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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

정거장

클리퍼드 시맥 (지은이), 안태민 (옮긴이)

도서출판 불새·2013-09-09

  • 문학
  • KDC 8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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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 1 장 소란이 이제야 끝났다. 포연은 얇은 회색빛 안개 줄기처럼 폐허가 된 대지 위를 떠돌고 있었고, 부서진 방어벽과 복숭아나무들은 대포를 맞아 이쑤시개처럼 잘게 부서져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해묵은 증오로 갈라져 서로를 향해 고함을 치며 오래된 방법으로 전쟁을 벌인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 목숨이 다한 이후, 평화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침묵이 잠시 동안 땅 위로 내려앉았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천둥소리는 지평선을 가득 채우고, 대지는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파헤쳐졌다. 말들은 비명을 질렀고, 사람들은 거친 함성을 외쳤다. 금속 호루라기가 울렸고 그 소리가 끝나자 쿵하는 소리가 났다. 불꽃이 섬광을 내뿜었고, 강철이 번쩍였다.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색깔들이 전장에 부는 바람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모든 게 끝나고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침묵은 이런 대낮의 전장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었다. 침묵은 곧 이어 터진 고통의 신음소리와 물을 달라는 요청, 죽음을 앞두고 올리는 기도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뜨거운 여름 태양빛 아래에서 울부짖음과 탄성, 신음소리가 여러 시간동안 계속되었다. 훗날 이곳에는 울타리가 쳐져 조용히 이곳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죽은 자들을 괴롭히던 악취로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파헤쳐진 구덩이들은 얕은 무덤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제 그곳에는 앞으로 수확되지 못할 밀들과 봄이 다시 오더라도 꽃망울을 피우지 못할 나무들만 남았다. 산마루로 이어지는 산등성이에서는 어떠한 대화도 남아있지 않았고,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으며, 시체더미들은 죽음의 공허함과 허무함만을 소리 지르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영광의 이름을 한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흘러간 시대를 따라 단지 그 이름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강철여단, 뉴햄프셔 5사단, 미네소타 1사단, 매사추세츠 2사단, 메인 1사단이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에녹 월리스(Enoch Wallace)도 있었다. 그는 여전히 부서진 머스킷 총을 쥐고 있었고, 두 손에는 물집이 잡혀있었다. 얼굴은 화약가루가 번져 엉망이 되어 있었고, 구두는 먼지와 피로 얼룩져있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제 2 장 어윈 하드윅(Erwin Hardwicke) 박사는 양 손바닥 사이에서 연필을 비비면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자신의 책상 맞은편에 앉아 어떤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남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박사가 말했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당신이 여기로 왔느냐는 겁니다." "저기, 여기는 국립연구원이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당신은 정보요원이지 않습니까." "보세요, 박사님. 이번 방문을 비공식적인 걸로 하시는 게 편하시다면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냥 궁금증에 빠진 일반시민 한 명이 당신께 도움을 요청하러 온 걸로 말입니다." "제가 도움을 드리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도움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고 가설만 가득한 이야기를 하시니까요." 클로드 루이스(Claude Lewis)가 말했다. "젠장, 박사님. 증거를 부정하시면 안 되십니다. 작은 증거를 벌써 드렸지 않습니까." 하드윅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 번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해봅시다. 이 사람의 이름은…." 루이스가 말했다. "그의 이름은 에녹 월리스입니다. 햇수로 따져보면 그의 나이는 124세입니다. 그는 1840년 4월 22일 위스콘신 주의 밀빌(Millville) 마을에서 몇 마일 떨어져 있는 농장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제데디아(Jedediah) 월리스와 아만다(Amanda) 월리스 부부의 독자입니다. 링컨(Abe Lincoln) 대통령이 지원병을 모집했을 때 처음으로 병적에 오른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그는 강철여단 소속이었지만, 그 부대는 1863년 게티즈버그(Gettysburg) 전투에서 전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 다른 전투부대로 전속되었고 그랜트(Grant) 장군 율리시스 심슨 그랜트(Ulysses Simpson Grant, 1822-1885)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총사령관을 역임하였고, 이 경력을 바탕으로 1869-1877년간 미국의 제18대 대통령을 역임하였음. 휘하에서 버지니아(Virginia) 전장에서도 계속 복무했습니다. 그리고 애퍼매톡스(ap pomattox) 1865년 4월 9일, 남부군의 총사령관 리(Lee) 장군이 북부군의 총사령관 그랜트(Grant) 장군에게 항복한 미국 버지니아 주 중부의 도시. 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있었으며…." "조사를 열심히 하셨군요." "저는 그의 기록들을 계속 모았습니다. 이 부분은 매디슨에 있는 주의회가 보관하고 있던 징병기록부에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전역기록을 포함한 나머지 기록들은 워싱턴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30살처럼 보인다고 하셨는데." "절대 그 이상의 나이로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30살보다 더 젊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신 적은 없었다고요." 루이스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닐 지도 모르겠네요. 지문을 조사하시는 게 차라리…." 그러자 루이스가 대답했다. "남북전쟁 당시에는 지문을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남북전쟁 참전 용사들 중 마지막 사람이 여러 해 전에 죽었을 텐데요. 제 기억으로는 당시 꼬마로 남부군의 군악대 소속으로 북을 쳤던 사람이였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뭔가 착오를 하신 거 같군요." 루이스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처음 이 임무를 맡았을 때, 저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이 임무는 어떻게 맡게 되신 겁니까? 이런 일과 정보기관이 어떤 점에서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일에는 매우 많은 비밀이 있습니다…." "지금 영생불사(Immortality)에 관해 말씀하시는 거군요." "아마도 그 부분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겠지요. 영생불사를 할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우연히 알게 된 사실에 불과합니다. 그것보다 고려해야 할 다른 부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이상한 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왜 정보기관이…." 루이스가 웃음을 지었다. "지금 속으로 이 일에 보다 과학적인 근거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저 역시 반드시 박사님처럼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이 일은 우리 직원 중 한 명이 우연히 알게 된 사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직원은 휴가를 떠나 위스콘신 주에 있는 친척집에 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의문의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아니었고, 그곳에서 대략 30마일 48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죠. 그는 거기서 그 소문을 듣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지나쳐 들었습니다만 약간 그 일을 알아보기 시작하다가 이렇게 되었죠. 우리 직원은 많은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그 소문에 분명 무언가 진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정도는 밝혀냈습니다." "그게 바로 저를 지금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내용인 거군요. 하지만 한 사람이 124년 동안 한 지역에만 살았다만, 세상사람 모두가 관심을 두는 유명인사가 어떻게 되지 않았을까요? 혹시 신문사들이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떤 행동할지 상상이나 해보셨는지요?"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군요." "아직까지 그가 유명인사가 되지 않은 이유를 제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부분은 말로 설명하기 약간 곤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농촌지역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해 먼저 아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스콘신 주의 남서쪽 변경은 두 개의 강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미시시피(Mississippi)강이, 북쪽으로는 위스콘신(Wisconsin)강이 각각 흐르고 있죠. 강에서 좀 떨어진 지역에는 평평하고 광활한 초지 및 경작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부유한 농장들과 마을들이 있지요. 하지만 강과 가까운 지역은 황량하고 척박한 곳입니다. 고원들과 절벽, 가파른 협곡, 낭떠러지들, 그리고 완전히 고립된 것처럼 보이는 분지가 약간 있을 뿐입니다. 그곳에는 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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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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