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2014 세라믹 루키 enLightening Clay 展 인라이터닝 클레이 전은 건축도자를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고 도예 분야 안에서 건축도자에 대한 독자적인 영역을 확고히 하고자 산업과 연계되는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이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정체성과 비전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본 전시는 건축도자라는 특정 범주 안에서 예술작품이 관람자에게 시각적 만족감을 주거나 사고의 지평을 넓힘으로써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답하고 있다. 아울러 과연 건축도자는 무엇일까? 젊은 도예작가들은 건축도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물음과 함께 그 해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본 전시는 진중하게 담아내고 있다. 2010년부터 유망작가육성프로젝트로 시작된 세라믹 루키전은 흙으로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건축을 시각화하는 건축도자의 테두리 안에서 예술적, 공간적, 종교적, 심리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포괄하면서 우리의 삶과 접목된 건축도자의 활용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올해의 세라믹 루키전은 흙의 물성으로 새롭게 표현되는 ‘빛’의 세계를 조명해 보는 전시로서 안성만, 이은주 두 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서로 마주한 두 개의 독립된 전시 공간에서 각각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들은 도자조명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와 독창적인 개성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관람자들의 예술적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첫 번째 참여작가인 안성만은 또 다른 지구라는 타이틀로 우주의 빛에 대한 그의 상상력을 도자와 투과되는 빛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와 이라는 작품은 밤하늘의 별을 연상시키면서 편안하고 아름다운 동화 속 세상으로 관람자를 인도한다. 길라잡이가 되는 그의 작품 속 ‘빛’은 감각적으로 공간이나 사물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 감성을 두드리는 마음의 치유 장치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 ‘아바타’ 속 식물에서 빛이 나는 광경을 보고 격한 감동을 받았다는 안성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해 그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미지 속 존재 가능한 대상으로 재탄생시킨다. 스스로 빛을 내는 식물로부터 예술적 영감과 작업의 단초를 얻은 작가는 도자조명을 통해 꽃, 나무, 나비, 조약돌 등의 대상에게 예술적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는 빌딩으로 가득 찬 도심의 밤을 떠올리기도 하고 알려지지 않은 어느 행성의 풍경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에는 도자조명으로서의 활용성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업태도에서 산업과의 연계가 필수적인 건축도자 분야에 대한 작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의 손끝에만 의존하는 작품제작 방식이 아니라 컴퓨터, 3D프린터 등을 기본으로 하는 최신장비들을 활용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신의 작업을 위한 장비 개발에도 열정을 쏟는 작가의 의지가 곳곳에서 자연스레 배어나온다. 작품제작 시스템에 대한 그의 열정은 건축도자 분야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좀 더 쉽고 다양하게 적용되며 보급화 되는 데 밀알이 될 것이다. 이은주의 작업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품 표면을 채운 ‘원’이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표면을 뚫어 없앴다는 인식과 표면에 원을 만들었다는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작가는 작품의 표면에 구멍을 뚫는 ‘타공’ 시그니처 기법을 주로 사용하며, 유닛(Unit)을 제작하여 그것을 엮어 작품을 완성한다. 각각의 유닛들은 씨실과 날실이 되어 하나의 면을 만들고 그 면이 모여 입체가 되고 공간이 되어 확장되어 나간다. 여기에 빛 에너지를 더해 ‘무(無)’의 공간개념을 극대화시킨다. 턴 온 이모션 이라는 제목은 작가가 만들어 내는 도자조명에서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빛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LED의 선명하고 밝은 빛이 도자표면을 통해 한번 걸러져 나와 편안하고 부드러운 빛으로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편안함을 매개로 하여 바쁜 현대인들의 감성의 문을 두드리는 작가의 의도는 ‘의자’ 시리즈 작품으로 연결되어 감성조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자는 사람이 앉을 수 있을 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본래 의자는 몸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쉼을 주는 사물이지만 이은주의 의자는 앉을 수 없다. 도자로 만들어진 작품의 표면은 딱딱하지만 사람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깨질 수 있다. 작가는 직접적인 체험(신체적으로)에서 얻어지는 편안함이 아닌 심리적인 평온함으로 관람객의 감성에 등불을 켜도록 호소한다. 뿐만 아니라 음악소리, 움직임, 촉감과 같은 부가 장치를 통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안성만, 이은주 작가의 작품은 ‘빛’에 대한 상징과 해석에 앞서 시각적으로 작품 감상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같은 빛이라 해도 그 빛을 감싸고 있는 형태가 달팽이인지, 나비인지, 별똥별인지에 따라 관람자는 각기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로 전시장을 재구성하여 무궁무진하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뚫린 구멍사이로 퍼져 나오는 빛과 그 빛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시시각각 그 모양을 달리하면서 공간을 새롭게 변화시킨다. 안성만이 주로 사용하는 나비, 꽃, 버섯과 같은 자연의 모티브와 이은주가 표현하는 의자, 샹들리에, 벽등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을 채워주는 익숙한 이미지이다. 이러한 것은 관람객에게 작품을 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나아가 주변의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다시보기를 제안하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건축도자가 특별한 분야라고 간주하기 보다는 우리 삶 속에 녹아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도자예술분야로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점을 작품으로 대변하여 표현하고 있다. 빛의 밝고 따뜻한 섭리가 우리 삶의 원동력이자 활기가 되듯이 본 전시를 통해 예술작품이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 독특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매개체임을 관람자가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enLightening Clay展이 실생활에서 활용가능성이 높은 도자조명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건축도자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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