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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새로운 눈

사진, 새로운 눈

최건수

(도서출판)비엠케이·2014-02-28

  • 예술
  • KDC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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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때때로 배우면 즐겁지 아니한가 지난 연말에 뜬금없는 일을 만났다. 모 대학 일학년 학생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것이다. 학생의 교양과목 연 말 리포트가 유명 인사와의 인터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유명 인사를 찾았어야 하는데 번지수가 틀렸다. 여하튼 감사하다. 낯 모를 젊은 청년이 나를 유명인사로 대해주었으니. 청년의 첫 질문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은 참 난감하다. 난 한 번도 성공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삼십 년 넘게 사진을 했으니 내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기는 한데, 그게 뭐 성공이랄 수 있겠는가? 어떤 책에선가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제법 그럴싸한 성공의 공식을 소개해서 화제가 됐다. 하루에 8시간씩 십 년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인데, 그거 몰라서 못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사자성어로 십년한창(十年寒窓)이란 말도 그 뜻은 비슷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공이 필요한 기간을 십 년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 십 년은 물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쓸쓸함 그것이겠지. 그런데 작심삼일(作心三日)도 버거운데 성공하기 위해서 십 년을 면벽해? 독하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마음 씀씀이가 이 지경이니 성공은 예전에 물 건너갔다. 그럼 어떻게 해? 머리 염색을 하다가 텔레비전을 힐끗 보니, 어느 시장 통 만두집 사장이 귀가 솔깃할 답을 내놓았다. 내가 찾던 그 답이다. 여섯 평짜리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인데, 인근에서 제법 유명 인사가 된 모양이다. 역시나 사회자가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음식점을 했는데 모두 실패했습니다. 까닭은 손님이 돈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요? 만두를 맛있게 만드는 것에 온 정성을 다 쏟습니다. 그런데 그 맛을 내는 과정을 찾아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런 이후 손님이 하나 둘 찾아오고 돈도 따라오는 겁니다.’ 십 년, 이십 년. 그런 숫자 따질 것 없다. 내 하는 일이 즐거운데 시간이 길고 짧음이 무슨 문제인가? 재미나면 짧아서 문제지 긴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부산까지 가장 짧은 시간에 가는 방법이 애인과 함께 가는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신년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자를 집합시키고 군기를 잡았다. 그리고 명쾌하게 성공의 노하우 한 수를 전수했다. ‘공직자는 자신이 하는 일을 국민이 좋아하는 데서 기쁨을 느껴야 합니다. 일에서 기쁨을 느껴야지 일 따로, 기쁨 따로, 취미 따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공감 가는 말 아닌가? 사진가는 사진을 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 사진을 십 년 하면 성공한다고 믿고 열심히 사진 찍던 사진가들은 십 년이 되기 전에 모두 사라졌다. 까닭은 밥을 위한 사진, 명예를 위한 사진, 권력을 위해 사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생명 없는 사진도 이용당하는 것은 싫어한다. 사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간단히 말하면 그냥 좋아서, 어떤 대가도 없이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누군가 알아보기도 하고 한 수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기도 한다.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성공의 노하우다. 난 가방끈이 긴 것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고 성공한 사진가는 더더욱 아니다. 언감생심 그런 것을 꿈꾸지 않았기 때문에 동티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2013년 3월 개강과 함께 9명의 사진 벗들과 책을 한 권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전시회야 모두들 몇 차례 해봤으니 메뉴 좀 바꾸어보자는 취지였다. 희한하게 만장일치. 의견이 난분분할 텐데, 이런 일은 성인들 모임에서는 희귀하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 나랑 일 년 동안 일 주일에 한 번씩 사진을 핑계 삼아 놀던 분들이다. 연령층은 오십대부터 칠십대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아직 현장에 있는 분들도 있고 은퇴하신 분들도 있다. 여성분들이 남성분들보다 많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여성이 실세다. 잘 모셔야 한다. 그런데 그 많은 수컷들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저러나 이쯤 살다 보면 섹스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정도의 명사 역할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것도 별 의미가 없다. 모두 중성화되었다. 그냥 어울려 어우렁더우렁 사는 것이다. 그 매개체가 다름 아닌 사진인 것이 좋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일 주일에 한 번 만나서(때때로 배우고 익히면서) 재미나게 놀았다(기쁘지 아니한가?) 남들보다 특별히 열심히 한 것도 없다. 때때로 만나 공부(?)하고 떠들고 놀다 보면 뭐 좀 남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으로 세월을 보냈다. 콩나물 시루에 부은 물이 다 빠져나갔다고 콩나물이 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뭔가 계속 붓다 보면 사진도 조금씩 커갈 것이다. 이 여유로움으로 사는 인생이 즐겁다. 더 무엇을 욕심 낼 것인가? 그래도 모였으니 나름 방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수업 시간마다 부르짖는 말이 있다. 다름 아닌 작업(work)을 하자는 말이다. 작업? 그게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난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마다 얼굴도 다르고 성깔도 다른데, 왜 사진은 너나없이 비슷비슷한 것을 찍는지 모르겠다. 우리끼리라도 좀 개성 있게 찍어보자는 것이다. 아마추어가 좋은 것은 사진을 쌀로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게 일단 해결됐는데, 남 눈치 보고 좌고우면하며 사진을 할 일은 아니다. 아직도 부족한가? 그런 일은 밥 만들 때나 할 일이다. 세월 속에 묻어둔 똥고집과 소신을 펼 때가 지금이다. 그게 통했는지, 어느 때부터인가 모두들 나름의 좌충우돌 자유민주주의형 사진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개성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면 됐다. 그게 예술의 길이고 사진의 길이 아니랴. 그렇다고 속이 텅 비었을 거라고? 천만에, 그렇게 허접하게 사진을 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발터 벤야민과 롤랑 바르트가 강의되고, 수전 손탁과 빅터 버긴의 텍스트를 읽는 사람들이다. 기호학과 정신분석학을 사진에 삼투시키고 싶어 하는 전사들이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들의 열정과 가능성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아마, 늘그막을 멋지게 보낼 사진의 벗들일 것이다. 책을 위해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가 이 책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최 건 수(사진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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