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 리 글 정원철 1. 책을 펴낸다는 것은, 자신의 앎을 글로 정리하여 알리는 일이다. 글 쓰기는 재능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의 육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책을 펴낸 것은, 시(詩) 동인지였다. 시(詩) 연구하는 이들과 함께 창작시집을 13회 발간하였다. 13년간 동인지를 펴냈으나, 아직도 개인 시집은 펴내지 않았다. 가족과 지인의 사랑 속에 꾸준히 시를 써 왔으나, 세상에 드러내기엔 부족하여, 조금 더 손보고, 좋은 작품이 모이면 펴내리라 하는 것이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그러던 중 2014년에 ‘시조창 감상 및 수상록’이라는 책을 펴냈다. 조선 시대만 해도 한자어를 사용한 시조창이 많아서, 현대에 시조창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해설이 필요한데, 적절한 안내서가 필요하였다. 선비정신의 시조창을 즐기는 시조인(시조창을 즐기는 국악인)들이 가사(歌詞)를 이해하면서 창(唱)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책 발간은 꽤 보람있는 일이었다. 금번에 발행하는 ‘시조의 이해’는 문학인의 시조 창작에 도움을 주고자 발간하는 것이다. 옛시조를 분석하고, 가곡과 시조창의 연행을 살피어, 500여 년간 선비의 사상과 혼을 담아온 시조시의 형식을 이해하여야, 시조시 창작의 멋을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사각지대를 들여다보고, 수고를 마다않음은 나 자신에게도 시조의 이해를 튼실하게 하여 주었다. 환갑이 되면 시집과 수필집을 발간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으나, 정작 환갑이 되어 발간하는 책은 또 다시 시조 창작 이론서다. 이는 보통의 시민들도 시조 한 수씩은 외우고, 창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의 실천이다. 시흥시민에게 시조를 이해시키고, 자라는 청소년에게 시조를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 2013년 시흥문화원장에 취임한 이래 네 번의 연성문화제를 개최하면서, 시흥시 전역에 시와 시조를 공모하였지만, 시조 부문 응모자는 매번 몇 사람에 그쳤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조계 원로를 모시어 시민에게 강연하는 등의 노력을 하였다. 시조문학 발행인 김준 박사, 시조생활 발행인 유성규 박사, 그리고 가천대학교 명예교수이신 이석규 박사를 모셔 강연을 들었으나 시조의 생활화는 여전한 숙제다. 연성문화제를 치룰 때마다 뒤척거리기를 여러 해 지나면서, 시조 창작 안내서 발간을 계획하였다. 필자가 에서 강연한 강의록 중에서 시조 부문을 꺼내 손질하였다. 거친 표현을 갈아내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중복은 삭제하여, 원고를 정리하였으며, 부록으로 옛시조와 현대시조, 가곡과 시조창으로 쓰인 시조시를 붙였다. 그런데, 현대로 전하여 불려지는 가곡과 시조창을 정리하면서 잠시 고민하였다. 현재에 전하는 가곡과 시조창을 모두 수록하다보니, 사설이 점차 길어지면서 변격의 폭이 커지는 시조의 변천사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정형시로서의 시조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혼란을 줄까 걱정이었다. 부록에 변형 시조(엇시조와 사설시조, 한시를 시조창으로 부르기)를 싣는 것이 시조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시조시 창작을 부양하려는 책 발행 의도에 혼란을 줄까하는 염려였다. 그러나 독자는 가곡의 초수대엽이나 이수대엽, 시조창의 평시조에 실린 정형미를 현명하게 가려내리라 생각하며 조사한 자료 전부를 부록에 실었다. 깊은 응시로 선조들이 간직하고 싶어한 수기치인의 정신과 정형의 미(美)를 찾을 것이다. ‘시조의 이해’ 전개는 대화체로 하였다. 통상의 시론서(詩論書)는 서술형이지만, ‘시조의 이해’는 선생과 학생이 주고받는 대화 기록을 주조로 하였다. 단시조 창작의 중요성과 시조시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삼행시에 4음보를 적용하여 시조를 짓게 하고, 가곡과 시조창의 장단을 분석하여, 시조 창작에 있어 주안점을 두어야 할 부문을 살펴보았다. 2. ‘시조가 무엇인가?’ 질문하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한 마디는 한다. 초등학생도 머뭇머뭇 설명한다. 정몽주의 단심가나 이방원의 하여가를 읊기까지 한다. 그러나 시조(時調)를 한자로 써보라고 하면 갸우뚱한다. 대부분 시(詩)와 시(時)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시조의 발생연원을 모르는 때문이다. 시조가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줄임말임을 아는 사람은 적다. 관심 깊은 몇 사람만이 조선 영조 무렵에 이세춘이라는 가객(歌客)이, 가곡(歌曲)으로 부르던 시조시에 장단을 배열하여 부르면서 시조창(時調唱)이라 이름한 것과, 시절가조란 ‘시절을 노래하는 창(唱)’이라는 뜻을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명을 듣고서야, ‘현대 시조’는 가곡이나 시조창이라 칭하던 노래에서 가사(歌詞)를 독립시킨 문학 장르임을 비로소 이해한다. 우리의 전통문화 시조(時調), 시조가 600여년 이어 내려온 소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음악과 문학의 결합체인 시조(時調)를 이해하는 사람은 적다. 시조시인이면서 가객(歌客)이 되어 시조를 문학과 음악, 양면으로 접하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이며, 양자를 면밀히 살펴 시조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그러하니 절창(絶唱)이라 일컫는 가객이자, 시인(詩人)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정형시로서의 시조를 창작하는 시조시인이 존재하고, 국악인으로서 시조창을 즐기는 가객이 제각각 있을 뿐이다. 시조시인의 관심은 대부분 자유시와의 관계와 시조 형식의 파격 변형에 국한한다.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가족 중에 가곡과 시조창을 하는 국악인이 있어, 국악과 문학을 연계하여 시조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현대적 계승을 연구할 수 있었다. 600여 년간 시조를 즐긴 선인(先人)의 존재와, 시조시인으로 이끌어준 불혹의 시심(詩心), 국악인을 아내로 둔 인연(因緣), 응원해준 문화가족 및 서해시창작아카데미 회원에게 감사하다. 3. 시조시(時調詩)란 3장 6구 12음보로 이루어진 정형시라는 것을 이해함과 동시에 전통 성악인 가곡(歌曲)과 시조창(時調唱)의 가사임을 알아야 한다. 창이 먼저인지, 시 창작이 먼저인지는 의미가 없으며, 상호 이해와 수용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시조시인들은 가곡과 시조창의 초기 형태를 고시조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연결고리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고문헌을 살펴보면, 시조창보다 가곡이 몇 세기 먼저 탄생하고 불려 왔다고 하니, 시조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은 가곡을 살피는 일로 시작한다. 학계에서는 시조시의 형식이 3장6구12음보라고 한다. 그러나 가곡 중에서 가장 오래다는 초수대엽이나 이수대엽을 감상하면, 6구가 아니라, 5구(가곡에서는 5장으로 표현한다)로 나눈 것을 알 수 있다. 초장은 두 개의 구로 나누지만, 중장은 두 개의 구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구로 부르며, 초, 중, 종장의 삼장 중에서 길이가 가장 짧다(가곡의 초장은 59박, 중장은 37박, 뒤이은 중여음이 13박, 종장은 75박이다). 가곡에서는 중장을 한 개의 구로 처리한다. 이는 최영의 시조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나, 유성원의 ‘초당에 일이 없어’ 등의 시조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가곡은 종장의 첫 석자를 하나의 구로 독립하여 길게(27박) 연주하고, 종장의 나머지 부분을 한 개의 구로 취급한다. 시조시의 형식인 6구를, 5구로 취급하며, 종장의 전구와 후구 구분도 달리한다. 시조창은 중장도 두 개의 구로 나누며, 종장 첫 석 자를 하나의 구로 독립시키지 않고, 종장 전체를 반으로 나누어 두 개의 구로 적용한다. 현재의 시조시인들이 사용하는 시조시의 형식이 바로 시조창의 형식과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가곡의 5구가 아닌 6구를 시조의 형식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종장을 첫 석자를 하나의 전구로 할 것인지, 종장의 절반을 전구로 할 것인지는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다. 조선조 임진란 이후 사회 변혁과 함께 선비가 즐기던 시조를 중인과 평민도 함께 즐기면서 시조의 파격인 사설시조가 성행하였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 전후로 서구의 문물이 밀려들면서, 정형의 틀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자유시가 유입되었다. 시대의 수요에 따라 정형시 시조는 사설시조로, 자유시로 변화한 것이다. 그것은 가곡이나 시조창의 변천사로도 알 수 있다. 가곡의 변천사도 정형의 틀을 벗어난 엇시조(시)나 사설시조(시)를 가곡으로 불렀으며, 시조창 역시 평시조에서 사설시조, 질음시조, 엮음 질음 시조 등으로 정형의 틀을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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