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감사의 말 필자가 중국의 민간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6년 석사 과정에 들어가 고부터였다. 그때에는 한창 중화 인민 공화국 성립의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의도 에서 봉건 체제에 저항한 농민 반란과 그에 이념을 제공한 민간 종교에 대한 연 구가 활발하였다. 민간 종교 교리는 민중의 이상향이나 평등 등의 혁명 이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언제부 터인가 사교와 관련하여 민간 종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 갔다. 중국이 개혁 개방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민간 종교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은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에게는 순수한 종교 신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막스 베버 등의 주장과 달리, 이세유(李世瑜)는 “각 왕조 시대에 부단하게 일어난 비밀 종교는 중국인 들이 얼마나 종교를 필요로 했는가, 그들의 종교 정감(情感)이 얼마나 농후했는 가를 나타내는 데 족하다.”라고 하였다. 그는 명대 이후 불교나 도교 등 정통 종 교의 발전이 이미 쇠퇴해 갔지만, 군중심리 속의 종교 정감은 이 때문에 감퇴되 지 않았고 비밀 종교의 유행이 이로부터 더욱 성하여졌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비밀 종교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던 도교나 불교 사원들은 물론, 지역 사회에 근거를 두면서 관(官)과 신사(紳士)의 통제를 받았던 사묘(寺廟)와 도 다른 종교 집단들을 말한다. 이들이 명대 중기 이후에 발흥한 것은 민중들 내에서 대안적(代案的) 종교에 대한 욕구와 관계가 있다. 이들 종교 집단들은 정 부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잠복해 있었으므로 비밀 집단을 이룬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얼마나 수많은 민간 종교들이 명멸을 거듭해 왔는지 정 확히 알 수 없다. 이들 민간 종교의 교리는 유교, 불교 및 도교의 교리를 융합한 제설 혼합적 성 격 때문에 일정한 계통을 세워 설명한다는 것이 극히 어렵다. 그것들은 불교, 도교 및 유교의 많은 상징들과 사상들을 공유하며, 중국의 종교·문화적 전승에 서 벗어나 있지 않았지만, 정통적인 3교에서 유래하고 있는 상징들과 사상들의 제설 혼합적인 혼합 그 이상이었다. 즉, 3교의 상징들이 민간 신앙과 결합하면서 독특한 제4의 신앙 체계를 만들어 내었다. 여기에서 민간 종교 자체의 가치와 중 국 사회에서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민 간 종교의 경전인 보권(寶卷)이다. 따라서 중국 민간 종교에 관해, 나아가 중국인 들의 내면 세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권류 문학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필자는 민간 종교와 보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2005년 당시 네덜 란드 Leiden 대학 중국학과 Barend J. ter Haar 교수의 배려로 중국학 연구소에 서 1년간 민간 종교에 관해 연구를 수행하였다. Haar 교수는 자신이 개설한 석 사 과정에 청강을 권하였고, 그때 수강생들에게 종교 경전을 하나씩 정해 연구 하고 기말에 보고서를 내도록 하였다. 마침 한국에서 복사해 가져갔던 여러 권 의 보권 중에서 『혈호보권(血湖寶卷)』을 선택해 읽는 중에 중국 혈분경(血盆經) 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것이 이 연구서를 내게 된 발단이 되었다. 올해로 이 연구를 시작한 지 무려 만 9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 경전이 나타난 시기가 언제이며, 어떻게 역사적으로 전개되어 갔 는지에 관해 문헌 연구를 주로 하였다. 그러나 현재 사라진 종교 의식을 연구한 다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지금도 행하여지고 있는지, 또 어떻게 어느 정도로 활 발하게 수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강소성 (江蘇省) 남통(南通) 일대 향촌에 들어가 혈분재(血盆齋) 의식을 직접 보고 의식 집행자들과 대담을 하며 현지 조사를 하였다. 또한, 일본에서의 상황을 알기 위해 일본에서 혈분경이 행하여져 왔던 지역들을 방문하여 조사하고 일본의 관 련 분야 연구자들을 만나 대담을 하였다. 필자는 현지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많 은 사진 자료, 민간 종교 경전들, 의식 관련 동영상 및 대담 자료를 소장하고 있 다. 이들 자료에 대한 정리는 차치하고, 활용과 관련하여 역사학을 공부한 필자 로서는 한계가 있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혈분경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매우 생소하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2011년에 Beata Grant와 Wilt L. Idema가 공동으로 『목련삼세보권(目連三世寶卷)』과 『황씨녀대금강(黃氏女對 金剛)』의 두 보권을 번역·소개하며, Escape from Blood Pond Hell: The Tales of Mulian and Woman Huang (Seattle and London: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를 출판하였다. 이를 보면서 상당한 위안과 자부심을 얻게 되었고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보권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이 연구는 사실상 능력이 부족한 필자 한 사람으로는 너무 힘에 부치는 것이 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도저히 수행될 수 없는 것이었다. 우선,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토대를 마련해 준 한국연구 재단과 혈분경 연구의 직접적 계기를 열어 주신 현재 Oxford 대학 Barend J. ter Haar 교수께 감사를 표한다. 산동대학교 역사문화학원 유평(劉平) 교수는 두 차 례나 중국 현지 조사에 동행하며 모든 일정을 안배해 주셨고, 필자에게는 생소 한 인류학적인 현지 조사 방법을 깨우쳐 주셨다. 중국어 통역 학생을 소개해 주신 남경대학 외국어학원 한국어계 윤은자(尹恩子) 교수, 현지 조사에 동행한 필 회문(畢懷文) 군과 반문교(潘文嬌) 양, 그리고 녹음한 대담 자료를 문서화한 서 울대학교 박사 과정생 제우(齊宇) 양, 대담에 응해 주시고 많은 편의를 제공해 주신 당금림(唐金林) 도사와 그 외에 여러분들, 구득하기 어려운 외국 자료들을 마다하지 않고 구해 주신 성균관대학교 학술정보원 김남숙 팀장님, 일본 현지 조사에서 귀한 조언과 자료를 제공해 주신 와세다대학교 문학학술원 요시하라 히로토(吉原浩人) 교수, 동양대학교 코다테 나오미(高達奈緖美) 교수, 부산현(富 山縣) 입산박물관(立山博物館) 후쿠에 미쓰루(福江充) 계장님, 그리고 일본 현 지 조사에 동행한 와세다대학교 박사 과정생 홍성민 군에게 감사한다. 이외에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았지만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어려 운 상황 중에서도 흔쾌히 출판을 맡아 주신 위더스북의 한영아 사장님과 편집 부 직원들께도 감사를 표한다. 끝으로, 지금까지 말없이 모든 것을 인내해 온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14년 3월 31일 도봉구 창동 자택에서 송 요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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