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작가의 말 ] 운명처럼 다가온 문학 두 번째 창작집을 펴낸다. 한 번 치렀으니 감동도 반감되려니 했는데 아니다. 첫 번째보다 더 가슴이 뛴다. 나는 참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그래서 남 앞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탓에 학창 시절 별로 튀는 아이가 아니었다. 의기소침한 학교생활을 보냈다. 그런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된 것이 독서였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시간만 나면 손에 책을 들었다. 그 시절은 너나 할 것 없이 궁핍했다. 당연히 지금처럼 책을 풍족하게 쌓아 놓고 사는 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쉽게 구할 수 없었던 탓에 나는 책에 목말랐다. 해서 나이에 맞는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대로 가리지 않고 읽었다. 초등학교 5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언니가 한국문학전집을 들여왔다. 장편소설이 주종이었으나 이름을 날리고 있던 작가의 단편집, 시모음집도 섞여있었다. 전집은 무려 백 권이 넘었다. 박스 속에서 나와 비어있던 책장에 나란히 꽂인 책을 보는 순간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마음이 뿌듯했다. 책은 글씨가 세로로 편집되어 읽기에 불편했다. 더군다나 활자도 유난히 작아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곱 남매나 되는 대가족 중에서 그 책을 모조리 완독한 사람은 막내인 나뿐이었다. 어른을 위한 소설전집을 초등학생이던 내가 2년여 만에 완전히 독파하고 만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전집은 내 또래의 수준에 맞는 내용이 아니었다. ‘금삼의 피’, ‘무정’ ‘유정’ ‘상록수’ ‘김약국의 딸들’ 같은 장편소설이 주였으니, 궁중에서 벌어지는 암투, 첫사랑의 아픔, 사랑, 모험, 그리고 선각자의 고뇌 등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문맥 속에 흐르고 있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은 어린 내 감수성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그 후로도 나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며, 꽤나 바쁘게 살면서도 독서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읽을 줄만 알았지, 직접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만 작가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때는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게 작가적 소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소설을 쓰고 싶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성격 때문인 듯싶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소심한 성정을 지닌 나는 남에게 속마음을 쉽게 풀어놓지 못했다. 허나 내게도 가슴 안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정이 숨어있었나 보다. 쏟아버리고 싶은 가슴 속의 응어리들, 그것이 세상의 부조리이거나, 인간관계에서 불거지는 갈등이거나, 아니면 인생사의 허무가 가슴에 꽉 들어찼을 때, 그것을 퍼낼 수 있는 통로가 나에겐 바로 소설쓰기였다.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온 문학은 나에겐 구원의 단비였다.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어찌되었을까? 퍼내지 않고 가슴에 하나씩 하나씩 담고만 살았다면? 생각하니 참 아슬아슬했다. 글 쓰는 시간은 참 행복하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마냥 논다. 쓰고 싶을 때는 밤을 새워 쓴다. 가슴 속에 쌓인 응어리가 하나하나 풀려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외친다. ‘문학, 네가 있어 세상은 살만하다!’ 운명처럼 다가온 문학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터를 닦아준 油然님께 항상 감사한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아들내외와 손주들 璘·多·朗도 무척 고맙다. 해설로 격려해주신 송하춘 교수님께, 그리고 좋은 책을 만들어주신 손정순 사장과 편집진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아울러 창작집을 낼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준 ‘전라북도문예진흥기금’에도 감사를 표한다. 2013년 11월 寓居에서 魯 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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