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길 위에 다시 서는 그대에게 길을 걷는다. 따갑게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 볕 아래에서, 산들바람에 고요히 흔들리는 초록색 들판 사이에서, 아이들 뛰노는 강가,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 그림이 벽을 타고 흐르는 예쁜 골목, 가을비 내린 만추의 풍경에서. 우리는 글을 쓰기 위해 안동에 있는 길들을 찾고 걸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몇 번이고 다시 찾아 갔다. 처음 길을 찾았을 때는 낯설고 두려웠으며 길을 잃을까 조바심이 났다. 두 번째 길을 걸었을 때는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과 들풀 하나하나의 아름다움, 너른 들과 맞닿아 있는 푸른 하늘과 휘몰아치는 강의 모습들. 그 후에도 길은 매번 다른 풍경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고, 우리는 길이 결코 하나의 모습만을 가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길은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일까, 저 사람은 이 길을 어떻게 걷게 되었을까,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길동무를 만난 반가운 마음은 건너편에서 걸어오는 이에게 건네는 “안녕하세요” 인사로 이어졌고, 그 인사는 내게 다시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길에서 우리는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이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길로의 여정은 길에서 우리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이었고 길로부터 또 배우게 되는 기회였다. 처음엔 출발점과 도착점, 길 위의 볼거리에만 주목했다. 부끄럽지만 박물관, 미술관, 캠핑장, 축제장 등의 시설이 있으면 문화가 있고 없으면 문화가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길을 걷고 사람들을 만나며 든 우리의 생각은 길 위에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바로 그 길의 문화라는 것. 벽화마을에는 그 곳을 살아가는 따듯한 이웃들이 있었고 문화의 거리에는 오랜 시간 신념을 가지고 공간을 지켜나가는 이가 있었으며 가을 숲길에서는 각자의 사연으로 길에 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길이 가진 풍경과 그 길의 사람들을 오래 또 자세히 보니 새로웠다. 좁은 골목길에도 의미가 있었고 안동의 곳곳이 더욱 좋아졌다.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 아홉 가지 안동의 길을 담았다. 누구나 알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안동의 숨은 길과 늘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깊게 보지 않았던 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 여섯 명의 대학원생이 지난 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기획서를 제출하여 선정되었고 여름과 가을, 함께 또 홀로 길을 걸었으며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우리는 길로부터 알았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지나치는 모든 길에는 이름이 있고 세월이 있고 이야기가 있음을. 그래서 길은 일상이었고 평범했으며 또 특별했다. 찾아야만, 또 찾지 않고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길이었다. 모든 길은 시작과 끝이 없고 이어진다. 그렇기에 길로의 여정에는 완주가 없으며, 빨리 걷지 않는다고 재촉하는 이도 없다. 길은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며, 당신이 다녀가지 않는 사이에도 여전하다. 이 책을 읽고 길 위에 설 그대도 누구나 언젠가 한번쯤 걸었을 그 길목 어딘가에서, 길이 주는 그대만의 소중한 것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저 걸으며 쉬어가며, 길 위의 문화를 느껴볼 수 있기를. 창조산업연구소 총서편집위원회를 대신하여 권수빈, 이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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