 종이 속에 담긴 욕망의 이미지_392 100년 전 사진엽서로 읽는 조선이란 나라 | 김수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객원연구원 참고문헌 및 더 읽어볼 책들_431 지은이_437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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