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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비밀

슬픈 비밀

윤송석 (지은이)

서정문학·2018-08-24

  • 186쪽
  • 140×210mm
  • 문학
  • KDC 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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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불가사의한 일 한 부부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분 행동이 뭔가 수상쩍었다. 그녀는 남편을 주목하면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또 위아래로 살피었다.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남편이 숟가락을 들면 그녀도 숟가락을 들고 남편이 반찬을 집으면 그녀도 같은 접시의 반찬을 집어서 먹는 것이었다. “아까부터 당신 왜 그래?”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가 식사가 끝날 무렵까지 남편 자신을 따라서 하는 짓을 보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이내 쏘아붙였다. “아니! 그걸 뭐라고 해야 하지……” 선녀는 남편의 핀잔을 듣고 쀼루퉁한 표정으로 주저주저했다. “이 사람이 오늘따라 통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러네. 뭔데 그래요? 말을 해요, 말을.” “음, 그러니까 당신은 어디서 어디까지 사람이고 어디서 어디까지 신이예요?” “엥? 어디까지 사람이고 어디까지 신이냐고? 거 무슨 가당찮은 소리예요?” “당신? 나한테 뭐 숨기고 있는 거 있죠, 그렇죠? 당신은 사람인 것 같은데 사람이 아니야. 신인 것 같은데 신이 아니야.” “기가 차고 코가 찰 소리구만. 당신 오늘 대체 왜 그래요?” “가슴이 답답한 사람은 나예요. 당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단 말이에요. 그것 때문에 내가 아주 미칠 지경이에요.” 선녀의 표정에는 근심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녀가 왜 그러는지, 그녀의 돌발적인 태도에 노흠도 적잖이 당황했다. 이제껏 두 사람 사이엔 사소한 의견충돌도 티격태격 싸우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아무 탈 없이 편안한 나날을 보내왔는데, 그녀에겐 엄청난 고민거리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무슨 얘기인지 찬찬히 말해 봐요. 나는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아세요? 당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당신이란 사람이 혹시 나쁜 사람은 아닌지? 나를 헤치거나 죽이려고 하지는 않을지? 난 심각하게 고민해왔어요. 그래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어이없고 황당한 것은 당신의 이중인격자 같은 그 뻔뻔한 태도예요. 오랫동안 자신을 넉살좋게 숨기고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죠?” “그래, 계속 얘기해 봐요.” 하도 기가 막혀선지 노흠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죠? 어서 말해 봐요. 아무래도 수상해요. 뭔가 숨기고 있어요.” “내가 당신한테 무얼 숨기고 있단 말이야. 답답해 미치겠네, 정말.” “쳇! 답답하고 미치고 돌아버릴 것 같은 사람은 정작 나예요. 당신이 아니라 나란 말이에요.” “여보!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집에 가서 조용히 얘기해요, 응?” “싫어요, 싫단 말이에요. 집에서 본 당신의 그 모습 때문에 미치고 환장하고 돌아버릴 것 같단 말이에요.” 그녀가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흐느꼈다. 노흠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방이 꽉 막힌 듯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그녀가 한동안 울었다. “말이 나왔으니 오늘은 뿌리를 뽑아야겠어요.” 선녀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럽시다. 난 뭔 소린지 모르지만, 당신 얘기나 들어봅시다.” “참나! 당신은 꼭 남의 말 하듯 그러시군요. 설마, 당신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말을 하라고 하잖아요.” “여보! 미안한데요. 보리주스 한 잔만 하면 안 될까요?” “그래요. 한잔 합시다.” 잔뜩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는 그녀 앞에서 노흠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녀에게 무엇을 잘못했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트집 잡힐만한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난 당신을 우습게 봤어요. 왜냐하면, 체구도 작지요. 말도 어눌하지요. 그냥 보기엔 남자구실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난 그게 미덥지 않았어요. 어디 듬직한 데가 있어야지요.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당신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비실비실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당신의 벗은 모습을 보고 난 까무러칠 뻔했어요.” “왜 까무러칠 뻔했죠?” “가만히 좀 들어보세요. 당신은 당신 자신을 그렇게도 모르세요? 멋모르고 철없던 시절에 한 남자를 만났어요. 남녀의 신비? 그 딴 거 관심도 없었죠. 여자로 태어나 한 남자를 만나서 아들딸 낳고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결혼인 줄 알았어요. 엉겁결에 들이닥친 한 번의 실패. 그리고 하늘의 주선으로 당신을 만났어요. 우리도 부부로써 남들도 다 하는 그런 사랑을 하게 되었어요. 옷을 입고 있을 땐 그저 평범한 사람인데, 옷을 벗으면 사람이 변하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세요? 내가 지금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냐고요?” “거참! 무슨 말인지 나는 통 모르겠어요.” “휴! 그런 당신 모습을 보며 난 정말 죽고 싶었어요. 솔직히 당신이란 사람한테서 도망치고 싶었어요. ‘이러다 나 죽으면 어쩌지. 이 사람이 나를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 두려움, 그 치명적인 두려움을 사랑할 때마다 느끼며 살아왔어요.” “그래, 옷을 벗으면 내가 어떻게 변합디까?” “당신의 그 이중성, 옷을 입고 있을 때 모습과 옷을 벗었을 때 모습, 그 사이에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어요. ‘이게 뭐지? 분명히 이 사람은 내 남편인데, 아주 평범한 남자인데, 어째서? 옷만 벗으면 사람이 달라지는지?’ 그걸 알 수가 없었어요. 그게 무슨 조화 속인지. 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단 말이에요.” 며칠 전 사건이 문득 노흠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노흠이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휴지를 끊어가지고 막 뒤를 닦으려 할 때,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렸다. 그날 선녀는 느닷없이 화장실 문을 활짝 열고 서서 노흠의 태도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 상황에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흠은 그녀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자연스럽게 뒤를 닦은 다음 옷을 올려 입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때까지도 선녀는 노흠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녀가 오늘 줄곧 노흠을 다그치는 것으로 볼 때, 그녀는 노흠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그날 화장실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그 추이를 가늠하고 있다가 볼일이 끝날 즈음 그 결정적 장면을 습격한 것이었다. 그때 선녀의 표정은 잔뜩 상기돼 있었고 약간 실망스러운 기색이 있었음을 기억해냈다. “그래서요?” “그래서요? 그래서 고민이에요.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냐고요? 보통 때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거예요. 사랑할 때 당신 모습은 어마어마한 사람이에요. 당신이 내 위에서 움직일 때는 마치 엄청나게 큰 바위덩어리 아래 깔려있는 느낌이에요. 그것에 깔려서 정녕 죽을 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아세요? 신기한 것은 그 두려움과는 달리 사랑을 나눌 때는 표현할 수 없으리만치 황홀하고, 그 기쁨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좋아요. 그러다 사랑이 끝나면 ‘아, 살았구나.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 하며 안도의 숨을 몰아쉬곤 했지요.” 노흠은 선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내가 있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때는 100킬로그램짜리 청룡도를 거뜬히 한 손에 쥐고 자유자재로 휘두를 만큼 거대한 인물로 나타나는 거예요. 그 모습은 멋진 조각상이에요. 마치 어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죠. 절대 인간은 아니에요. 세상을 다스리는 신, 천하를 호령하고 통치할 그런 위엄을 갖춘 존재와 내가 사랑을 나누는 거예요. 나는 한없이 작아요. 거대한 그 존재는 나를 끌어안고 어느새 하나가 되어 구름 위를 떠돌기도 하고 둥글둥글 한 덩어리로 우주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빙글빙글 굴러다니는 거예요. 사랑을 할 때는 감미롭고 환희에 사로잡히는 건 물론이에요. 문제는 그 사람이 당신이에요. 우리 두 사람 외에 아무도 없잖아요. 분명히 당신인데 당신이 아니에요. 분명히 당신인데 엄청난 존재에요. 어서 말해 봐요. 당신은 도대체 누구세요?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그랬군요. 당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이상하다 싶었던 게 생각났어요. 당신 말대로 내가 몸집이 크거나 체력이 남보다 좋은 사람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볼품없는 사람인데 그런 나한테서 어떻게 그리 엄청난 모습이 연출될 수 있는지 미처 상상도 못한 일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날들이 떠오르네요. 그때마다 에너지가 폭발하듯 엄청난 열정을 불태우던 사랑이었지요. 그렇게…

목차펼치기

5 작가의 말 12 불가사의한 일 20 인연의 실마리 37 갈림길에 서다 43 눈물로 쓴 편지 58 미치는 짝사랑 61 인생 고백 77 3일간의 사랑전쟁 97 인간 재창조 1 105 아버지와 딸 111 산고産苦의 사십 주야 127 인간 재창조 2 141 남성의 생식기 시술 150 뼛골에 사무치는 노래 157 두렵고 신기한 사랑 162 신이 인간의 형상을 쓰다 166 어마어마한 힘의 정체 170 죽창 174 하늘을 모시고 사랑하라 181 실낙원에서 온 일기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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