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책을 펴내며 부끄러움이 깊다. 과연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자격이 있는가, 그 질문에 아직도 난 대답할 자신이 없다. 원래 이 책 속의 글은, 페이스북에 남긴 기록들이다. 사건의 일지가 아닌, 몇 년 간의 마음 속 흐름을 기록한 글들이다. 몇 년 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시작할 때, 나는 문득,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때로는 붙들고 더 맹렬하게 고민해야 할, 때로는 부끄럽더라도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야했던, 그런 생각들이 스칠 때마다 언젠가 잊혀질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페이스북 글쓰기를 시작했다. 사무실에서만 처박혀 일하는 그런 고립감이나 외로움이랄까, 그런 것들을 탈피하고 좀 넓은 세상에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기여했다. 내겐 그런 만남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가슴 속에 상념이 많고, 지나온 삶이나 매일 사는 생활 속에서 부끄러움이 깊을 때, 나는 때로 금요일 밤 때로 토요일 밤, 혹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 공간이나 혹은 우리 집 거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썼다. 일단 기록을 남긴다면, 가급적 진실되게, 부끄러움도 숨기지 말아야하겠고 생각했다. 글을 쓰다 아파하고 울기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개인 일기는 아니기에, 진실과 개방의 경계 수준은 늘 애매했다. 그때그때 스치는 생각들을 정리할 뿐, 특정 주제를 따로 정해서 쓴 기록도 아니었다. 하지만 쓰다 보니, 부모로서 아이를 키워가며 느끼는 아픔과 부끄러움, 또는 운동을 하면서 얻은 통찰과 반성, 인생과 신앙에 대해서 찾아온 때늦은 깨달음 같은 것들이 기록의 대부분이었다. 주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돌아보니, 내가 달려온 지난 몇 년의 삶은 그렇게 몇 가지로 좁혀져 있었다. 단순한 삶이었다. 글의 주제도 일관성이 없고, 분량도 일정하지 않아서, 독자들에게는 무척 불친절한 글이다. 게다가 페북 공간이라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러나 가슴 속에 꿈틀거리는 것은 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함축적이거나 상징적인 표현도 적지 않다. 더욱이, 문장이 아닌, 긴긴 형용사절에 의해 수식받는 ‘명사’로 끝나는 어색한 표현 방식도 몇몇 눈에 띈다. 그래서 한 페이지의 글이라도 그냥 쉽게 읽혀지지 않고, 읽는 흐름이 덜컹거릴 때가 많을 것이다. 누가 엄격한 기준으로 글을 제대로 다듬겠다고 달려들면, 살아남을 문장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땐 내 감정이 그런 표현을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불친절한 기록들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책으로 낼 생각은 하지를 않았다. 다만, 이런 ‘날’ 기록들을 모아서 언젠가, 주제들을 찬찬히 정리해서,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운동에 대한 책을 낼 생각은 막연하게나마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앞으로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바쁜 인생이 책을 쓰느라 쉴 틈은 없을 테니까. 이런 ‘날’ 기록 자체가 책이 되고 말았다. 책으로는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미적거렸는데,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페이스북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고 가치있습니다.”라며 나를 여러 날 설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책으로서의 구성과 완성도에는 자신 없다. 문득, 책이라 생각하지 말고, 지난 몇 년간 운동을 하면서,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또 이제 50줄을 들어선 중년의 삶을 사는 사람의 ‘생각 일지(日誌)’라고 보아주면 어떨까 싶었다. 거기서 독자들이 삶과 운동과 부모로서의 힌트 한 가지만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이 책도 전혀 무익한 것만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마저, 부끄러운 글을 책으로 내는 궁색한 변명이다. 2014년 6월 송인수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