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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의 노래

청보리의 노래

김수원

목언예원·2014-11-15

  • 문학
  • KDC 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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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세상과의 소통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조치이면서 또한 가장 완결적인 행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는 것은 욕구의 배설이면서도 삶의 해법을 향한 물음의 출발점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물며 자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야말로 인간만이 지닌 숭고한 특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은 한 평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일으키며 또 얼마나 많은 생각을 수정하는가에 따라서 그 삶의 질이 평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에 접한 생각을 숙명적으로 받들면서 살아가기도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그 생각을 끊임없이 수정하면서 새로운 물음에 기대어 살아가기도 할 것입니다. 늘 새로운 생각과 물음 앞에 자신의 시간을 맡기자면 의당 해답이라는 숙제와 만나게 됩니다. 물론 숙제를 안고 산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지만 자신이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니만치 그 해법의 성취감이 능히 그 노고를 치유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김수원 여사 또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놓고 그 해법을 위한 고민으로 힘겨워하면서도 쉽게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가져보기 어려운 역경 임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는 일을 놓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선 그는 일흔의 중반이라는 나이의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 하나 새롭게 다가오는 감성의 예리함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남편과도 사별하고 스스로의 의지에게 자신의 노년을 맡긴 독거노인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아직도 구부러진 허리를 부축하며 억척스럽게 농사를 짓고 있는 농투산이입니다. 무엇 하나 시인의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김 여사에게 시 쓰는 일은 그러나, 삶의 가장 거룩한 기쁨이라고 하니 어찌 박수 받을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내달려도 해가 지지 않는 내 유년의 들녘은 온통 청보리밭이었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으면 뿌리 더욱 깊이 내리고 밟혀서 오히려 튼튼해진 짓푸른 생애였네 나물 죽 한 그릇에 사흘을 견뎌야했던 고개 없는 고개, 그 보리 고개! 푸른 꿈으로 일렁였던 거대한 물결이었네 그것은 아직도 내 삶의 빈 언덕은 익어서도 늘 푸른 청보리, 청보리밭이네 -「청보리의 노래」 전문 그가 왜 수십 년 동안 시를 쓰고 있는가는 이번 시집의 제목이 된 「청보리의 노래」에 잘 스며져 있습니다. 어린 시절 청춘의 꿈을 키워주었던 ‘청보리’의 추억을 버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보기조차 힘들지만 청보리 푸르던 그의 유년기를 유추해보면 왜 그토록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가 태어난 해가 1940년이니 일제강점기 시절입니다. 곧바로 해방이 되었다 해도 밥을 굶고 찬물로 허기를 달래던 보릿고개 시절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 무렵의 ‘청보리’는 삶의 유일한 희망이자 꿈이었습니다. 자연히 자신과 청보리가 하나가 되었던 것이지요. 청보리가 튼실히 익어가면 ‘나물죽 한 그릇에/ 사흘을 견뎌’야 하는 가난의 설움을 털어낼 수 있으니까요. 우리 겨레의 설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한 장의 흑백사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수원 여사의 현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편 하나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옛 성터 돌담 곁의 석빙고를 지나 향교를 지나 찬이슬 맞으며 밭으로 갈 때 물안개 내리는 새벽 산 위로 불덩이 같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신비롭고도 장관이어라 꽃보다 더 예쁜 초록 잎새 이야기 들으며 해를 벗하고 종일토록 일하다 지친 몸으로 노을 보며 내려와도 곡식 키우려면 내 몸 돌볼 겨를 없어라 시기를 놓치면 거둘게 없나니 마음 상한 일 설운 생각 있어도 호미 들고 밭고랑에 들어가면 마음은 저절로 가라앉고 희망만한 명약이 어디 있다던가 삶의 고통은 잦아드누나 자연은 내 인생을 어루만져주는 소중한 벗이라네 -「자연을 벗 삼고」 전문 이 작품은 그가 어떻게 힘겹고 아픔 세월을 딛고 굳굳이 일어설 수 있었던가에 대한 대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 상한 설운 생각 있어도/ 호미 들고 밭고랑에 들어가면/ 마음은 저절로 가라앉’으니 ‘희망만한 명약이 어디 있다던가’라고 자신을 달래고 치유하는 모습이 선하게 비쳐집니다. 그렇습니다. 절망만 하고 있다고 희망이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그는 비록 호미질을 하고 있지만 이미 자신을 다스리는 마음법을 온전히 터득하였습니다. 그의 시에는 그 어떤 미사여구나 현학적인 문장이 없습니다. 더러는 철자법도 틀리고 사투리도 많이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따뜻해지고 스스륵 긴장이 풀립니다. 왜 그럴까요. 진솔하기 때문입니다. 잘 보이기 위하여 속임수를 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더 감동적입니다. 오랜 날들을 김수원 여사의 시작과정을 바라보면서 삶의 진정성에서 묻어나오는 순수성을 등단이라는 절차의 형식에 묶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집을 출간하는 것으로 문단에 나오도록 권하였습니다. 이제 그의 이름 뒤에는 시인이라는 이름이 붙을 것입니다. 김수원 시인, 귀한 시집 출간을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민병도 (시인, 청도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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