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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담력대결

무한담력대결

리사 그래프 (글), 최희정 오윤성 (옮긴이)

(주)우리같이·2014-05-01

  • 문학
  • KDC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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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프롤로그 대부분의 전쟁은 콰르릉 콰쾅 하는 폭발음이나, 탕탕 혹은 따당 하는 총성으로 시작한다. 43H 교실에서 벌어진 전쟁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문제의 화요일 아침, 스팍스 선생님이 43H 교실에 모인 여덟 명의 방송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봄 학기에 누가 뉴스 앵커를 맡을지 정할 때가 됐군요. 누구, 하고 싶은 사람 있나요?” 평소 방송부는 전쟁 같은 것을 하는 곳이 아니다. 보통은 협동심과 우정, 동지애가 넘치는 곳이다. 일단 방송부에는 사명이 있다. 매일 아침 방송을 만들어 내보내는 사명. 방송부원 모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끼리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스팍스 선생님이 말했다. “누구 없어요? 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손들어 봐요.” 손이 셋 올라갔다. 브랜던 킹, 프란신 할라타, 루이스 말도나도. “좋아요. 브랜던, 왜 앵커를 하고 싶은지 친구들에게 말해 주겠니?” 브랜던이 대차게 “에헴”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발로 의자를 밟고 책상 위로 척척 올라가서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소리쳤다. “뉴스 앵커 자리는 저의 것입니다!” 브랜던은 천장에 대고 목청을 높였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으니까요!” 브랜던의 제일 친한 친구인 안드레 잭슨도 벌떡 일어서더니 브랜던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그만큼 큰 소리로 외쳤다. “옳소! 브랜던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습니다!” 엠마 파인위츠가 킥킥 웃었다. 스팍스 선생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사사건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보기 드문 교사이다. 아이들이 의견을 마음껏 표현하게 하고, 의견 차이는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게 선생님의 평소 생각이다. 아마도 그 때문에 스팍스 선생님이 4학년 선생님 중 최고라는 이야기가 오덴 초등학교 전체에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스팍스 선생님 앞에서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사실 스팍스 선생님은 살짝 눈을 찡그리는 것만으로도 떠들썩한 교실 전체를 순식간에 조용히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교사다. 브랜던이 책상에서 내려오자 스팍스 선생님이 말했다. “고마워, 브랜던. 아주 설득력 있는 연설이었어요. 이제 자리에 앉으렴.” 브랜던이 자리에 앉았다. 안드레도 앉았다. “프란신? 이번에는 프란신 이야기를 들어 볼까?” 프란신 할라타는 책상 위에 올라가지 않았다. 프란신은 책상 위에 올라가거나 하는 아이가 아니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동료 부원들을 향했다. 그러고는 금발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제가 다음 학기 뉴스 앵커 자리를 꼭 맡고 싶습니다.” 프란신은 올해 초부터 뉴스 앵커를 하고 싶어 했다. 프란신에겐 그 자리가 방송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였다. 하지만 투표 결과로 알리시아 핼러데이에게 앵커 자리가 돌아갔을 때 프란신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가 맡은 방송 촬영기사 일을 더 열심히 해서 봄 학기에는 모두가 자기에게 표를 던지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제가 유명한 동물 조련사가 돼서 제 TV쇼를 진행하려면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프란신이 그렇게 말하며 제일 친한 친구인 나탈리 페레스 쪽을 보자 나탈리는 잘하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제 생각엔 제가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지금까지 하루도 방송부를 빼먹은 적이 없거든요. 항상 시간을 잘 지키고, 어떤 때는 방과 후에 남아 스팍스 선생님이 장비 옮기시는 것을 돕기도 했습니다.” 그때 브랜던이 안드레에게 입 모양으로 뭐라고 말하면서 프란신 쪽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입 모양이 ‘아부쟁이’라고 한 것 같았지만 프란신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 저를 뽑아 주세요. 고맙습니다.” 프란신이 자리에 앉았다. “고마워, 프란신.” 스팍스 선생님이 말했다. 브랜던이 토하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안드레도 같은 소리를 냈다. “루이스? 왜 뉴스 앵커가 되고 싶은지 말해 주겠니?” 루이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되고 싶은 게 아니고요.” “그럼 왜 손들었어?” 알리시아가 물었다.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루이스가 설명했다. “그래?” 스팍스 선생님이 책상에 몸을 기댔다. 선생님 책상 위에선 빨강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파랑 모자를 쓴 장난감 새가 연신 부리를 유리잔 속에 담그며 물을 마시고 있었다. “예, 저는 캔자스를 후보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캔자스 블룸은 팔을 머리에 괴고 편히 앉아 있었다. 캔자스는 누가 뉴스 앵커가 되든 아무 관심 없었다. 캔자스 생각에 아침 7시 5분이라는 시간은 어떤 종류의 일을 하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정작 학교 수업은 8시 5분에야 시작되니 말이다. 캔자스는 방송부에 가장 최근에 들어온 신입이었다. 바로 전 주에 가족과 함께 이곳 캘리포니아 주 바스토우로 이사 와서 오덴 초등학교에 전학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은 딱히 방송부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캔자스가 말문을 열었다. 루이스가 캔자스 말을 끊었다. "캔자스는 신입이잖아요. 앵커를 맡으면 학교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게다가 읽는 걸 아주 잘하고, 진짜 친절해요.” 루이스가 손가락으로 추천 이유를 꼽으며 설명했다. “엄청 귀엽기도 해!” 엠마가 그렇게 외치고는 바로 손으로 입을 막으며 킥킥 웃었다. 캔자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귀엽긴 하지.” 알리시아가 나탈리에게 속삭이자 나탈리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란신은 얼굴을 찌푸렸다. 인생에는 귀여운 남자애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캔자스가 다시 운을 뗐다. 캔자스가 방송부에 가입한 건 순전히 여동생 탓이었다. 그 애가 미술반을 하겠다고 애걸복걸하는 통에 엄마가 캔자스도 어딘가 들어가서 둘이 함께 아침 첫 통학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캔자스도 제발 아무것도 하지 않게 해 달라고 애걸복걸해 봤다. 결론은 자신은 여섯 살짜리 동생에 비해 애걸복걸하는 재주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전 뉴스 앵커를 할 생각이 없는데요.” 브랜던이 비아냥거렸다. “너무 잘나셔서 앵커 같은 건 못 하겠다는 건가?” “그러게. 자기가 그렇게 잘났나?” 안드레가 거들었다. “아니, 난 그냥…….” 캔자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럼 넌 뭘 하고 싶은데?” 브랜던이 물었다. “그러게. 앵커보다 좋은 게 뭔데?” 안드레가 또 거들었다. 캔자스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건 오리건 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은 거기니까.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리키와 윌이 기다리고 있는 곳. 방송부 따위는 애초부터 있지도 않은 곳. 브랜던과 안드레가 대답을 기다리며 캔자스를 노려보았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캔자스는 “나는……” 하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아 버렸다. 어쩌다 이런 논쟁에 휘말린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잘 모르겠어. 음, 우리 동네에서는 친구들이랑 담력 대결 같은 걸 하곤 했었는데…….” 엠마의 귀가 쫑긋했다. “담력 대결?” “응. 담력 대결.” 캔자스는 방송부에 관한 것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반가웠다. “어떤 종류의 담력 대결?” 나탈리가 갈색 곱슬머리 한 가닥을 손가락에 빙빙 감으며 물었다. 프란신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누가 앵커를 할지 얘기하던 거 아니었나.”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못 들은 듯했다. 캔자스가 나탈리를 향해 말했다. “진짜 센 담력 대결. 내 친구 리키랑 윌이랑 맨날 했었어. 자전거에 거꾸로 앉아서 뒷바퀴로 가는 거라든가, 으깬 바나나를 섞은 칠리 고추를 먹는다든가.” “이야아아아.” 엠마가 말했다. 말을 하면서 약간 정신이 아찔해졌는지 ‘이야아아아’의 마지막 부분은 한숨을 쉬는 것처럼 들렸다. “그거 진짜 대단하다.” 알리시아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머리를 꼬는 나탈리의 손이 점점 더 빨라졌다. 프란신은 다시 한 번 씩씩거렸다. “퍽이나 그런 걸 했겠다.” 브랜던이 캔자스에게 말했다. “그러게. 퍽이나.” 안드레도 거들었다. “진짜 했어. 그냥 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날마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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